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95일 동안 총파업을 진행하던 KBS 새 노조가 회사 쪽과 합의를 한 것을 계기로,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130일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MBC노조 파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S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5일 저녁 △구성원에 대한 징계 최소화 △대선 공정방송위원회 구성(사장·노조위원장 필참) △탐사보도팀 부활 △폐지됐던 비판 프로그램 부활 등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특히, 합의안에는 명시하지 않았으나 이번 합의에는 KBS 기자협회의 제작거부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이화섭 보도본부장의 거취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새 노조의 경우, 가장 큰 투쟁의 목표였던 ‘김인규 사장 퇴진’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공정방송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들을 합의하는 등 투쟁을 통해 나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탐사보도팀과 폐지됐던 비판 프로그램을 부활하기로 합의한 부분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역할을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KBS 노사가 합의를 이끌어 낸 데에는 김인규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S 내부 가운데서도 고위 간부들이 노조와의 합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김 사장은 이번 파업 사태에 대해서만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인규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모두,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인물이지만 적어도 이번 파업 사태에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달랐다. 파업 100일을 앞두고 구성원들의 공정방송 실현 의지를 대폭 실현할 수 있는 장치들을 포함한 채 합의를 이끌어 낸 김인규 사장의 행보는 해고, 정직, 고소, 고발 등 잇따른 강경 행보만으로 130일 넘게 사실상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와 비교된다.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평소 행보를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김인규 사장의 사태 해결 능력이 김재철 사장보다 한 수 위임을 알 수 있다.

▲ 김인규 KBS사장(왼쪽)과 김재철 MBC사장(오른쪽)
MBC사태, KBS 합의 계기로 해결될 수 있을까?

KBS의 노사 합의를 계기로 장기화 되고 있는 MBC 파업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MBC 노사 모두, 대화 재개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화의 상대로 김재철 사장을 인정할 것이냐 여부를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8일, 회사에 대화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 역시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노조에 밝혔다. 그러나 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굽히지 않고 있고, 회사 역시 “김재철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면적으로 밝히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다가 정영하 본부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되면서 어렵게 시작되려면 협상 분위기마저 무색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MBC는 현 상황에 대해 “노조가 사장 퇴진에 대한 주장을 접지 않고 있어서 (노사 간)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MBC노조도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큰 문제는 MBC가 추가 징계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고, 정직 등 잇따른 징계로 이미 악화된 노사 관계가 추가 대기발령 등 MBC의 조처로 인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MBC는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한 두 번째 해고를 결정한 데 이어, 파업에 참여한 일반 노조원 35명에 대해 징계성 인사 조치의 성격인 ‘대기발령’을 내린 바 있다. MBC는 특히,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파워업 PD수첩> 제작에 적극 참여했거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MBC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이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기발령을 내렸다.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MBC는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원들에 대한 추가 대기발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송윤석 정책홍보부 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추가로 대기발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대기발령의 시기, 일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MBC 내부에서는 이르면 8일 ‘MBC가 추가 대기발령을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에 대한 법원의 사전구속영장 기각으로 MBC가 악화된 여론을 감안하더라도 섣불리 징계 움직임을 밟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MBC가 대기발령에 이어 “추가 해고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 또한 MBC 내부에 돌고 있다. 회사 쪽에서 ‘3차례의 업무복귀명령을 내렸을 경우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기준 삼아 업무복귀명령을 거부한 노조원을 대상으로 추가 해고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 같은 소문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해고, 대기발령 등 MBC 구성원들 사이에서 무수히 돌았던 소문들이 실제 MBC의 조처들로 이어졌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주, MBC의 시용기자 채용을 계기로 “시용기자 수만큼 기자들을 대기발령 할 것”이라는 우려가 보도국 내에서 나오자 회사 쪽은 “대기발령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노조에 전했으나, 불과 하루 뒤 MBC는 실제 대기발령을 강행했다.

MBC가 조만간 시작하는 신입, 경력사원 공채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송윤석 정책홍보부 부장은 “아주 조만간 신입, 경력사원 공채를 시작한다”며 “원래 지금 시기가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MBC는 구체적으로 어느 부문에서 어느 정도의 인력을 충원할지를 현재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신입, 경력사원 공채를 둘러싸고 “추가 대기발령 혹은 추가 징계를 염두에 두고 부족한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채용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송윤석 부장은 “대기발령으로 인해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공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 장기화에 따른 인력 부족, 올림픽 방송에 필요한 인력 부족 등 (현재 상황을) 다 고려해서 공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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