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은 절대 현실에 있어서는 안 될 내용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이는 사회현상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분통이 터져 뒷목이 뻐근할 지경이다. 사건 하나만으로도 열이 오를 일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세트로 터져버리며 60분 동안 멈추지를 않는다.

시청자로서는 차라리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으면 하는 드라마의 내용은, 사실 안을 까서 뒤집어 놓으면 이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추적자 THE CHASER> 지난 1화에서 보인 친구를 이용한 의학적인 살인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비슷한 말로 나돌던 이야기라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모 간호사의 막말 발언은 이 장면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시비 걸지 마라. 환자, 보호자들. 맘만 먹으면 너희 3초면 숨지게 할 수 있다”라는 말은 도저히 백의의 천사라는 간호사가 할 말은 아니었기에 대중은 집단 패닉상태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병원에서 퇴사 조치되었지만 말만이라도 소름 끼칠 이야기였다.

그런 상상도 하기 싫은 이야기가 ‘추적자’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권력의 힘은 대단하다고 모든 증거를 소멸시킬 수 있는 모습 또한 경악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했다. 딸을 잃은 아비 백홍석 형사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움직이는 순간 모든 증거는 사건을 덮으려는 권력자로 인해 사라져 버린다.

단 한마디에 사고가 난 현장은 포장 공사가 이루어졌고, 현장 주변의 CCTV는 강동윤의 한 마디에 해킹이 되어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며 백 형사를 아득하게 만든다. 발인 전에 범인을 찾아 딸 앞에 무릎을 꿇리겠다는 작은 소망도 이루어지기 힘들게 만든다.

작은 정의도 수행할 수 없는 힘없는 형사는 스스로 사건을 파헤치며 필요한 영장조차 검찰에서 받아내지 못하는 신세다. 법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현실은 현실의 정의를 수행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불법이라도 백 형사는 불법도박판의 건달들을 동원하여 사건의 증거를 취하는 시도를 하여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분노한다.

제 아무리 모범경찰이며 시민이면 뭐하겠는가! 딸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한 작은 노력도 개인의 기분 때문에 영장 실질 심사도 반려되는 세상인데 말이다. 검찰의 안일한 사건 대처방식과 권력에 놀아나는 검찰과 경찰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어 씁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잘 살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화목한 가정을 이뤄 살던 소시민 형사 가족은 단 한 번의 사고로 행복한 가정이 모두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그런 가정을 지켜주는 것은 평소 두터운 정을 쌓은 동료 한두 명이 전부다. 정의를 수행하는 경찰이었지만, 언제라도 자신보다 더 큰 권력이 지시하는 일이라면 동료쯤은 폭력으로 진압할 수 있는 경찰 동료의 모습은 씁쓸한 맛을 남겼다.

이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는 1화 때에도 60분이 전회의 내용을 다 퍼부은 듯한 내용의 혼합체를 보는 듯 했다. 2화는 할 것이 남았나 할 정도로 한 회에 모든 내용이 다 담긴 듯했다. 하지만 2화에서도 한 회를 보는 것이 마치 모든 화를 한 곳에 퍼부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다음 화에서 보여질 내용은 더욱 더 분노하게 할 내용들이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경악할 수밖에 없다. 죽어간 딸의 순수한 영혼을 더럽히는 그의 친구같지 않은 친구의 거짓 증언은 또 한 번 시청자를 분노에 휩싸이게 할 것이다. 누구보다 착하게 살아왔던 작은 소녀 백수정이 아저씨들을 만나왔다는 친구의 증언은 정상적인 멘탈을 가질 수 없는 조건을 만들게 한다.

이 드라마의 내용은 현실에 있는 어두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더욱 쓰라리고 아프게 다가온다. 백홍석 형사의 분노의 크기 이상으로 시청자 역시 분노하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추적자 THE CHASER>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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