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방탄소년단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잠정적인 단체활동 중단 계획을 밝혔다. 저 메시지는 군 입대를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하이브 매출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해당 영상이 올라온 후 하이브 주가가 큰 폭으로 꺾였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톱 소셜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한 2018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들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1위를 한 2020년엔 대중문화예술인 병역 의무 수행이 만 30세까지 연기될 수 있는 병역법 개정안이 나왔다. 작년 후반기에는 거기서 더 나아가 병역특례를 주는 개정안이 입안됐고 정권 교체와 맞물려 논의가 이어졌다. 인터넷에선 찬반 논란이 번졌고 젊은 남성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제공=연합뉴스]

병역특례 찬성 여론이 말하는 명분은 ‘국위 선양’이다. 이미 스포츠 예술계가 해외 대회 수상으로 병역특례를 얻는 상황에서, 나라를 알리는 사절 역할을 하는 방탄의 활동이 군 입대로 중단된다면 국익 차원에서 손해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은 몇 가지 논리에 걸친 주장을 한다. 스포츠와 달리 대중문화는 공인된 국제대회 같은 것이 없어 특례를 적용할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 연예인은 국가대표로 선발된 신분이 아니라 사인으로서 사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점, 그리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보통 청년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두 주장은 각각 타당하기도 하고 그늘도 있다.

해외 실적으로 따진다면 어떤 예술계나 스포츠계 인사도 방탄소년단만큼 전인미답의 길을 간 적이 없다. 세계 문화 중심지 북미에서 최초의 한국인 슈퍼스타가 됐으니 이들의 활동은 이들의 피부색, 국적과 연결돼 있다. 게다가 공익과 사익의 경계는 국가대표 신분에 따라 무 썰리듯 나뉘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수라 해도 대회에서 수상하려는 동기는 사익 추구가 클 것이다. 메달을 따면 연금이 나오고 커리어를 쌓고 병역 혜택을 받는다. 병역특례 자체가 사익이 돼서 그걸 얻기 위해 대표팀 소집에 응하는 케이스도 있다. 국가대표는 공적 신분으로 사익 또한 추구하고, 방탄소년단은 사익을 얻음은 물론 공적인 기여도 했다.

병역특례는 나라를 대표하는 신분을 보고 주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기여했다고 간주되는 실적이 있을 때 준다. 예술 요원으로 병역특례를 받는 사람들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행되는 병역특례 제도의 취지와 적용 사례를 볼 때 방탄소년단과 같은 성취를 낸 대중문화 예술인들에게만 특례를 주지 않을 이유는 찾을 수 없다. 특례의 취지에 부합하느냐가 총론이라면 적용 기준을 정하는 문제는 각론으로서 특례 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못 된다.

[그래픽] BTS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수상 기록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에게 특례를 주는 것에 반대하겠다면 결국 병역특례 제도의 존재를 문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반대 여론이 나오는 커뮤니티에선 ‘국위 선양’이란 개념이 후진국스러운 발상이라거나,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할 의무에 예외를 둬선 안 된다거나, 인구 감소로 병력 수급이 어려우니 존재하는 특례도 다 없애야 한다는 근본주의가 등장한다. 입장을 밝히자면, 이 의견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현행 체육 예술계 병역특례는 과연 관련 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은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고, 체육계는 아시아게임, 올림픽에 걸쳐 무분별하게 특례가 주어진다. 특정 유명인들의 글로벌 활동이 공적 가치나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하더라도 ‘국위 선양’ 같은 국수주의를 넘어 좀 더 보편적인 관점에서 평가받는 것이 국적의 장벽이 낮아진 글로벌 시대의 정신에 부합한다.

징병제도는 기회비용이 큰 보편적 의무로 구성되지만 수행하는 계층이 특정 세대, 성별에 국한된다. 이런 의무에 예외를 만들 때는 세세한 논리나 형평성보다 전체 국민을 위해 의무를 부담하는 계층의 정서가 현실적으로 더 중요할 수 있다. 방탄 특례 반대 의견은 남초 커뮤니티 ‘에펨 코리아’에서 집중적으로 올라왔는데, 이들이 20대 남성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치인들과 관련 부처로선 현안 당사자들이 드세게 토하는 '박탈감'을 무시하기 힘들다. 게다가 저 20대 남성들이 현 정부 지지 계층으로 여겨지는 면이 있어서 한층 민감한 쟁점이다.

손흥민, 아시아인 첫 EPL 득점왕 우뚝…토트넘 3년만에 UCL 진출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병역법 개정이 불발된 현시점에서, 이후 현행 병역특례에 관해 근본적 성찰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새롭게 수혜 대상을 만들 때는 거창한 움직임이 필요하고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반발을 부르게 된다. 하지만 원래 있던 특례를 없애는 일은 기존 수혜 계층의 반발을 초래하고, 방탄소년단 하나와 달리 더 많은 집단의 이해관계와 결부돼 있다. 반대 여론 역시 자신들이 우상시하는 스포츠 영웅이 아니라 인기를 먹고 부를 누리는 '아이돌'이 특혜를 받는다는 점에 반감이 형성된 성격이 있다. 에펨 코리아에선 해당 논제에 관해선 ‘국위 선양’을 평가절하하는 말이 득세하지만, 손흥민이 받은 병역특례는 다르다는 말도 나오고 EPL 득점왕 수상에 ‘한국인 초유의 위업’이라 열광하는 유저들이 있다.

어떤 가치판단 없이 말하자면, 방탄소년단 일곱 명이 특례를 얻는다고 병력 수급에 영향이 가지는 않는다. 반대로, 그 일곱 명이 특례를 얻어야 유지되는 종류의 국가 위상이 있다면 그것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이번 논란은 흔히 ‘국뽕’이라 불리며 사회 전반의 코드가 된 국위 선양에 대한 욕망과 인터넷 이용 계층 20대 남성들의 보편적 자의식이 된 ‘군대’ 문제가 부딪히는 모양새가 됐다. 그리고 후자가 전자를 반박하여 물리치는 결말이 나왔지만, 사실은 제대로 비판되거나 성찰된 것은 없어 보인다. 방탄이 이룩한 글로벌 위상이나 손흥민의 특례가 방탄과 다른 이유 같은 것보다, 이 두 가지 코드를 들여다보는 것이 한국 사회 앞날에 더 결부돼 있다고 단정 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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