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경향신문 독자들이 자극적 어뷰징 기사가 아닌 고품질 분석기사에 호응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 노사가 다음카카오에 송출된 기사의 열독률을 분석한 결과, 현안 분석·스토리텔링이 담긴 기사의 열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는 “포털에서 살아남으려면 PV(조회수) 높이기보다 열독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지부와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실은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다음에 송출된 기사 6400개의 PV·열독률을 전수조사했다. 3일 발행된 경향노보에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다음은 독자가 기사 페이지에 체류한 시간에 기대 체류시간을 차감해 열독률을 계산한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 기사 평균 열독률은 0.01이었다. 기대 체류시간과 실제 체류시간이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가장 열독률이 가장 높은 시간은 오전 6시였다. 경향신문지부는 “전날 작성돼 예약 송고된 기사를 출근길 독자들이 관심 있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저녁 시간보다는 오후 3시에 송고된 기사가 열독률이 높았다.

열독률 상위 10% 기사 중 분석·현장 스케치 기사 비율은 56%였다. 이어 속보 기사 31%, 자료 기사 9%, 인터뷰 3%, 칼럼 1% 순이다. 분야별로는 정치 38%, 사회 21%, 사건 15%, 국제 13%, 국방 7%, 경제 4%, 과학·의료 2% 순이다. 열독률 상위 10% 기사 중 국제기사의 열독률은 1.45로 사회(1.39)·정치(1.13) 기사 열독률보다 높았다.

경향신문지부는 “경향신문만의 관점이 녹아있는 분석, 독자적으로 취재한 현장 등 차별화한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며 “특히 사건 기사 중 경향신문이 독자적으로 취재해 현장의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면서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짚은 기사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향신문지부는 종로 금은방 카드단말기 조작 사건, 아파트 경비원 기획 기사 열독률이 높았다면서 “유명인이나 큰 권력 기관이 주요 소재가 아님에도 뉴스의 주인공 및 장소가 독자와의 근접성이 높고, 시사적 의미를 지닌 점에서 많은 독자의 시선을 오래 붙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가 열독률 상위 10% 경향신문 기사를 분석한 데이터 (사진=경향노보)

경향신문지부는 기사 길이가 길더라도 고품질이라면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지부는 “기사가 길면 독자들이 금세 지쳐 창을 빨리 닫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과녁을 정확히 맞혀, 답을 내놓는 고퀄 기사라면 긴 분량에도 더 꼼꼼히 오래 읽혔다”고 했다. 다만 경향신문지부는 “신년기획, 젠더기획 등 열독률은 마이너스대”라면서 “관심이 집중된 현안이 아닌 주제일수록 기사 수요층을 세밀하게 따져 유통과 홍보를 하지 않는 이상 높은 열독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독률과 PV의 상관관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 PV 상위 100개 기사의 평균 열독률은 0.1, 체류시간은 33초다. 경향신문지부는 “2021년 하반기 지면 제작 분리 후 PV는 같은 해 상반기보다 65% 가량 상승했다”면서 “하지만 편집국 운영의 성과 판단 기준을 PV로 한정 짓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이 열독률이 높은 기사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 관계자는 경향신문지부와 인터뷰에서 “구독 중심이 될 경우 DRI 지표(열독률)는 더 중요해지고 PV가 대세가 되긴 어렵다”고 했다. 네이버는 이미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고 다음도 1월 중순 모바일 뉴스에 이어 PC 버전 개편한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편집국을 디지털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온라인 퍼스트 전략을 시행한 바 있다. 편집국이 온라인 기사를 생산하면 신문제작국은 그중 일부를 선택해 지면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디지털 전환’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그 결과 PC와 모바일을 합친 경향신문 콘텐츠 구독자 수가 늘어났다"며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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