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의 팀간 시즌 7차전이 펼쳐진 잠실구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27,000석이 모두 매진되었다. 1993년 LG트윈스의 잠실구장 5경기 연속 매진기록을 이미 갈아치운 두산 베어스는 29일 경기도 매진을 기록하며 8경기 연속 매진기록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관중들이 가득 들어찬 잠실구장에서 베어스는 홈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에 보답하지 못하였다. 지난 주말 롯데와의 3연전을 싹쓸이 당하면서 홈경기 8연패의 수렁에 빠져든 상황이었다.

지난 주말 에이스 니퍼트와 김선우가 연달아 무너진 상황에서 베어스는 3선발 이용찬을 내세워 연패탈출을 노렸고, 반면 지난주 6연승을 내달리며 단숨에 5할승률에 복귀한 타이거즈는 에이스 윤석민을 앞세워 상승세를 이어가려 했다.

▲ 두산 선발투수 이용찬(오른쪽)과 포수 양의지 ⓒ연합뉴스
상승세의 타이거즈는 1회초부터 제구력이 흔들린 이용찬을 몰아붙였다. 타이거즈는 1회초에만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얻어냈다. 하지만 단 한 점도 얻지 못하였다. 선두타자 이용규가 볼넷으로 걸어 나간 이후 김선빈의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했지만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정확한 송구로 이용규의 빠른 발을 봉쇄한다. 후속타자 김선빈은 우전안타로 출루하면서 타이거즈는 다시 찬스를 만든다. 이용찬은 초반부터 심하게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이 틈을 타서 김선빈도 단독 도루를 감행한다. 하지만 양의지의 간결한 송구동작은 김선빈의 발이 베이스에 가기도 전에 이미 야수의 글러브가 태그를 기다리게끔 하였다. 순식간에 투 아웃. 투수 이용찬의 힘이 아닌 포수 양의지의 결정적인 송구로 얻어낸 것이었다.

이용찬은 좀처럼 제구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김원섭과 이범호에게 각각 우전안타, 볼넷을 허용한다. 만약에 이용규와 김선빈이 가만히 있었다면 타이거즈는 손쉽게 선취점을 얻었을 상황이었다. 2사 1,2루에서 이용찬은 최희섭을 떨어지는 포크볼로 삼진 처리한다. 이날 경기에서 이용찬이 본인의 힘으로 얻어낸 첫 아웃카운트였다.

3회까지 이용찬은 제 컨디션을 찾는 데 애를 먹었고, 결국 폭투로 3회초 선취점을 내준다. 다시 한 번 베어스에게 '홈구장 울렁증'이 찾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베어스는 곧바로 이어진 3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양의지의 2루타, 보내기 번트에 이은 손시헌의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만든다. 그리고 4회말 공격에서 모처럼 중심타선인 김현수, 김동주가 폭발하면서 2점을 더 추가하며 경기를 뒤집는다. 5회말에도 베어스는 김현수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아내며 윤석민을 무너뜨린다.

베어스 선발투수 이용찬은 초반에 흔들렸지만 양의지의 결정적인 도루저지와 야수들의 지원에 힘입어 6이닝 동안 상승세의 타이거즈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삼진 5개를 빼앗는다. 그리고 구원등판한 홍상삼, 노경은이 모처럼 안정적인 투구를 보이면서 9회 마무리 프록터에게 안전하게 마운드를 인계한다. 선발투수와 중간계투진이 모처럼 조화를 이룬 모습이었다.

▲ 4-1로 승리한 두산의 마무리투수 프록터와 포수 양의지가 경기가 끝난 후 손을 마주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에 타이거즈는 믿었던 윤석민이 직구와 슬라이더의 스피드가 평소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베어스 타선을 당해내지 못한다. 예전처럼 마운드에서 쉽고 경쾌하게 공을 뿌리는 모습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윤석민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참 쉽고 편안하게 던진다는 느낌이었는데, 최근에는 마운드에서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진 듯한 모습이다. 레퍼토리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베어스는 경기 초반 이용찬이 흔들리면서 대량실점의 위기를 맞았지만 포수 양의지가 결정적인 도루저지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 양의지의 호송구가 없었다면 베어스는 지난주 일요일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처럼 초반 대량실점으로 무너질 뻔하였다. 양의지는 포수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공격에서도 3회말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2루타로 동점 득점을 올리면서 공수에서 프리미엄급 활약을 펼쳤다. 마운드 위의 위태로운 선발투수를 구해낸 양의지의 활약이 돋보인 5월 29일 잠실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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