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방송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20주가 흘러가고 있다.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시간만큼 외로운 시간도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못 보는 이들의 외로움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한도전 멤버들과 제작진일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무한도전>은 삶이요 직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 모든 일들이 사라진 것도 20주. 마음만은 지금 당장 프로그램에 임하고 싶지만, 새로운 세상. 공공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송사가 되기 위한 투쟁은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라, 쉽게 그 뜻을 접지는 못한다.

▲ MBC 에브리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노조 파업을 통해 그들이 얻어내야 하는 것은 공정하고도 공공성을 우선시 하는 방송사로의 재탄생일 것이다. 그런 바람은 노조의 바람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대중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일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시간이 외롭지만 뜻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작진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입장이고… 또한 그를 지지하는 대중들의 입장이기도 하니 지지를 하는 것이다. 사측이 주장하는 바로는 무한도전을 대체할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바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사측의 주장일 뿐. 그 주장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은 관심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다만 대중들은 그 뜻을 존중하기에 기다리고 있을 뿐. 시청률이 떨어진 이유 중에 하나는 언제든지 돌아갈 믿음이 있기에 그 시간을 시청자들은 비워두는 것이다. 그런 결과는 다른 방송들의 시청률 저조함이 대변해 주고 있다.

<무한도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중들의 뒤통수를 친 것은 역시나 MBC측의 꼼수다. <무한도전>이 방송 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그 포맷을 이용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무한걸스>를 지상파로 배정한 것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표면상으로는 ‘일밤’의 위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파고 들어가 보면 <무한도전>을 압박하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일밤’ 코너 중에 시청률에서 선방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한 때 엄청난 환호를 받았던 <나는 가수다>도 롱런 할 기미는 안 보이고 있고,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또한 그리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코너 또한 그리 좋은 모습은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바로 이 자리에 <무한걸스>를 넣은 것은 <무한도전>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일요일이라고 하지만, 피해일 수밖에 없다.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의 코너를 이용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즉 모든 코너가 비슷한 포맷이라는 점이다.

토요일 <무한도전>을 보고 일요일 <무한걸스>를 연속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신비로움이 반감이 될 수밖에 없다. 유사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같은 포맷을 가지고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연속으로 본다는 것은 시청자에게 식상함을 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원 포맷 자체가 무한도전의 이야기인데, 무한도전의 이야기를 다시 재탕해 보여주는 여성 판 무한도전은 그리 신비롭지 못하다.

기존에 <무한걸스>가 그나마 케이블에서 좋은 평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명확히 채널 구분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였다. 곧 지상파에서 동시에 방송이 되지 않는 다는 데서 그 장점이 살아 있었다는 점인데.. 이제 공중파에서 남성 판 무한도전을 보게 하고, 동시에 여성 판 무한도전을 보게 하는 것이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 할 수밖에 없다.

비유상 가장 피부에 와 닿을 표현으로 하자면, 카피 프로그램을 같은 방송사가 방송한다는 점인데.. 누가 이를 좋아하겠는가! 원 프로그램이 토요일 방송이 되고, 카피 프로그램이 일요일 방송이 된다는데 말이다.

<무한걸스>가 독립적인 컨셉을 가지고 나온다면 차라리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 타이틀부터 <무한도전>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거기에 코너 중 ‘무한상사’ 컨셉을 빌려 만든 ‘무한출판사’는 어감부터 성격까지 그리 썩 좋은 기분을 주지 못한다.

대중들에게 <무한걸스>가 마뜩치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한도전>의 성격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무한걸스>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계열 케이블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케이블이기에 허용 되었던 카피 프로그램이 같은 공중파에 배속이 되는 것은, 팀킬을 넘어서 자멸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기에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일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