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영화는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징적인 색채와 재미가 가득합니다. 이미 TV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원작을 영화했을 때 가질 수 있는 부담은 팀 버튼만의 스타일로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재미를 끄집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팀 버튼이 만들어낸 세상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18세기 유명한 바람둥이 바나바스 콜린스(조니 뎁)는 자신의 성과 같은 집에서 일하는 안젤리크(에바 그린)을 잘못 건드린 것이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습니다. 거대한 성을 짓고 편안한 삶을 살던 콜린스 가는 아들 바나바스의 바람 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바나바스가 건드렸던 안젤리크는 단순한 시녀가 아닌 마녀였음을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진정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모든 바람 끼를 잠재우고 결혼을 통해 안주하려던 바나바스는 그가 함부로 대했던 안젤리크에 의해 큰 시련을 겪게 됩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벼랑에서 떨어져 숨지고 자신은 연인을 따라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운명을 지닌 뱀파이어가 되고 맙니다. 안젤리크의 지독한 저주는 죽어서도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안젤리크의 저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을 영원한 어둠 속으로 가둬버리고 맙니다. 부모들의 죽음과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까지 경험하면서도 본인은 죽지도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바나바스는 그렇게 200년이라는 세월을 땅 속 관 속에서 갇혀 지내야만 했습니다.

고풍스러운 그러나 이제는 폐허에 가까운 그곳에 낯선 이방인이 찾아듭니다. 빅토리아(벨라 헤스코트)는 콜린스 가에서 공고한 가정교사 역을 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지만 그녀에게는 숨기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유령과 소통을 했다는 이유로 빅토리아는 부모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지각도 할 수 없는 나이에 자신과 놀아주던 그녀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빅토리아는 알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유령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아 정신병원에서 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그녀에게는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비 오는 날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그녀에게 유령은 콜린스 가를 지목해 줍니다. 부모가 자신을 버렸을 때도 홀로 남겨진 정신병원에 자신과 계속 있어 준 유령의 손길은 당연한 듯 그녀를 콜린스가로 이끌게 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했던 유령이 과거 바나바스의 연인이었고, 현재의 빅토리아는 과거의 연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운명은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일인지도 모릅니다. 빅토리아가 정신병원에 갇히고 성장해 유령의 모습과 닮게 되자 바나바스가 깨어날 시점 그 성으로 보낸 것은 200년을 참은 유령의 간절함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200년을 땅 속에서 지내다 자신이 묻힌 지역이 개발 되며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바나바스는 굶주렸던 피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무너져가는 자신의 예전 집으로 향합니다. 쓰러져가는 고성에는 자신의 후손들이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통괄한 듯한 엘리자베스 콜린스(미셀 파이퍼)와 바람둥이 로저 콜린스(조니 리 밀러), 이상한 가족들 중 가장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10대 반항아 캐롤린(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와 유령과 소통하는 로저의 아들 데이빗(걸리버 맥그래스)가 콜린스라는 이름으로 콜린스 가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가족들과 함께 술에 쩔어 사는 의사 줄리아(헬레나 본햄 카터)와 집사 윌리(잭키 얼 헤일리)는 깨어난 바나바스와 함께 영원한 적인 안젤리크와 대항해 집안을 살리기 위해 악전고투를 하게 됩니다. 어둠에서 깨어나 콜린스가의 부흥을 꾀하고 이미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안젤리크와 대립을 하는 과정은 200년 전에 마무리하지 못한 승부의 시작이었습니다.

200년이라는 세월동안 관 속에 갇혀 지냈음에도 바람 끼를 버리지 못한 바나바스와 200년이 지났음에도 그만을 사랑하는 안젤리크는 상상을 불허하는 장면은 팀 버튼만이 보여줄 수 있는 광기였습니다. 그들의 이 지독한 광기는 자연스럽게 200년 전 과거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밖에는 없게 만들고 맙니다. 과거나 현재 바나바스의 사랑은 안젤르크가 아닌 빅토리아였으니 말입니다.

괴팍한 광기와 팀 버튼 특유의 재미가 그대로 감겨져 있다는 점에서 '다크 섀도우'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팀 버튼과 단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의 모습은 한 몸처럼 잘 어울렸습니다. 조금은 아쉬웠던 것은 이야기의 힘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한계가 팀 버튼 특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팀 버튼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그의 상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창작에서 비로소 드러난다는 점을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당시 히트 팝 넘버들이 배경 음악으로 계속 나오는 것은 팀 버튼의 색채와 묘하게 어울리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의 단순함에 이어 아쉬웠던 것은 캐롤린으로 등장한 클로이의 존재감이 미약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팀 버튼과 클로이의 만남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는 점에서 둘이 다시 만나 클로이를 위한 영화를 만들어준다면 의외로 환상적인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늑대인간에 물려 울프 걸이 된 캐롤린의 모습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콜린스가의 이야기가 아닌 캐롤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면 어쩌면 '다크 섀도우'보다 멋지고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팀 버튼의 광기는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이야기의 참신함을 이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세상은 영화로 표현되고 영화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 영화 속 세상 이야기. 세상은 곧 영화가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소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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