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초보의 첫 키스는 생각보다 진했다. 순식간에 당한 것은 정하나만은 아니었다. 방송이 끝난 후 분수대 키스니 3단 키스니 하는 말들이 붙었지만 정확히는 이 키스를 예고 키스라고 불러야 옳다. 피해도 좋다고는 했지만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일종의 무장해제 키스였다. 그렇다고 당하는 키스도 아니고 결국 말로는 잘 되지 않던 두 사람의 마음이 유일하게 통한 소통의 키스였고, 상호 고백의 키스였다.
사실은 처음이 아니었다. 전날 밤 술에 취한 하나에게 서준은 기습 입맞춤을 했다. 문제는 하나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껏 3초 만에 넘어왔던 많은 여자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풋사랑의 향기에 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도 하고 또 흐뭇한 기분이었다. 또한 술에 취해 기억 못한 것이 분수 키스의 이유가 돼줬으니 초보가 선수를 유도한 결과가 됐다.
그것도 모자라 선호는 하나를 위한 환영파티를 열어주었다. 하나는 게임을 빙자해 작정한 듯 마셔댔다. 맨 정신으로는 준에게 하고픈 말을 하지 못하는 하나의 최후의 수단은 술기운을 빌기로 한 모양이었다. 담요를 덮어주고 돌아가는 준의 바지춤을 끌어당겨 앉혀놓고 그간 속에 쌓인 말을 풀어냈다.
윤아는 지금까지 네 개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지만 사랑비에서 비로소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정확히는 윤희가 아니라 하나가 딱 맞는 캐릭터다. 드라마 출연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나는 내 운명의 가련한 모습보다는 사랑비 하나의 톡톡 튀고 백치미도 적지 않은 순정만화 여 주인공 그대로의 모습이 윤아에게 적격이었다.
그러니까 사랑비에서 윤아는 따로 연기한다기보다 평소 자기 모습대로 대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윤아의 성격은 또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둡고 무거운 역할보다는 확실히 웃기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다.
소위 여신급 미모에 털털 혹은 과격한 성격으로 사랑받은 원조는 최강희 쯤이 될 것이고, 그 뒤를 이시영이 잇고 있다. 그리고 윤아가 그 다음 계보를 이을 것에 확신을 주고 있다. 사랑비에서의 모습이면 향후 로맨틱 코미디는 윤아가 무조건 캐스팅 영순위에 오를 것이 분명해 보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