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원구성 협상이 계속 난항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4일 민주당은 쟁점상임위원회 중 하나를 주든지 아니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하든지 새누리당이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3곳의 쟁점상임위 중 하나도 주지않는다면) 우리는 일을 선택하겠다. 국토위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맥쿼리 특혜의혹, 문방위는 정수장학회를 비롯한 언론사 파업문제, 정무위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비롯한 박지만, 서향희 부부가 관련된 저축은행 사건 등에 대한 6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새누리당이 수용한다"면, "일을 하기 위해 요구했던 3개 상임위 중 1개의 상임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일을 위한 자리를 줄 것인지, 일을 하게 할 것인지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국회의 개원이 늦어질수록 속타는 것은 민주당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새누리당은 손해 볼 것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미 여의도에는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있다'는 말들이 있다. 올림픽이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계속된다"며, "이때까지 국회를 열지 않던지 만약에 합의가 돼서 국회가 열리더라도 이 사이에 해서 국민의 눈과 귀는 전부 올림픽으로 가 있기 때문에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속셈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14일 열리 5차 양당수석부대표 회담 @ 연합뉴스


14일 오후에 진행된 양당 수석원내대표 간의 회담은 결렬되었다. 양쪽 다 내용을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담결렬 후, 함구하면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에서의 오랜 습성이다. 개별적인 의원들의 인터뷰등이 언론을 타고는 있으나, 공식 브리핑에서의 양당 모두 함구하는 경우는 새로운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원구성 협상의 당사자인 양당의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용을 정리'해서 회담장에 참석하고, 새로운 내용에 대해서는 결정권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기,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은 6가지부문에 대해서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 중에 '방송사파업'과 '민간인 불법사찰' 두개를 골라 원구성협상에서 중요하게 제기했었다. 지금은 다시 6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도 6가지 모두에 대해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타협의 여지는 있는데, 박지원 원내대표가 표현한대로 8월 초나 중순쯤의 개원이 새누리당의 속셈이라면 남아있는 것은 민주당의 결단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계속 협상만 할 것인가 아니면, 국회밖에서의 행동도 불사할 것인가 에 대해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6월 초에 있었던 민주당 의원연찬회에서 대선전략 논의과정에서 지지층부터 끌어들여야 한다는 입장과 중간층을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라졌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의 결단도 쉽지만은 않은 의견차이가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만약 민주당이 국회밖 행동도 하게된다면, '대통령 후보선출과 정당연설회'를 같이 고민하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나 문재인이나 김두관의 대정부 비판 능력은 이해찬 당대표나 박지원 원내대표에 비해 떨어진다는 데 그 고민이 있다는 게 민주당내부의 고민이다. 게다가, 4년마다 돌아오는 2주가 넘는 기간의 '런던올림픽'도 민주당에게는 복병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은데 시간과 상황도 상대방도 아무것도 도와 주는 것이 없는 형국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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