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주차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는 지난주에 이어 <남자처럼 생각하기>가 차지했습니다. 이 영화는 열흘 만에 6천만 불 이상의 수입을 기록하면서 올해 4월에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평점은 참 안 좋더니 흥행에서는 또 의외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군요. 그나저나 이번 주는 미국 박스 오피스 소식이 참 재미가 없습니다. 신작이 네 편이나 되는데도 하나같이 그저 그런 데뷔를 보이고 있고, 기존 작품들도 다 고만고만한 수준입니다. 곧 개봉하는 <어벤져스>를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르는 형국이랄까요? 며칠만 지나면 또 폭발적인 흥행소식을 전할 수 있겠군요.

2위는 신규 개봉작인 <허당 해적단>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또 한번 미국 박스 오피스의 흥행 취향을 보여줬습니다. 금요일에는 5위권에도 들지 못하더니 주말을 지나면서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왔네요. 그러나 실상 흥행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한 형편입니다. <허당 해적단>은 여러분도 잘 아실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는데, 2000년대의 아드만 작품 중에서 개봉성적으로는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도 <치킨 런>으로 정점을 찍은 걸까요?

<허당 해적단>은 간만에 만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입니다. 역시 <치킨 런, 월레스와 그로밋>을 제작한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이네요. 영국 작가인 기디온 데포의 4부작 소설 <The Pirates!>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이 애니메이션에는 해적이 등장합니다. 해적 선장은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줬던 라이벌 해적인 블랙 벨라미를 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올해의 해적상'을 차지해 복수를 하려고 마음을 먹은 선장은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거친 항해를 떠납니다. 휴 그랜트가 선장 역을 맡아 애니메이션에서 최초로 목소리 연기를 했습니다.

콰이어트 라이엇의 'Cum on feel the noise'가 귀를 즐겁게 하는 <허당 해적단>의 예고편입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치고 평점이 낮은 영화는 드물죠?

지난주에 잭 에프론이 건재함을 보여주며 2위로 데뷔했던 <럭키 원>은 한 계단을 하락했습니다. 총 수입은 니콜라스 스팍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는, 동기간 대비하여 <노트북>보다는 조금 앞섰고 <디어 존>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4위인 <헝거게임>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거대한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개봉 후 36일간의 수입을 보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에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총 수입에서는 약 1,700만 불 가량 뒤졌는데 조만간 앞지를 수도 있습니다. <어벤져스>도 이 정도의 성적을 보여줄까요?

5위도 새롭게 개봉한 <약혼한 지 5년>입니다. 제이슨 시겔과 에밀리 블런트가 호흡을 맞춘 이 로맨스 영화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이며 데뷔했습니다. 연출을 맡은 닉 스트롤러와 제이슨 시겔이 2008년에 짝을 이뤘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 미치지 못했고, 최근에 대표적인 '슬리퍼 히트'로 꼽을 수 있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절반도 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로맨스를 다룬 영화로 <럭키 원>에게도 뒤진 걸 보면 썩 매력적으로 보여지진 않는 모양입니다.

이 방면의 달인인 주드 어댑토우가 제작한 <약혼한 지 5년>은 보통의 로맨스 영화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톰과 바이올렛은 만난 지 1년 후에 결혼을 약속하고 약혼을 합니다. 그러나 그 후로 두 사람이 예기치 못했던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곧 치를 줄만 알았던 결혼은 미뤄지기만 해서 약혼하고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맙니다.?

<약혼한 지 5년>의 예고편입니다.

그래도 평점은 꽤 괜찮네요.?

6위도 신규 개봉작인 <세이프>가 차지했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의 영화 중에서는 비교적 낮은 수입을 기록했군요. 작년에 개봉했던 <메카닉, 킬러 엘리트> 두 편 모두에게 뒤졌습니다. 그나마 <아드레날린 24>보다는 높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의 영화는 이제 거의 컬트무비의 경지에 다다라서 보는 사람은 꼭 보게 되고, 나머지에겐 어필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B급 액션영화의 지존인 제이슨 스타뎀이 어김없이 납시었습니다. <세이프>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삼합회에 의해 납치됐던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전직 경찰입니다. 그가 목숨을 건 소녀는 무엇이든 한번 본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일명 '사진 기억력(Photographic memory)'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암호와 같은 숫자의 집합을 본 것 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됐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에게 이런 소녀를 위험에서 구하는 정도의 임무는 우습겠죠? 그래서 <세이프>에서는 삼합회에 이어 러시아 마피아와 뉴욕의 부패한 경찰까지 그를 제거하고자 나섭니다.

<세이프>의 예고편입니다.

제이슨 스타뎀의 영화로 이 정도의 평점은 나쁘지 않죠??

마지막 대규모 신규 개봉작인 <갈가마귀>가 7위입니다. 참 흥미로운 영화로 보이는데 흥행성적에서는 저조한 게 좀 안타깝네요. 이 영화는 비슷한 영화와 비교할 시에 상대적으로 모두 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제임스 맥티그의 영화 중에서도 좋지 않고, 유사한 배경을 가진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영화로는 <프롬 헬>에게도 뒤졌습니다.

<갈가마귀>는 소재부터가 매우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정지훈 주연의 <닌자 어쌔신>을 연출한 제임스 맥티그의 신작인 이 영화에는 추리소설의 아버지이자 대가인 에드가 앨런 포가 등장합니다. 때는 19세기, 잔혹한 연쇄살인범이 출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게 됩니다. 그런데 이 연쇄살인범은 다름 아닌 에드가 앨런 포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줄기차게 살인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한 젊은 형사와 함께 에드가 앨런 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섭니다. 에드가 앨런 포는 존 쿠삭이, 포를 의심하다가 수사를 공조하는 형사는 루크 에반스가 연기했습니다. 참고로 <갈가마귀>는 소설이 아니라 에드가 앨런 포가 1845년에 발표한 시입니다. 그답게 기괴한 작품이긴 합니다.

<갈가마귀>의 예고편입니다.

역시 평점이...

지난주에 자연 다큐멘터리로는 아주 높은 수입을 기록하며 데뷔했던 <침팬지>는 네 계단을 하락했습니다. 신규 개봉작이 워낙 많았던 탓인지 첫 반응에 비하면 하락이 급격하네요. 변동치는 -50%를 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개봉 3주차를 맞이한 패럴리 형제의 <바보 삼총사>는 9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제 막 제작비를 넘어서는 참에 미국 박스 오피스 10위권을 벗어나게 되겠군요. 패럴리 형제의 영화로는 그럭저럭 평균치 정도는 보이는 흥행성적입니다.

10위는 곧 폭풍을 몰고 올 <어벤져스>를 연출한 조스 웨든이 각본을 쓴 <숲 속의 오두막>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영화 중에서 드물게 높은 평점을 보여줬던 이 영화에 대해 호기심이 아주 큽니다. 지금도 각각 IMDB, 메타 크리틱, 로튼 토마토에서 8.0, 72, 90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벤져스>를 보고 난 후로는 더 기대가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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