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연장 11회초에 터진 이진영의 2타점 결승타에 힘입어 두산에 승리했습니다. LG는 주말 3연전을 스윕해 4연승을 거두며 두산을 5연패의 수렁에 빠뜨렸습니다.

5:5로 맞선 9회초 1사 만루에서 정성훈을 병살타로 유도하는 등 호투하던 임태훈은 11회초 1사 후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볼 8개를 투구해 LG는 1사 1, 2루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대형의 2루 땅볼이 진루타가 되면서 2사 2, 3루가 되자 이진영은 임태훈의 4구째 떨어지는 변화구를 받아쳐 좌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습니다. 사실 9회초에 그랬듯이 손등 부상으로 인해 타격감이 좋지 않은 정성훈과의 승부를 위해 이진영을 고의사구로 내보내 1루를 채웠다면 정성훈이 2사 만루에서 타점을 기록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였습니다. 하지만 두산 배터리가 이진영과의 승부를 선택한 것이 LG로서는 행운이었습니다.

▲ LG 이진영 ⓒ연합뉴스
2회초 2사 후 두산 에이스 니퍼트를 상대로 LG가 대량 득점하면서 낙승하는 듯했지만 8회말 실책과 폭투가 겹쳐 5:5 동점이 되었고 역전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1사 3루에서 오재원의 타구는 안타성 타구였지만 박용택의 다이빙 캐치로 아웃되었는데 3루 대주자 김재호가 오재원의 타구가 외야로 나갈 때 3루로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 플라이가 되지 않아 LG는 역전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무사 혹은 1사 3루에서 외야로 타구가 나갈 때 3루 주자는 3루 베이스로 복귀한 다음에 안타 혹은 아웃 여부에 따라 스타트하는 것이 원칙인데 아마도 김재호는 당연히 안타가 될 것이라 속단하고 3루 베이스로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타구는 짧았지만 박용택이 다이빙 캐치해 자세가 무너졌기에 발 빠른 김재호가 3루에서 복귀해 태그업했다면 충분히 두산의 역전 득점이 가능했지만 김재호의 본헤드 플레이로 역전에 실패했습니다.

LG의 수훈갑은 결승타의 주인공 이진영이지만 경기 종반 등판한 이상열과 김기표의 공도 큽니다. 김재호의 본헤드 플레이 이후 8회말 2사 3루의 역전 위기는 계속되었지만 유원상을 구원한 이상열은 정수빈을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종료시켰습니다. 8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이미 실책 4개를 범한 LG 내야진을 상대로 정수빈이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면 LG는 실점했을지도 모르지만 정수빈은 번트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9회초 1사 만루의 기회를 병살타로 놓쳤지만 이상열은 9회말을 삼자 범퇴로 차분히 처리했고 10회말 등판한 김기표는 대타 김동주를 비롯해 삼자범퇴 처리하며 11회초 결승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승리로 귀결되었지만 경기 내용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선발 임정우는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그에 앞서 5이닝 동안 무려 네 번의 무사 1, 2루 위기를 맞이하는 등 매우 불안했습니다. 특히 1회말과 5회말에는 선두 타자에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내야 실책 속출로 승리 투수 요건을 날렸지만 5월 14일 문학 SK전에 비해 제구가 흔들려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LG 내야진은 임정우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3개의 실책을 범하는 등 무려 4개의 실책을 범했고 그 중 3개가 실점과 연결되었습니다. 2회말에는 선두 타자 이원석의 땅볼 타구에 정성훈이 1루로 악송구하는 실책을 범했고 3회말에는 선두 타자 정수빈의 타구에 오지환이 실책을 범했습니다.

5회말에는 무사 1루에서 정수빈의 땅볼 타구를 포구한 서동욱이 2루 베이스에 들어간 오지환에게 악송구해 세이프로 판정되었습니다. 사실 오지환이 2루로 향하는 1루 주자 오재원보다 먼저 베이스를 밟았고 오재원이 오지환의 발을 밟으며 2루를 밟지 못했지만 우효동 2루심의 오심으로 인해 세이프가 선언되었습니다. 오심을 저지른 우효동 2루심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지만 2루에 악송구해 오심의 빌미를 제공한 서동욱에게도 잘못은 있습니다. 차분히 송구해 확실히 아웃 처리했다면 오심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서동욱의 실책은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되었습니다.

6회말 2사 후 최성훈의 연속 피안타로 1실점해 두산이 5:4 턱 밑까지 추격해온 상황에서 8회말 1사 1루에서 오지환은 오늘 경기 두 번째 실책이자 LG 내야진의 네 번째 실책으로 1사 2, 3루의 역전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그리고 오지환의 실책 직후인 오재원의 타석에서 유원상의 폭투로 5:5 동점이 되었습니다. 블로킹을 제대로 하지 못한 김태군에게도 책임은 있지만 ‘실책은 전염된다’는 야구 속설에 의하면 책임이 더 큰 것은 오지환입니다. 오지환은 백업 유격수 없이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데 젊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체력적인 부담과 정신적 압박감을 덜어주기 위해 백업 유격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듯합니다. 손등 부상으로 악송구를 반복하고 있는 정성훈 역시 선발 출장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결정적인 오심과 4개의 실책, 그리고 선발 투수의 난조와 중심 타선의 정규 이닝 침묵 등으로 인해 낙승할 수도 있었던 경기가 연장 접전 끝에 신승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초반 대량 득점에도 불구하고 종반 동점까지 허용한 것은 선수단의 방심 때문은 아닌지 곰곰이 돌이켜봐야 할 것입니다. 다음 주 창단 이후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넥센을 맞아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주 5승 1패로 승패 마진 +4에 도달한 것은 다행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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