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회사 쪽의 시용 기자 채용 움직임에 대해 항의했던 기자들을 줄줄이 징계하고 나섰다. 정직 6개월 상태인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해 ‘해고’라는 중징계를 내리는가 하면, 함께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던 최형문·왕종명 기자에 대한 중징계도 결정했다.

MBC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0층에서 징계를 목적으로 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시용 기자 채용 반대와 관련해 ‘취업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박성호 기자회장에게 해고를, 최형문 기자회 대변인에게 정직 6개월을, 왕종명 기자에게 정직 1개월을 각각 결정했다.

▲ MBC기자들이 26일 오전 7시30분부터 시용기자 채용을 위한 전형이 진행된 서울 을지로 센터원 빌딩 앞에서 '시용기자 채용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MBC노조
MBC는 이들 기자들이 시용 기자 채용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보도국 농성을 주도했고, 지난 16일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퇴근 저지 시위를 한 것을 문제 삼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이번 징계 움직임은 기자들이 권재홍 부상 뉴스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이후 시작됐다는 점에서 “회사 쪽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해고’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게 됐다. MBC노조는 이에 대해 “파업 기간 중에 한 사람을 두 번이나 징계위에 회부한 것은 MBC 역사상 사상 초유의 일일 뿐 아니라 해고 징계를 두 번 한 것 역시 전례에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박성호 기자는 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29일 인사위원회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가 지난 4월9일 재심에서 정직 6개월로 징계 수위가 다소 낮아졌다.

이번 징계 결과가 나온 직후, MBC 기자회는 성명을 내어 “우리는 박성호 기자회장이 처음 해고됐을 때 이미 그가 돌아오지 못하면 절대 마이크와 카메라를 잡지 않겠다며 집단 사직을 결의했고 그 정신은 지금도 유효할 뿐 아니라 김재철 일당이 보도국에 저지른 온갖 패악질을 보면서 더욱 단단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더 이상의 호소는 없다. 이제 우리 기자들은 권재홍과 이진숙을 비롯한 김재철 일당과의 전면전을 선언한다”며 “당신들이 앞으로 어떤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될지 똑똑히 지켜보라”고 경고했다.

“보도국 농성 과정에서 명백한 업무방해 없었다”

박성호 기자회장을 비롯한 최형문·왕종명 기자는 인사위원회에 앞서 29일 발표한 입장에서도 “우리는 ‘취업규칙’의 각 조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반했는지 궁금하다”며 “집단행동에서의 ‘대표성’이 문제라면 기자회장이라는 ‘직위’가 무조건적 대표성을 갖는지, 최형문, 왕종명 기자처럼 농성에 앞서 마이크 잡고 몇 마디 말과 한두 개 구호를 선창한 것이 대표성을 갖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징계 결정으로 지난 1월30일 MBC노조가 총파업을 시작한 이후 서울MBC에서만 모두 34명의 징계자가 나왔다. 특히,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박성호 기자회장 등 모두 7명이 해고된 것을 포함해 모두 106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MBC 기자들은 인사위원회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기자들은 30일 오전 징계에 항의하기 위해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10층에서 농성을 시도할 계획이었으나, MBC가 5층에 이어 10층까지 폐쇄하면서 8층과 9층 복도, 계단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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