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가 빠진 이후의 라디오스타에는 뭔가 허전한 분위기가 감도는 모습이다. 단순히 빠졌다는 것 자체에서 느껴지는 허전함도 있겠지만, 그 허전함을 채우려는 몸부림이 어색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치 필사의 사투처럼 느껴지는 몸부림은 자연스러운 웃음보다는 만들어 내는 웃음처럼 느껴져서 넋 놓고 보기란 힘들다.

오버끼가 있는 규현을 커트하는 역할에는 김구라만큼 안성맞춤 캐릭터가 또 없었다. 그냥 큰 형처럼 받아주는 김국진과 무엇이든 웃음을 만들어내려 하는 윤종신은 어떤 캐릭터가 모나게 튀어 나오는 부분을 눌러주지 못한다. 거기에 유세윤은 그 어리광을 다 받아주는 역할이니 더 무엇을 말하겠는가!

YG 양현석이 한 말이 생각난다. 자신이 만들려하는 아티스트는 둥글지 못한 캐릭터를 가진 이라고. 둥글지는 못하지만 어느 한 부분 특출 난 데가 있기에 그 부분을 살려주면서 둥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에는 이 같은 대장장이가 없다는 것이 현재의 문제이고, 그 부분을 소화해 줬던 김구라가 부재한 것은 지나치게 어느 상황에서 모나게 튀어 나오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열성이 지나치다 보면 균형을 맞추기 힘들다. 이번 <라디오스타 : 디바 3대 특집>은 지나침이 많았다. 누군가 눌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깐족거리는 규현과 그런 규현의 캐릭터를 조금 더 불려 웃음을 주는 윤종신의 캐릭터가 만나자 그야말로 스튜디오는 거칠 것 없는 오버스러움으로 난장판이 되고 만다.

매 상황이 웃기지 않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계속하여 어느 한 부분을 고집하며 게스트를 모함을 하고 공격하는 모습은 그 예전 <라디오스타> 전성기에서 보여주는 균형감은 아니었다. 게스트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어떤 말을 하는가 유심히 듣고 있다가 기회만 되면 끼어들어 툭툭 내뱉는 공격성 모함은 처음에는 웃기다가 계속해서 반복되자 조금 너무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오늘은 솔직히 모든 것을 말하려 한다’라는 바다(최성희)의 말에, 규현은 ‘혹 사귀는 사람을 공개하겠다는 소리냐’며 난처한 웃음을 만들어 내고, 이어 유세윤은 ‘솔직하지 않을 거면 나가’라며 친구지간의 웃음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인다.

<불후의 명곡>에서 효린에게 번호를 따지 못한 규현의 이야기에 펜과 메모지를 던져주며 지금이라도 번호를 적으라며 반강제적으로 알아내어 넘겨주는 윤종신의 모습도 그리 상쾌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장난성으로 시도된 것이지만, 그 모습 모두를 곱게 봐주기란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S.E.S 출신 바다와 김완선이 나누는 파티 때 이야기조차 끼어들기에는 부담감이 있었을 법 했던 상황에 끼어든 규현의 용기(?)는 분위기를 깨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저 나이에 나이값 못하고”란 그의 말은 진정 용기가 무리함으로 비춰졌다. 파티 분위기상 자신이 나이가 가장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바다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김완선이 나타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터져 나온 규현의 무리수였다.

이후에도 윤종신과 규현의 꼬투리잡기는 계속되어 방송 시간의 40% 가량을 잡아먹는 무리수를 띠게 된다. 바다가 무엇을 이야기하든 끼어들어 모함을 하는 통에 해명하기 바쁜 모습은 웃음을 잡아먹는 모습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어떤 인물과 가창력 이야기가 나오면 그 인물이 가창력이 없는 것이냐? 모함을 통한 웃음을 만들려 하고, 해명하면 다시 재탕하여 놀리는 재미에 빠진 것은 보는 이에게 그리 좋지 않은 맛을 남겼다.

오죽하면 게스트가 이런 말을 하겠는가! “구라 오빠 없다고 너무 부담 갖고 하지 마세요”.

이 말은 너무도 정확한 말일 수밖에 없었다. 김구라의 특징은 누가 말하기 힘든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내주는 부분에 있었지만, 현재 규현이 하는 것은 그저 상대를 놀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완선의 이야기 중 ‘꺼져 스토리’를 이용해 무리할 정도로 길게 반복하여 놀리는 장면 또한 유쾌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두 번 하면 좋았을 것을 5~6회 반복하는 것은 지루함과 짜증을 몰고 오는 장면이 된다.

오히려 게스트와 MC가 뒤바뀐 듯했다. ‘바다’가 계속하여 오해하지 않게 말을 포장해주려 하는 모습이 보조 MC와 같았고, 무리할 정도로 상대를 놀려먹는 규현은 계속해서 한 발자국씩 더 가는 모습을 보이며 철모르는 게스트의 불장난처럼 느끼게 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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