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술자리에서의 대화가 당사자인 백요셉의 폭로와 임수경의 사과, 그리고 결국에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논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당연히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탈북자동지회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탈북자단체협의회는 4일 오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50여명의 탈북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시위를 열고 임 의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임수경 의원의 어제와 오늘까지 이어진 사과와 민주당의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임의원의 사과와 당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 사과하는 임수경, 탈북 증언중인 백요셉 ⓒ연합뉴스


백요셉씨의 폭로 당일, 임의원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를 입었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힌데 이어, 4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거듭 사과했다. 임의원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변절자 발언은 하태경 의원을 향한 것이지 탈북자에 대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은 반인권적, 반통일적 '변절자'발언에 공식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임수경 의원이 탈북 대학생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에 퍼부은 폭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탈북자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임 의원 개인의 사과로 마무리 될 수 없는 일이다. 임 의원을 공천한 민주통합당은 임 의원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샾이 시작하기 전 이례적으로 '임수경의원 관련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아침 몇 분의 기자들이 ‘당으로서 무슨 조치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 왔는데 당으로서 조치할 것은 없다. 왜냐하면 본인이 ‘탈북자들의 생활에 대해 존경심과 협력하는 자세를 갖고 있고, '변절자' 발언은 단지 학생운동과 통일운동을 함께 한 하 모 의원에 대해 새누리당으로 간 것이 변절자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어떠했든 사과를 했고 해명을 했다. 본인 스스로도 ‘어떠한 경우에도 국회의원으로서 모든 언행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우리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과 함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공사석을 막론하고 언행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백요셉은 '사상'이, 임수경은 '자질'이 의심스럽다

인간은 입이 하나지만, 머리는 수만가지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평상시 인간들은 말을 상당히 조심한다. 100% 필요하거나 확신이 서지않는 한 말을 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마당이니 자신의 입맛에 맞게 쓰는 것보다는 팩트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필요성은 있다. 백요셉이 폭로한 '페이스 북' 글을 보면, 백요셉은 사상이 의심스럽고 임수경은 자질이 의심스럽다.

백요셉씨의 사상이 의심스러운 이유는 '농담으로 <이럴 때 우리 북한에서는 어떻게 하는 지 아시죠? ㅋ 바로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 명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 라고 조금은 썰렁한 개그를 던졌다.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삼자면, 위 내용에서 발견되는 '수령'이란 단어도 문제가 된다.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은 사석에서 대부분 대통령자를 붙이지 않는다. 지지하는 사람들도 술자리에서 대통령의 호칭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김일성'도 아니고, '수령님'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박정희 시대로 이야기하면, 이름도 부르기 어려워 극존칭인 '각하'란 단어를 사용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 3번째의 탈북자 간첩이 잡혔다고 하는데, 탈북자 간첩은 아니더라도 백요셉 씨의 마음에 아직도 수령님으로 남아있는 듯 하다고 말할 수 있다. 백씨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안보강연을 다닌다고 하는데, 주체사상의 핵심인 '수령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런 사람이 "어떻게..." 라고 정색하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임 의원이 대학선배라고 하더라도 탈북자인 백요셉씨 입장에서 '통일의 꽃'이라고 불렸며 '친북'적 성향을 가진 임 의원에게 사진을 찍자고 요구했다는 것도 이해하지 않으려한다면,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백요셉 씨가 폭로한 내용을 보면 임수경 의원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냐 알아?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굴러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라는 부분과 <야 ~ 너 그 하태경 하고 북한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아~ 하태경 그 변절자 새끼 내 손으로 죽여버릴꺼야. 하태경 그 개새끼, 진짜 변절자 새끼야 ...>라고 했다고 한다. '근본도 없는 탈북자 새끼'라는 말에 대해 보수진영쪽은 임의원의 사상을 문제시 삼으나, 사상까지 문제삼는 건 오버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상한 짓'이란 이야기일 것이다. 북한 인권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짓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그 행위를 폄훼하는 발언은 더 이상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한다는 것은 기본에 속할 것이다.

사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의원한테 개겨'라는 부분이다. 한 시민이 국회의원한테 무엇이라고 말할 때 그 행위를 '개긴다'고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진보진영에 속한다는 국회의원이 할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임 의원은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정치권 486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참 비겁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아마도,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좋게 바꾸어보려던 20대의 열정과 진지함이 사라지고 권력의 단맛에 빠진 일부 486의원들의 한 단면을 비판한 것으로 보여 지는 발언이다. 임의원이 말한 문장에는 그녀가 비판한 486의원들의 씨앗이 임 의원에게도 잠재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수진영이 비판하는 <하태경 그 개새끼, 진짜 변절자 새끼야>란 부분은 임의원의 과거의 행동속에서 맥락으로 이해하면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안되는 듯하다. 진보진영이라고 하든, 좌파라고 하든 하태경의원도 생각을 바꾼 이유야 있겠지만 그쪽에 남아있는 임 의원입장에서는 '변절자'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하 의원도 속으로는 '아직도 그러고 사니'라고 변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지, 생각이 다르더라도 같은 국회의원에게 쓸 수 있는 단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부분일 수는 있어도, 사상까지 가지고 가는 건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임수경 의원, 이준석에게 배워라

다만, 새누리당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탈북단체들이 '임 의원의 사퇴주장'의 근거가 된 <임수경씨는 극도로 흥분해 마구 고함을 쳤다. “야~ 이 개새끼, 개념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거야??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어 이 변절자 새끼들아">라는 백씨의 폭로 부분에서 나타나는 변절자 란 단어다. 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면서 변절자란 단어는 하태경 의원을 향한 것이라 했지만 술자리의 대화라도 공개된 이상에는 한 걸음 진전된 행동을 보여야만 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최소한 백요셉 씨는 만나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이사장의 '목'을 자른 만화를 게재해도, 직접 찾아가면 해결된 전례가 있지 않은가? 백요셉씨는 녹취록을 언론에 전했다고 알려져 있다. 문장으로 보는 것과 대화를 직접 듣는 것의 차이는 많이 난다. 녹취록이 공개되면 또 다시 2라운드가 될 전망이다.

이틀 전 삼성노동자로 일하다가 '산재로 의심되는 병‘으로 투병 중 이던 윤OO양이 사망했고, 오늘은 ’블랙먼데이‘로 불릴 정도의 추가 주가하락이 발생했다. 풀어야 할 현안도 많은 상황에서, 이런 비생산적인 대화내용이 전면적으로 정쟁화되는 모양새가 한국 사회 정치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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