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유감은 제목에서부터 풍겨지는 블랙코미디로 조금은 진지하게 그려졌습니다. 권력을 쫓는 사람들과 그 권력에 기생하고 휘둘리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억누르는 권력에 얼마나 치열하게 맞서 살아가는지, 왜 그렇게 권력을 간절히 원하고 혹은 굴복하는지 적당히 진지하게 적당히 코믹하게 이야기합니다. 남자관객이라면 그 권력을 좇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면서 볼 수 있고, 여자관객은 남자들의 심리를 조금은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줄거리

조직의 서열 두 번째 덕구는 어느 날 큰형님의 은퇴소식에 새로운 보스로 일어섭니다. 새롭게 권력을 이어 받은 덕구는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주변 조직을 정리하고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등과 불법적인 뒷거래를 통해 힘을 키워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덕구는 상대 조직원에게 피습을 당하는 꿈을 꾸게 되고 이후 자신의 남성이 발기가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덕구였지만 좀처럼 발기불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자 비뇨기과를 찾아가서 진찰을 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비뇨기과 의사가 여자인 것을 알고 진료를 거부하고 뛰쳐나갑니다.

권력 그 허세를 낱낱이 까발리다

권력유감은 시종일관 권력은 무엇이냐고 되묻습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은 저마다의 권력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권력자들을 모아 놓고 권력이 무엇이냐고 물어 본다면 아마도 그 중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의 권력론(?)을 모두 인정하고 경의를 표할 것입니다. 물론 가식적이겠지만 말입니다.

권력은 정말 무엇일까요? 권력은 아마도 개개인의 만족과 성취도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권력은 어느 순간 별것도 아닌 것들에 의해 무너져 버리고 또 새로운 권력을 찾게 됩니다. 최고권력의 자리에 올라선 덕구는 발기부전 때문에 몰래 비뇨기과를 찾고 그곳에서
발기부전을 고친 일반인에게 굴욕을 당합니다.

권력유감 정말 유감, 진정한 권력을 찾아가는 주인공이 멋있었던 연극

권력을 찾아 싸우는 남자들, 그 권력의 욕망이 다 허세임을 아는 여자. 연극에서는 진정한 권력을 끊임없이 찾고 물어봅니다. 발기부전은 연극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권력 뒤에 숨겨진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남자들은 허세를 부립니다. 결국 그런 남자들의 객기 어린 허세를 잠재운 건 무엇일까요? 그리고 진정한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남자의 힘은 권력이라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남성성 또한 남자들 사이에서는 강렬한 권력 중 하나입니다.

대검 중수부 부장이 덕구 앞에서 젊고 섹시한 와이프와 일주일에 세 번씩 관계를 갖는다고 떠벌리는 것은 보이는 권력도 보이지 않는 권력도 완벽함을 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런 권력 또한 허세임을 알게 되고 덕구 또한 진정한 권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게 되면서 연극은 막을 내립니다. 그 진정한 권력의 시작이 어디인지 연극을 통해서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좁은 세트 효율적 활용 그리고 절도 넘치는 무대 설정

소극장이라는 한계를 굳이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절도 있는 무대 활용으로 연극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줍니다. 처음에는 어둑한 조명에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산만해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절도 있는 동작과 각을 맞춘 무대 활용이 권력유감의 분위기를 한껏 올려줍니다.

매 장면 좋은 호흡으로 이어가면서 연극의 긴박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권력에 열광하는 남성들이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무대를 절도 있게 휘젓는 장면은 집중력도 높이고 2시간 여를 지루하지 않게 이어주는 좋은 연출이었습니다.

대중문화 이야기꾼 홍반장입니다
블로그 홍반장의 꿈 http://www.cyworld.com/woogi002000
운영하고 있고요, 대중문화 평론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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