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갑 비대위 * 김창현 * 오병윤 ⓒ 연합뉴스


구당권파의 막무가내식 버티기가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혁신비대위의 우유부단함이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비대위의 우유부단함은 지금까지 첫째, 검찰 압수수색의 기회를 제공했고, 둘째 언론에 당원비상대책위와 동격으로 취급당하고 있으며, 셋째 범당권파 당원들의 세과시와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위 초기에 한 쇄신파 인사가 “분당을 각오하고 밀어붙이면, 분당까지 안 가고 혁신이든 쇄신이든 가능할 것이다. 우유부단하게 갈 경우, 조직세의 차이 등을 감안할 때 절대 아무것도 할수 없고 꼬이기만 할 것이다”고 우려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강기갑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퇴시한을 25일 정오까지 연기했다. 비대위가 정한 21일까지의 사퇴를 거부한 후보자와 당선자는 4명이다. 김재연, 이석기, 황선, 조윤숙이다. 특히, 황선 후보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앙위원회 끝난 직후에는 사퇴한다고 답했다가, 사퇴를 번복했다. 구 당권파 조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회의에서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혁신비대위의 임무는 명확하다. 중앙위원회의 결의를 이행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결의이행만을 강조하는 강위원장의 이러한 지적은 그러나 결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당행위 등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대처하고 결의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은 빠져있다. 결의이행과정 중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안에 대한 입장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서 더더욱 그런 의지에 대한 의혹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날도 당원비대위에 대해서도, 어제의 100인 당원의 제안에 대해서도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2008년도 분당사태 당시, 당을 장악했던 당권파의 행보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2일 부산경남울산지역 100인의 당원은 5가지를 제안했다. 핵심은 ‘당원여론조사’이라는 새로운 제안이다. 제안한 당원여론조사 방식은 중앙위원회와 충돌되는 상황에서, 범당권파의 역공으로 해석된다. 명분을 줄테니, 이 정도에서 수습하자는 타협안인 셈이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의 당원들로 넓게 보면 범당권파로 분류되는 당원들이다. 울산지역은 현장쪽 노동당원들이 제외된 것만 빼고, 대부분 소위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울산연합’ 출신들이다. 경남지역의 경우, 그 지역에서는 '연합'이란 표현을 안쓰고, '주사파'란 표현을 쓴다고 전해지는데, 이들은 지역에서 표현하는 ‘주사파’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사무총장을 하고 있는 국민참여당계의 사람도 포함되었는데, 확인한 바 지역에서는 국참 활동 때부터 '주사파'로 불렸다고 한다.

연합군으로 이루어진 비대위의 구성으로 말이암아, '미숙함'에다 '의지'의 차이마저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쇄신대상이 당을 장악했던 당권파라는 점에서 혁신비대위에게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이러한 어정쩡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어느 조직의 역사에도 조직을 장악했던 대상들이 강력한 갈등과 충돌의 과정없이 정리된 적은 없다.

분당을 각오하면 분당은 안한다

오늘 강기갑 비대위의 사퇴시한 연기는 과연 비대위가 혁신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까지 만들어내고 잇다. 비대위 초기부터 봉합으로 마무리되면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강기갑 비대위가 봉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증이자, 당권파가 쇄신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처음부터 타협할 생각을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강기갑 비대위 구성초기에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이견 차이의 뒷면에 존재했던 것은 그러한 의지의 강도 차이로 풀이됐다. 초기 비대위구성에 구당권파 등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자기들이 밀었던 집행위원장이 용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이상규 당선인은 밝힌 바 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비대위 논의 결과, 받아들이지 않아 번복됐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혁신하겠다는 강위원장의 표면적 발언과 상관없이 사태를 보는 입장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법이 차이가 존재한 것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당규개정의 오류로 이전에는 중앙위원회 직제소가 가능했었으나, 5월 12일 중앙위원회 개정당규로는 직제소가 불가능하고 시도당 당기위부터 시작해야 하는 판에 몰려있다. 이 당헌당규 개정안의 책임자는 현 권태흥 비대위 집행위원장이다. 어설프다는 반증이다. 언론에서 논란이 되는 다른 시도당을 통한 당기위가 시작 가능하다거나, 당적이동 무효라는 해석 등이 발생하게 된 일차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당기위 직제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전, 민주노동당의 당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당규는 바뀌었다.

당원비상대책위 인사들의 행보와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오병윤 당원비상대책위원장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 당선인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고, 단지 한 사람의 당원이라도 명예를 훼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되풀이 하고 있다. 중앙위원회 결정사항을 위배하는 모습을 피하고, 명분을 쌓고자 하는 노련함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당원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대응한 것이 무엇인가? 고작, 그런 이름을 쓰지말라는 정도였다. 쇄신파의 한 인사는 "사실 내부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저쪽 인사를 참여하지 않기로 한 이상은 지금 정도면 명확한 '정치적 경고'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전혀 다른 2008년 분당사태의 기억

구 당권파의 노련함은 2008년 분당의 경험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2008년도 구당권파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다수결로 일심회 관련자 2명에 대한 안건을 부결시킨 후, 그에 반하는 인사들에 대한 당기위 제소 모든 발언들에 대해 강력한 경고들을 날린 바 있다. 지금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원의 총의'이라는 명분도 없었다. 한마디로 "조직이 결정했는데 무슨 잡소리"이었다.

당시, 당권파는 현재의 구당권파였다. 얼굴로 나선 인사는 심상정의원이었으나, 당시의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구당권파가 당을 장악한 초기였다. 당시 그들의 명분은 중앙위 결정사항에 반하는 '해당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지금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혁신비대위는 아무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 이처럼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혁신비대위는 쉽게 보일수도 있다. 혁신비대위에 당시 정치 보복에 준하는 행동을 당했던 새진보통합연대 측의 인사는 한 명도 없고, 강기갑 위원장은 당시 당권파입장이었다. 비대위의 핵심을 맡고 있는 인사들이 그런 일을 경험한 바가 없는 것이다. 혁신비대위는 지금 경험도, 능력도, 의지도 없이 구 당권파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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