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당선인과 40년지기라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입시 병역 논란이 뜨거운 쟁점이다. 조국 전 장관 사건까지 재론되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조국 시즌2냐”, “조국처럼 수사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황당한 한국 정치 지형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분위기가 좋지 않자 정호영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게 핵심인데, 뭐 하나 제대로 설명이 된 게 없다. 그러다보니 거의 모든 언론이 부실한 해명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도 18일자 <“위법 없다” 변명까지 조국사태 닮아가는 정호영 의혹>이란 사설에서 “이런 후보자와 당선인의 반응을 보면서 조국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을 정도이다. 윤 당선자는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정호영 후보자가 지인과 한 통화 내용 등을 근거로 사퇴설을 보도하기도 했는데,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이 나오자 “마음대로 할 입장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는 보도를 추가로 했다. 결국 국민 여론 악화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사퇴를 고민했으나 다른 이유까지 고려해 인사청문회를 치르기로 했다는 얘기인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다른 이유’란 무엇일까? 윤석열 당선인이 정호영 후보자를 ‘총알받이’로 쓰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이미 흠집이 난 정호영 후보자를 계속 버티게 하는 방식으로 다른 후보자들의 흠결을 상대화 하겠다는 전략 아니냐는 거다. 중앙일보의 관련 보도에서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가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까지 가기로 정리했다. 그 정도로 드롭(사퇴)하면 누구도 못 살아남는다”고 말한 것도 이 점을 시사한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어쨌든 여기까지는 조국 전 장관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대응과 비슷해 보인다. 그렇기에 다들 한목소리로 ‘내로남불’이란 말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정호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까지 치른 이후 국면이다. 만일 그 이후에도 여론의 호의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정호영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윤석열 당선자가 지명철회를 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보수언론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 ‘문재인-조국과는 달랐다’ 류의 평가를 쏟아낼 것이다. 이런 경우 “조국처럼 수사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일각의 주장과 조국 전 장관의 적극적인 SNS 입장 표명은 우스워질 것이다. 그런 모양새를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식의 정파 대 정파 구도를 떠나, 이러한 장관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어떤 판단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를 말하는 게 필요하다. 가령 정호영 후보자의 경우는 사안의 특성상 수사 필요성이 분명 있어 보인다. 경향신문은 “강제력 있는 검증·수사가 아니면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게 객관적 현실”이라고 사설에 썼다. 국민의힘 소속 하태경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편입 의혹 등에 대해 “자진사퇴하고 대신에 철저하게 수사요청을 해서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호영 후보자의 수사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논리적으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 역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처럼 수사하라”는 주장의 배경에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조국 전 장관 수사 문제는 검찰권 남용이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수완박’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는 예외로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문제들에 일관성이 없다보니 ‘검수완박’ 법안 추진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대선 패배로 소극적(?) 패닉에 빠진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도 그렇지만, 윤석열 당선인과 검찰도 사태 해결의 의지는 전혀 없어 보여 답답하다. 검사들이 무력시위하듯 집단 반발을 하면서 민주당 내 온건파들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우려를 불식시키고 갈등의 압력을 줄이는 차원에서 비검찰 출신 인사를 지명해도 모자랄 판에 한동훈 검사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민주당은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가관일 것이다. 양대 세력은 ‘추윤갈등’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들로 일전을 벌이며 각기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통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지방선거 국면까지 끌고 가려고 할 거고 민주당은 ‘검찰개혁’ 이슈로 ‘서초동 촛불’의 신화를 재현하고자 할 게 뻔하다.

양쪽의 기대에 여론이 부응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정파적 이해관계가 공동체를 망칠 것이라는 예감을 거둘 수 없다. 윤석열 당선인이 정호영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 강행하는 것도 이런 면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윤석열 당선인이나 국민의힘뿐만이 아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선택이 될 것이다. 결자해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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