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난 4.11 총선 이후, 김재철 MBC 사장이 잇따라 강공을 퍼붓고 있다.

“시사·보도프로그램 죽이기”라는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조직 개편을 강행하고, 김 사장과 뜻을 같이하던 측근들을 대거 승진하는 반면 ‘김재철 퇴진 투쟁’에 동참했던 지역MBC 노조 집행부에 대해서는 무더기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기세가 올랐다.

▲ 김재철 MBC 사장 ⓒMBC
지역MBC노조 간부들 무더기 인사위 회부

‘김재철 퇴진 투쟁’에 참여했던 전국 19개 지역MBC 노조 간부들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지난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진부지부와 창원지부 노조 집행부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시작으로 23일에는 광주MBC, 24일에는 전주MBC, 춘천MBC, 삼척MBC 등 노조 집행부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각각 열렸다. 이들은 모두 ‘사규 위반’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으며, 각 지역MBC 노조 별로 지부장, 부지부장, 사무국장 등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전국 19개 MBC에서 모두 57명의 노조 간부들이 집단으로 회부됐다.

특히 이들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모두 비슷한 시기에, 그것도 각 지부 별로 3명씩 회부했다는 점에서 서울MBC 혹은 지역MBC 쪽에서 징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실제 김재철 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몇몇 지역MBC 사장들은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 무더기 승진 인사

김재철 사장은 지난 19일, 관계회사 임원 및 MBC본사 주요 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측근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특히 김재철 사장의 ‘입’을 대신했던 이진숙 홍보국장을 기획홍보본부장으로 임명해 ‘최초의 MBC본사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선물했다. 또, 보도본부장을 지낼 당시 MBC 뉴스의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던 전영배 특임이사를 MBC 계열사 C&I 사장에 임명했으며, 대구MBC 사장에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을, MBC경남 사장에 정경수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원주MBC 사장에 고민철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임명했다. 이들 모두 “김재철 체제 공고화에 기여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MBC 기자회, 영상기자회, 시사교양국 평PD 협의회, 라디오 평PD협의회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에서 '조직개편안 비판'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직후 MBC 구성원들이 조직개편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김재철 사장, 이진숙 기획홍보 본부장, 권재홍 보도 본부장, 백종훈 편성제작본부장의 가면을 쓴 이들이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그리고 MBC 라디오를 부수고 있다. ⓒ이승욱

<PD수첩> 탄압 인사들도 속속 승진

이 뿐 아니다. 김재철 사장 편에 섰던 간부들에 대한 대규모 승진 전보 발령 인사는 오늘도 이어졌다. 김재철 사장은 24일 오전, 국장, 부장 등 간부급 인사 발령을 통해 구성원들로부터 ‘문제 인사’로 분류됐던 인물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특히, 과거 MBC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 탄압에 나섰던 인사들의 승진이 눈에 띈다.

김재철 사장은 윤길용 전 크리에이티브센터장을 편성국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윤 국장은 지난해 시사교양국장으로 있었을 당시 아이템 검열, <PD수첩> 제작진 강제 발령 등으로 시사교양국 내부에서 수차례 사퇴 압박을 받던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MBC PD협회는 윤길용 국장을 제명했다.

새로 시사제작국장에 임명된 김현종 국장의 경우, 과거 <PD수첩>이 편향됐다는 입장을 밝힌 인물이다.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지난해 3월 시사교양 3부장으로 있었을 당시 시사교양국 구성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강제 인사 발령에 항의하는 구성원들을 향해 “최근 프로그램을 보아온 소견에 의하면 <PD수첩>은 노동운동 편향성, 정치적 편향성이 있고, 정도가 지나치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PD수첩> 제작진의 노트북을 뒤적거리고, 책상을 뒤적거려 문제가 된 인사인 김철진 <PD수첩> 담당 부장은 교양제작국장에 임명됐다.

김철진 국장은 <PD수첩> 담당 부장으로 있었던 지난 2011년 △사랑의 교회 건축 특혜 논란 △MB 국가조찬기도회 무릅 기도 논란 등 민감한 아이템을 사전 검열해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PD수첩> 제작진의 노트북을 뒤적이고, 책상을 열어보는 등 사찰로 의심되는 행위를 잇달아 하는 등 부적절한 행보를 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한미FTA와 관련된 아이템을 막아 논란이 된 인물이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시사교양국을 파탄시킨 장본인들을 오히려 승진 기용함으로써 꼭두각시들의 공로를 치하하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더욱 확실하게 통제하고 탄압하겠다는 속셈을 뚜렷이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사교양국·보도제작국 해체 강행

김재철 사장은 20일 임원회의에서 <PD수첩> 부서가 속한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시사매거진2580>이 속한 부서를 보도본부에서 편성본부로 이관하는 것을 뼈대로 한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기존 편성제작본부 아래 <PD수첩>이 속해있던 시사교양국은 보도제작국과 통합돼 편성제작본부 아래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됐다. 기존에 있었던 라디오본부도 사실상 해체됐다.

이에 대해 MBC기자회, 영상기자회, 시사교양국 평PD 협의회, 라디오 평PD협의회는 24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각각 소속 국에서 분리시켜 힘을 빼고, 라디오 본부를 축소시켜 자신의 직할통치가 가능한 편성제작본부로 보내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권력의 눈엣가시였던 <PD수첩> 등을 폐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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