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이강백의 단막희곡 “결혼”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어서 조금 더 기대되었습니다. 결혼을 철학적으로, 인간적으로 바라본 단막희곡 “결혼”을 뮤지컬로 만날 수 있다 해서 연극과는 또 다른 느낌의 “결혼”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소극장에서 공연하면서 많은 호응을 불러왔으며 인지도를 쌓아놓은 뮤지컬 ”결혼”. 이번에는 충무아트홀 블랙 중극장에서 5월19일부터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시놉시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외로워졌고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가난한 그와 결혼해줄 “여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그는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탈탈 털어서 집사가 딸린 그럴 듯한 집을 빌린다. 명품시계와 명품 옷을 빌려 입은 그는 마치 자신이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화려하게 꾸며놓고 여자를 집으로 초대한다.

남자는 빌린 것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지만 빌린 물건들에는 모두 제한 시간이 있다. 그것을 관장하는 집사는 제한시간이 될 때마다 냉혹하게 남자의 물건을 회수해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빈털터리가 되는 남자, 결국 빌린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는 남자. 과연 여자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인가…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이 뮤지컬은 결혼을 소재로 시작됩니다. 결혼하는 아름다운 커플의 낭만적인 이야기로 전개된다면 극의 중반부부터 빈털터리가 되어가는 남자를 보면서 낭만은 사라지고 이야기는 현실로 접어듭니다.

남자의 시작은 현실사회의 반영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사람에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세상에서 풍요로운 모습을 배경으로 진심을 말하면 통할 것이라는 생각에 남자는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그런 남자의 겉모습을 보고 갈등하는 여자 또한 어느 순간 남자의 물질적인 면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줍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빌린 것이고 그 어느 것 하나도 남자의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여자는 혼란에 빠져 버립니다.

뮤지컬 “결혼”에서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온데간데없고 남자는 결혼을 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는 세상에서 결혼은 사랑보다는 조건, 사랑보다는 돈이 우선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남자는 말합니다. 세상은 어차피 다 빌린 것들뿐이라고

모든 것을 빼앗긴, 아니 다시 되돌려준 남자는 빈털터리가 되어 말합니다. 어차피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냐고? 어차피 잠시 사용하고 되돌려놓고 우린 빈손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냐고. 남자의 주장은 철학스럽지 않고 치졸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사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능력 없는 사람이 그런 말을 담기에는 한심스러워 보이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결혼에 대한 진정한 의미는 어쩌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 “결혼”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그리고 생각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정답은 뮤지컬을 보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중극장에는 어색한 뮤지컬 “결혼”, 소극장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 듯

원작에 충실한 뮤지컬이다 보니 중극장에서의 허전함이 많이 느껴집니다. 단 세 명의 배우가 집중하고 보여주기에 무대가 조금은 크지 않은지 싶었습니다. 진정한 극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과거의 명성에 조금은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합니다. 특히 결혼을 앞둔 그리고 결혼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꼭 봤으면 합니다.

대중문화 이야기꾼 홍반장입니다
블로그 홍반장의 꿈 http://www.cyworld.com/woogi002000
운영하고 있고요, 대중문화 평론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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