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촉장 받는 장석춘, 한명숙과 대화하는 이용득 @ 연합뉴스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이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한국노총에 대한 청와대의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이후,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대선전략을 논의할 때 통합진보당에 대한 색깔론 제기와 한국노총 흔들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는 특별히 이견을 달지 않았다.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은 당내 민주주의 문제로 혼란에 처해있어 손안대고 코풀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남은 것은 한국노총이다. 22일 청와대는 대통령 고용노동특보에 장석춘(55)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위촉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한국노총에서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을 되돌리기 위한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노총내에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힘 몰아주기라는 것이다. 더불어, 19대 총선에서 탈락한 장위원장에 대한 보은의 성격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의 우세속에 장위원장은 올초 새누리 비례에서 탈락한 바 있다.

한국노총내부에서는 한달 전부터, 장 위원장의 청와대입성 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지금 한국노총은 민주당과의 지속적인 정책연대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세력과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자는 세력으로 나뉘어있다.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지속하자는 세력은 이용득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공공, 화학연맹 등의 지도부이고, 반대 입장은 항운, 자동차, 택시연맹 등의 지도부이다. 올해 4월 정광호 현 사무총장은 “한국노총 상층부의 경우 기존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치방침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을 놓고 난항을 겪었고,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무효로 되돌리기 위한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는 등 법적분쟁까지 발생했다”며, “결론을 내기도, 결론을 낸 이후에도 힘들었다”고 했다.

현재도 양 세력의 힘겨루기는 계속되고 있다. 다만, 한국노총은 현재 이용득 위원장체제이고, 조합원들의 지지가 현 지도부에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청와대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새누리당과의 새로운 정책연대보다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분으로 한 ‘민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로 보인다.

임태희와 장석춘, 그리고 이용득

2010년 10월붜 2011년 7월까지 임태희씨가 노동부장관이었을 때, 장석춘씨는 한국노총위원장이었다. 당시 장석춘 위원장은 2009년에 이명박정부가 노동관계 정책으로 추진했던 '전임자임금지급금지와 타임오프제도입, 그리고 창구단일화를 전제한 복수노조' 등을 입법화 하는데 앞장섰다. 2009년 11월30일 한국노총 전체 조합원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전임자임금문제의 자체해결'과 복수노조의 유예'를 주장하는 입장을 발표한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한 달 뒤, 2010년 1월 1일 '전임자임금지급금지와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하는 복수노조'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관계법안 등을 날치기 처리한다. 당시 의원이었던 임태희의 노동부장관 임명은 10월 이었다. 이후 임태희 장관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영전한다. 장 위원장은 그 이전에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의 반대를 무릎쓰고, 노동계는 임금동결, 반납, 삭감하고 기업은 해고를 자제한다는 내용의 노사민정 대타협안에 서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위원장의 친MB적 성향에 근거한 독단과 파행은 2011년 1월 이용득 전 한국노총위원장을 위원장에 당선시키게 된다. 이용득 위원장은 장석춘 지도부의 부위원장 출신이었던 두 후보를 따돌리고, 1차에서 과반을 획득 무난하게 당선된다. 이 선거는 장 전 위원장에 대한 심판선거로 알려졌다. 이용득 위원장은 당선 즉시 새누리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와 전임 위원장의 협조하에 통과됐던, 노동관계 법안들에 대해 전면개정을 선언한다.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승리하고, 통합진보당의 내분으로 진보에 대한 대국민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석춘 전 위원장에 대한 특보 임명은, 함께하는 산하 연맹들을 본격적으로 움직이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5월 15일 이용득 위원장이 빠진 상태에서 한국노총 산하 연맹대표자들은 간담회를 갖고, 이용득 위원장에게 위원장직에 전념할 것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선정과정의 절차상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참가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현 집행부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신임 김재만 금속노련 위원장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정치방침을 다시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장석춘은 한때 금속노련 부위원장이었으며, 김만재 신임 위원장 당선에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등의 지지가 큰 몫을 차지했다. 장석춘 특보는 LG전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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