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궁을 통해 관객에게 짜릿한 연기력을 선사해 준 배우 조여정이 tvN <SNL코리아>에 등장하여 깜짝 놀랄만한 반전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 <GO쇼>와 <해피투게더>를 통해서 자신의 매력을 쏟아낸 그녀의 모습에선 뭔가 배역의 이미지보다는 좀 더 정갈한 맛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그녀가 tvN <SNL코리아>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 놀라운가?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스타들의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난 스타라고 해도 이곳에서는 자신의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한 번쯤 미친 듯 망가져야 한다.

일부러 강요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가 기존 스타의 뻣뻣한 이미지를 이곳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내려놓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기에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지 자신을 놓을 수 있는 곳이 <SNL코리아>다. 평소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울지라도 이 프로그램은 그런 반전의 모습이 어느 정도 이해되고 허용이 된다.

그런 것이 통용이 되고 칭찬을 받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의 원류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가 가지고 있는 정통성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원류 프로그램은 사회문화적으로 덕망을 인정받는 이들이 자신의 평소 이미지를 반전시켜 매력을 보이는 데서 시청자들이 반가워했다.

NBC의 쇼 프로그램이었던 ‘SNL’에 ‘조지 클루니,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이 출연해 망가지는 모습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모습으로 그려졌고, 한국판 <SNL코리아> 또한 시즌1에서 수많은 배우들이 망가지며 평소 볼 수 없었던 매력을 뽐내며 한결 편안하게 시청자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SNL코리아> 시즌2의 첫 번째 호스트로 출연한 오지호의 유쾌한 망가짐이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영화 <후궁>의 조여정이 두 번째 호스트로 등장한 것은 무척이나 큰 기대를 가지게 했다. 또한 방송이 끝나고 난 이후 느낌은 새로운 모습이 기존 형성된 조여정의 이미지를 보강해 줄 것이란 생각을 가지게 했다.

요즘 조여정은 <방자전>에 이어 <후궁>까지 소위 벗는 영화의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의 이미지 속에 그녀는 자연스레 섹시한 에로틱 배우로 자리잡는 모습이었다. 단순하게 보면 그녀의 이미지가 이 상태에서 굳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SNL코리아>의 출연과 이 속에서 망가지는 모습은 한 판 크게 웃으면서 굳어져 가는 이미지를 자연스레 유하게 만들어 주었다.

벗는 영화만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충분히 상쇄될 정도로 망가진 모습은 유쾌함이 더 많았다. 그렇다고 평소 망가지는 연기를 해왔던 배우는 아니지만, 이번 <SNL코리아>를 통해서 망가진 팔색조 매력 조여정의 모습은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보여주던 이미지와는 180도 달리 개그우먼을 패러디한 모습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놀라움을 갖게 했다. 같은 tvN 프로그램인 <코미디빅리그>에서 김미려가 보여주는 역할을 가져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그녀의 소화력은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유도하는 능숙함까지 보였다.

‘개족보’ 코너에서 반려 동물에 지나친 사랑을 보이는 사람으로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그 사랑이 지나쳐 반려동물에 혼이 나간 여자처럼 느끼게 했다. 무언가 하나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정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면들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 때가 많다. 거기에 ‘개족보’에서 보이듯 이리저리 꼬인 족보는 마치 정치판을 생각나게 하여 씁쓸하면서도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게 했다.

분수대에 뛰어들어 한바탕 제대로 즐기고 갖은 욕을 다 먹는 조여정의 모습이나, 주변인을 의식하지 않고 정신이 반쯤 나가서 마네킹과 싸우는 조여정의 모습 또한 무척이나 큰 재밋거리 중 하나였다. 평소 그녀가 보이는 배우의 이미지에서 이런 이미지를 찾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기에, 그와 반대된 이미지는 은근한 매력을 풍겨주었고 웃음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또한 달동네의 순수성을 잃은 닳고 닳은 판자촌 할머니로의 능숙한 연출력은 감독을 뛰어넘는 능숙함이었기에 그 부분에서도 큰 웃음을 이끌어냈다. 문화산책을 통하여 ‘코빅’ 아메리카노 김미려의 말투를 그대로 재연해내는 조여정의 능숙함은 단연 압권인 장면으로 남았다. ‘늑대 포 유’, ‘막말 포 유’라고 하는 그녀의 한마디는 많은 웃음을 대신하는 말로 기억에 남았다.

그녀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때가 바로 이때다. 자칫 <방자전>과 <후궁>으로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는 지점에서 계속해서 벗는 영화를 선택한다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은 현재 수많은 칭찬을 받고 있지만 한편 손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예능 프로그램, 특히 <SNL코리아>를 통해서 보여준 이미지는 앞으로 새로운 성격의 배역에도 능히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에 상당부분 이미지가 업 될 것으로 판단된다.

<사진제공. CJ E&M>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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