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유튜버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소송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유명 유튜버 ‘자빱TV’를 상대로 하는 소송 대리를 맡았다. 방송계 스태프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1인 미디어 업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자빱TV는 게임 유튜버로 30명의 스태프를 고용했는데, 지난해 12월 스태프들은 자빱TV가 자신들을 착취했다고 폭로했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자빱TV는 스태프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스태프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았다. 한 스태프는 3853시간을 일했는데 받은 급여는 556만 원이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1,440원이다. 스태프 업무량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스태프들은 생방송을 앞두고 밤샘 노동이 일쑤였다고 한다. 한 스태프는 과도한 노동으로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폭로가 나온 후 자빱TV는 은퇴를 선언하고 “보상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스태프 15명은 14일 노동자성 인정·임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리인단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이 긍정적으로 나와 유튜버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며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유튜브 채널이 (스태프 처우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자빱TV는 30명이 넘는 스태프들을 고용했으나 이 중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단 4명뿐이었다"며 "자빱TV는 '프리랜서일 뿐 근로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여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종속적 지위는 통상의 ‘근로자’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리인단은 노동자성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되는 '사용자 지휘·감독'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대리인단은 “지휘·감독이 없기 위해선 스태프가 마음대로 결과물을 제작하는 형태가 돼야 하는데, (자빱TV는) 중간중간 작업물을 점검하고 수정 요구를 했다”며 “유튜버 사정에 따라 일정이 변경되면 스태프는 수긍해야 했다. 유튜버는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지휘·감독했다”고 밝혔다. 일부 스태프는 게스트 섭외 등 유튜버가 요청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대리인단은 고 이재학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청주지방법원 판결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청주방송은 이재학 PD가 프리랜서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PD를 노동자로 인정했다”며 “이 PD 사건은 (이번 사건과) 가장 가깝다. 이 PD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자신의 종속성을 투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빱TV) 스태프들도 영상을 제작하는 데 노동력을 상당 부분 투여했다”고 말했다.

대리인단은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함께 제기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만든 저작물 저작권은 사용자에게 있지만, 프리랜서가 만든 저작물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다. 프리랜서가 만든 저작물을 유튜브에서 활용하기 위해선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자빱TV는 스태프에게 별도의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로 구성된 대리인단이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방송계에서는 스태프 노동자성에 대한 논란이 정리되는 상황이다. 방송작가·아나운서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법원·노동위원회 판결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3개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현장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CJB 청주방송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프리랜서 12명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김기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유튜버 스태프의 근로자성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유튜브 방송은 운영자 이름과 얼굴이 나가는데, 스태프가 마음대로 촬영본을 편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리랜서라면 완성본만 납품하면 되는데, 상시적인 지시를 받는다면 직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스태프들이 직접 소송하는 게 확실한 해결책”이라며 “관련 기사가 나가면 스태프가 유튜버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방송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어 아쉽지만, 유튜브가 방송과 유사하게 운영되고 스태프들이 (방송 스태프와) 유사한 근로를 하고 있다면 제작인력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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