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요계의 기이한 신드롬이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가수 출신 한 명에 개그맨 한 명이 뭉친 이 팀의 이름은 ‘유브이(UV)’라는 그룹이었고, 그렇게 그들은 살포시 다가와 열광적인 사랑을 얻었다.

당시 Mnet의 <UV신드롬>을 통해서 두 달이 약간 넘는 프로그램을 하며 발표한 노래 <Do You Wanna Be Cool?>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프로그램은 타이틀 그대로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사랑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다른 가수들에게선 찾기 힘든 그들만의 자유로운 스타일은 기존 틀과는 다른 감성을 전하며 사랑받게 된다.

주류 음악의 장르에서 벗어난 그들만의 프리스타일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힙합이니, 락이니, 댄스니 하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았던 유브이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떡 주무르듯 가지고 놀며 신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당시 그들은 기존 정통파 가수들과는 다른 종류의 사랑을 받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로 뽑히는 영광을 얻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대중의 마음을 녹일 수 있었던 것은 거칠 것 없는 표현을 모두 뿜어낼 정도로 여과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을 발산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을 보며 대중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대리만족감을 얻기도 했으며, 묘하게 그들이 하는 기이한 행동에 열광을 보내게 된다. 욕을 하고 싶으면 욕을 하고, 세상에 불만이 있으면 불만이 있음을 표현하는 유브이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표상이었다.

서태지가 정통파 주류 음악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면, 유브이는 주변을 공략하는 전략을 통해서 철저히 마니아층을 생성해 내며 그렇게 사랑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도 오래가지 못하고 휴식기를 가진 것은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쉬움이 몰려올 즈음 새로운 충격의 그룹이 생겨났으니, 그 이름은 ‘형돈이와 대준이’이다. ‘형돈이와 대준이’가 ‘유브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면 가수라는 정체성을 가진 뮤지를 대신하는 ‘데프콘’이 자리한 것이고, 유세윤을 대신하는 ‘정형돈’이 비슷한 역할로 결성된 것은 묘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유브이가 약간 싸이코 감성의 기이함이 있는 그룹이라면, 형돈이와 대준이는 웃기는 돌아이 같은 느낌을 주는 그룹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개그맨 정형돈이 정식으로 음악 활동을 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힙합 뮤지션인 데프콘과 함께라니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시청자라면 정형돈과 데프콘이 어느 정도 친목이 있는지를 알 것이며, 왜 그들이 음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무한도전>을 통해 만난 이들은 그렇게 친해지며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둔다. 처음 즐겁자고 만든 노래가 의외의 재미를 줬고, 그 이유로 주고받은 곡은 결국 정형돈을 작사가의 길로 가게 하며 2년이 지난 후 왠지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미치도록 잘 어울리는 그룹으로 탄생해 대중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잠시 프로젝트 앨범으로 냈다고 생각했던 앨범이 빅 히트를 치고, 자연스레 음악 방송으로 인사를 한 것은 놀라움이었으며 배꼽을 쥐는 웃음을 얻을 수 있었다. 지상파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출연한 <엠카운트다운>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화제가 되며 ‘형돈이와 대준이’ 신드롬을 만들어낸다.

이어서 하루가 지나 뉴스 전문채널 YTN ‘뉴스앤 이슈’ 코너에 등장하여 25분간 쉴 새 없는 웃음을 만들어 주었다. 앵커는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며 연신 ‘뉴스가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라는 말을 하며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된다.

특히나 정형돈 특유의 엽기적인 표정을 동반한 노래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중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너만 울고 있어 듣지마’라는 후크랩을 할 때는 여 앵커의 웃음보를 자극해 진행을 못할 정도로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게 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답볍은 앵커들을 멘붕시켰고, 방송을 본 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기까지 했다.

‘형돈이와 대준이’, 그리고 ‘MC날유 유재석’이 피쳐링한 이 앨범은 문화적 충격과 함께 폭발적인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다. 갱스터 랩을 동경하며 언제나 시도하던 데프콘과 개그맨으로서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다차원 세계의 작사를 해내는 정형돈의 궁합은 그 무엇보다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너무도 똑같은 주류 음악에 지친 이들은 이제 B급 정서의 음악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가요계의 블루칩이 되어가는 ‘형돈이와 대준이’. 특히 정형돈은 놓치면 안 될 충격의 블루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길과 함께했던 ‘뚱스’의 <고칼로리> 또한 명품곡으로 추천할 만하다. 블루칩 정형돈에 집중할 때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