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을 추진해 검열 논란을 야기했던 방통심의위가 ‘자율규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창작의 자유 침해라는 역풍에 백기를 든 셈이다.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와 한국만화가협회(회장 조관제)는 <웹툰 자율규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서에는 △웹툰 자율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상호협력, △민원 등 웹툰 관련 불만제기 사항에 대한 정보공유 및 자율조치 등을 위한 협의, △웹툰을 활용한 청소년의 올바른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사업 협력 및 홍보 등이 포함됐다.
1인시위에 앞장섰던 윤태호 작가(<이끼> 원작자)는 “방통심의위가 만화가 업계와 창작자의 의견을 전향적으로 받아준 부분이 컸다”, “심의를 위임받게 돼 당장은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윤태호 작가는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웹툰에 대한 심의 근거조항을 청소년보호법에서 가져왔듯이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보기 힘들다”며 ‘차선책’임을 강조했다.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은 24개의 웹툰에 대해서 윤 작가는 “1차적으로 해당 작가들의 판단을 물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작가는 “지금은 협약에 따른 자율기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떤 기준에 따를 것인지 규칙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자율적 기구로 인해 실제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는 저희로서도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이지은 간사는 “만화가협회에서 방통심의위 심의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하에 1인시위를 진행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것에 대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조중동 신문에서 웹툰 규제를 제기하니까 방통심의위가 성급히 받았던 청부심의 성격이 컸다”며 “애초 무리한 심의였다”고 비판했다.
웹툰 검열 논란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매체에서 학원폭력의 원인으로 '귀귀' 작가의 <열혈초등학교> 등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만화가들은 ‘방통심의위 심의 반대를 위한 범만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인시위를 진행하는 등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에 대해 대응해왔다.
이들은 포털과의 협의로 자율적으로 ‘19금’을 지정하는 등 자정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반발했고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이 성장하고 있는 웹툰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