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을 추진해 검열 논란을 야기했던 방통심의위가 ‘자율규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창작의 자유 침해라는 역풍에 백기를 든 셈이다.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와 한국만화가협회(회장 조관제)는 <웹툰 자율규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서에는 △웹툰 자율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상호협력, △민원 등 웹툰 관련 불만제기 사항에 대한 정보공유 및 자율조치 등을 위한 협의, △웹툰을 활용한 청소년의 올바른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사업 협력 및 홍보 등이 포함됐다.

▲ 3월 15일 오후6시 방통심의위가 위치한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윤태호, 강풀, 주호민 작가가 웹툰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권순택
방통심의위는 이번 협약 이후 웹툰 관련 민원을 검토한 후,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만화가협회에 입장을 전달하게 된다. 만화가협회는 방통심의위의 요구에 따라 자율적으로 청소년접근 제한 등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1인시위에 앞장섰던 윤태호 작가(<이끼> 원작자)는 “방통심의위가 만화가 업계와 창작자의 의견을 전향적으로 받아준 부분이 컸다”, “심의를 위임받게 돼 당장은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윤태호 작가는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웹툰에 대한 심의 근거조항을 청소년보호법에서 가져왔듯이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보기 힘들다”며 ‘차선책’임을 강조했다.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은 24개의 웹툰에 대해서 윤 작가는 “1차적으로 해당 작가들의 판단을 물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작가는 “지금은 협약에 따른 자율기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떤 기준에 따를 것인지 규칙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자율적 기구로 인해 실제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는 저희로서도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이지은 간사는 “만화가협회에서 방통심의위 심의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하에 1인시위를 진행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것에 대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조중동 신문에서 웹툰 규제를 제기하니까 방통심의위가 성급히 받았던 청부심의 성격이 컸다”며 “애초 무리한 심의였다”고 비판했다.

웹툰 검열 논란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매체에서 학원폭력의 원인으로 '귀귀' 작가의 <열혈초등학교> 등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만화가들은 ‘방통심의위 심의 반대를 위한 범만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인시위를 진행하는 등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에 대해 대응해왔다.

이들은 포털과의 협의로 자율적으로 ‘19금’을 지정하는 등 자정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반발했고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이 성장하고 있는 웹툰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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