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의도적으로 스포츠조선 전 사장의 이름을 흘렸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 장자연과 만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감추기 위해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활용’한 측면이 다분하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공신력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언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오보를 낸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오보’의 이유가 사주 일가의 문제 때문이라면 더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족벌 언론’의 폐해는 진즉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장자연 사건’ 관련 보도만큼 생생하고 실증적 사례가 발생한 경우는 드물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사주의 지배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조선일보가 앞으로라도 정상적인 언론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인가 자체에 심각한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계 일각에서는 조선일보가 무리하게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흘린 이유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 단순히 친형제라는 점을 넘어 운명 공동체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방상훈 사장의 조선일보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보호하는 맥락은 단순히 사주 형제의 ‘뜨거운 우애’ 차원을 넘어서는 ‘차가운 비즈니스 관계’에 대한 엄호로 작동한 것이란 지적이다.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은 조선일보의 대주주이다. 2009년 기준 조선일보 주주 명단을 보면 방용훈 사장은 전체 주식의 10.57%를 소유한 5대 주주다.(조선일보 주주명단 참고)

▲ 2009년 기준 조선일보의 주식 보유 현황을 기록한 자료.

조선일보 주주명단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4대 주주인 방우영 명예회장의 존재다. 고인이 된 방일영 회장의 동생인 방 명예회장은 방상훈 사장에겐 작은 아버지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숙부-조카의 관계는 아니다.

방 명예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방상훈이 자신의 친구 3인(유석현, 신영수, 이상천)에게 임의로 조선일보 주식을 차명 보유하게 했다’며 방상훈 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에 대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3인의 지분(133,565주, 전체의 3.71%)을 방우영 회장에게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이 소송을 통해 방우영 회장은 8.37%을 가진 5대주주에서 12.08%를 가진 4대 주주로 승격했다.

숙부가 소송을 통해 조카와 주식 쟁탈전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가 언뜻 잘 상상이 가질 않는 일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가계도에서 이런 문제는 그렇게 낯선 일만도 아니다. 방상훈 사장의 경우 지난 2008년에는 배다른 동생들과도 상속재산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패소했던바 있고, 방상훈 사장과 배다른 형제들의 갈등은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방씨 일가의 경우 워낙에 지켜야 할 재산은 많고, 가계도는 복잡한 탓에 재산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방상훈 조선일보 상장은 2009년 기준으로 주식 평가액이 1,273억 원에 달해 대한민국 전체 45위의 부자이고, 그의 아들인 방정오가 597억 원, 동생인 방용훈이 568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는 등 형제와 자식이 모두 대한민국 100대 부자에 속한다.)

복잡한 가계도야 말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재산을 지켜나가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방상훈 사장은 “대한민국에서 기생의 머리를 가장 많이 올려줬던” 아버지를 둔 탓에 친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이외에도 배가 다른 동생을 3명이나 더 두고 있고, 또한 아버지의 동생인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과의 관계 역시 소송을 했던 데서 알 수 있듯 원만한 관계는 아니다.

▲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친동생으로 조선일보 5대 주주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은 방상훈 사장의 가장 든든한 우호지분이자 결코 악화되서는 안되는 관계라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상훈(30.03%) 사장과 동생 방용훈(10.57%) 코리아나 호텔 사장 그리고 장남 방준오의 지분(7.70%)를 모두 합친 방일영 직계비속의 지분 총합은 조선일보 전체 지분의 48.3%에 그친다. 경영권과 관련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51%에 2.7%가 부족한 상황이다. 방상훈 사장이 숙부와 얼굴을 붉혀가며 자신의 친구 3인(유석현, 신영수, 이상천)을 앞세워 3.71%의 주식을 차명 보유하려 했던 까닭 역시 51%의 지분 확보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지적이다.

실제, 방우영 명예회장의 지분 12.08%과 아들 방성훈 스포츠조선 부사장(16.88%)을 합치면 조선일보 전체 주식의 28.96%가 된다. 다른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딱 한 명,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 방우영 명예회장을 지원하거나 행여 우호적으로 변모하면 그 지분의 합계(39.53%)가 방상훈 회장 직계의 지분 합계(37.73%)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입장에서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은 단순한 동생이 아니라 조선일보 경영권 수호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셈이다.

▲ 2011년 3월 9일자 조선일보 10면.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과 방상훈 사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장자연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 사장은 평소 ’스포츠조선 사장을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선일보가 언론으로서 차마해서는 안 되는 ‘오보’를 내보내며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을 보호하려했던 까닭의 또 다른 이유를 보여준다. 조선일보 입장에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은 단순히 사장의 직계 가족이어서가 아니라 경영권 측면에서 결코 다쳐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당국은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 장자연을 만났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 물론, 방용훈 사장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다만, 방상훈 사장의 무혐의만 발표했을 뿐이다. 이를 조선일보는 ‘방상훈 사장은 무관하며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에 대해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에선 “제목까지 위에서 다 뽑아내려왔다”는 말이 횡행했다고 한다. 또 다른 조선일보 관계자는 “조선일보엔 사장이 둘이다. 낮의 방 사장과 밤의 방 사장이, 광화문의 방 사장과 강남의 방 사장이 다르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은 밤엔, 강남에선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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