무한도전이 방송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20주가 흘러가고 있다.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시간만큼 외로운 시간도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못 보는 이들의 외로움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한도전 멤버들과 제작진일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무한도전>은 삶이요 직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 모든 일들이 사라진 것도 20주. 마음만은 지금 당장 프로그램에 임하고 싶지만, 새로운 세상. 공공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송사가 되기 위한 투쟁은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라, 쉽게 그 뜻을 접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시간이 외롭지만 뜻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작진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입장이고… 또한 그를 지지하는 대중들의 입장이기도 하니 지지를 하는 것이다. 사측이 주장하는 바로는 무한도전을 대체할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바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사측의 주장일 뿐. 그 주장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은 관심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다만 대중들은 그 뜻을 존중하기에 기다리고 있을 뿐. 시청률이 떨어진 이유 중에 하나는 언제든지 돌아갈 믿음이 있기에 그 시간을 시청자들은 비워두는 것이다. 그런 결과는 다른 방송들의 시청률 저조함이 대변해 주고 있다.
<무한도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중들의 뒤통수를 친 것은 역시나 MBC측의 꼼수다. <무한도전>이 방송 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그 포맷을 이용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무한걸스>를 지상파로 배정한 것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표면상으로는 ‘일밤’의 위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파고 들어가 보면 <무한도전>을 압박하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일밤’ 코너 중에 시청률에서 선방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한 때 엄청난 환호를 받았던 <나는 가수다>도 롱런 할 기미는 안 보이고 있고,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또한 그리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코너 또한 그리 좋은 모습은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바로 이 자리에 <무한걸스>를 넣은 것은 <무한도전>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일요일이라고 하지만, 피해일 수밖에 없다.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의 코너를 이용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즉 모든 코너가 비슷한 포맷이라는 점이다.
기존에 <무한걸스>가 그나마 케이블에서 좋은 평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명확히 채널 구분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였다. 곧 지상파에서 동시에 방송이 되지 않는 다는 데서 그 장점이 살아 있었다는 점인데.. 이제 공중파에서 남성 판 무한도전을 보게 하고, 동시에 여성 판 무한도전을 보게 하는 것이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 할 수밖에 없다.
비유상 가장 피부에 와 닿을 표현으로 하자면, 카피 프로그램을 같은 방송사가 방송한다는 점인데.. 누가 이를 좋아하겠는가! 원 프로그램이 토요일 방송이 되고, 카피 프로그램이 일요일 방송이 된다는데 말이다.
<무한걸스>가 독립적인 컨셉을 가지고 나온다면 차라리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 타이틀부터 <무한도전>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거기에 코너 중 ‘무한상사’ 컨셉을 빌려 만든 ‘무한출판사’는 어감부터 성격까지 그리 썩 좋은 기분을 주지 못한다.
대중들에게 <무한걸스>가 마뜩치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한도전>의 성격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무한걸스>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계열 케이블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케이블이기에 허용 되었던 카피 프로그램이 같은 공중파에 배속이 되는 것은, 팀킬을 넘어서 자멸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기에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일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