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팔도 프로야구 주말 개막 2연전 동안 야구팬들은 야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열광하고 때로는 아쉬움의 탄성을 때로는 즐거움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번 개막 2연전에서 가장 큰 이변(?)을 꼽는다면 '유력한 꼴찌후보' LG 트윈스가 '유력한 우승후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개막 2연전을 싹쓸이한 것이다. LG트윈스가 개막 2연전을 쓸어담은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무려 12년만이라고 한다. 뚜렷한 외부 전력보강 없이, 오히려 주축선수들을 FA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성과라 더욱 놀랍기만 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LG트윈스는 결코 만만하게 얕잡아볼 팀이 아님을 입증해주었다. 이제 LG트윈스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상승세를 지속시키는 힘이다.

LG 트윈스 외에도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등이 각각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등을 상대로 개막 2연전을 쓸어 담았다. 잠실에서는 두산 베어스가 넥센에게 개막 2연전을 싹쓸이 당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하며 이번 개막 2연전 시리즈 중 유일하게 1승 1패를 기록하였다.

이번 개막 2연전을 통해 드러난 각 팀 전력의 불안요소를 살펴보기로 한다. 순서는 지난 시즌 순위를 기준으로 하였다.

1. 삼성 라이온즈 : 혹시 적은 내부에? 여전히 불안한 권혁, 아쉽게만 느껴지는 박한이의 공백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는 홈에서 LG 트윈스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라이온즈가 개막 2연전을 싹쓸이하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차전에서는 선발 차우찬이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자멸했고, 2차전에서는 타선이 좀처럼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리드오프 배영섭이 2연전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쳐내지 못하였다. 중고신인이지만 풀타임 2년차 징크스를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류중일 감독이 공격형 2번타자로 낙점했던 박한이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2번 타자 자리를 메울 적임자를 급구해야 되는 상황이다. 강봉규가 대신 나섰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오히려 2차전 9회에 대타로 나와 안타로 출루한 정형식에게 과감히 기회를 주는 것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라이온즈의 철벽 계투진 중 유일한 블랙홀인 좌완 계투요원은 여전히 불안하다. 제 몫을 해줘야할 권혁이 2차전에서도 이대형에게 적시타를 내주었는데, 만약 그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면 9회말 타선이 2점을 만회하면서 연장전으로 경기를 이끌고 갈 수도 있었다. 권혁이 베이징 올림픽 당시의 모드로 복귀한다면 라이온즈 계투진은 빈틈이 전혀 없는 철옹성이 될 것이다.

2. SK 와이번스 : 중간계투진의 대안이 되어야 할 임경완, 이재영의 부진

SK 와이번스는 홈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기분 좋은 2연승을 거두었다. 현재까지는 8개 구단 중 공수의 조화가 가장 짜임새 있게 이루어진 모습이다. 또한 이만수 감독이 원하는 대로 선발투수들이 자기 몫을 100% 이상 해주었다. 그리고 타선은 점수를 내야 될 상황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하지만 옥에 티가 있다. 1,2차전 모두 승리를 챙겼지만 선발투수 바로 다음에 등판한 계투요원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한 부분이다.

1차전에서는 임경완이 나오자마자 몸에 맞는 볼 2개를 내주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2차전에서는 8회에 호투하던 윤희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재영이 제구력 난조를 보였고, 결국 9회에 실점을 하면서 정우람까지 마운드에 올라가게끔 하였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이적하고, 전병두와 고효준이 각각 수술 및 군입대로 이탈한 상황에서 임경완과 이재영이 메어줘야 할 몫은 상당부분 남아있다. 두 선수는 최소 1이닝은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길게는 2이닝까지 버텨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두 선수가 예전에 있던 정대현, 이승호, 전병두 등의 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와이번스 계투진은 박희수와 정우람에게 과부하가 실릴 우려가 있다.

3. 롯데 자이언츠 : 아~~사도스키, 최대성에 대한 의존도 과다 우려

이대호가 빠졌지만 롯데 타선은 여전히 리그 최강의 화력을 과시하였다. 특히 1차전 승리의 주역 조성환은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확실하게 칼을 갈은 듯하다. 이대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투입된 박종윤도 고감도 타격을 과시하고 있다. 94시즌의 서용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 강민호는 무려 7할 이상의 고타율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점수를 내야 될 상황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상대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는다. 견고한 타선은 92년 우승당시의 그 모습으로 재현될 가능성을 충분히 제시해 주었다.

하지만 2차전 선발로 나온 사도스키가 여전히 4월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현재 한국생활 3년차를 맞이한 그가 4월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이언츠 투수진은 골머리를 싸매야할 우려가 있다. 돌아온 파이어볼러 최대성은 이틀 연속 등판하여 모두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선보여 팬들을 설레게 하였다. 정대현, 이승호가 빠져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최대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그의 성치 않았던 몸에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최대성의 투구수와 이닝수를 철저하게 관리하여 그의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4. KIA 타이거즈 : 뭔가 해보려고 했으나...다 어디 갔어? 어디 갔어?

시즌을 앞두고 팬들의 기대감을 가장 드높였던 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명장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가 한꺼번에 고향으로 복귀했으며, 특히 팀내 유망 투수자원이 많은 상황에서 선동열 감독의 매직이 어느 정도 발휘되는지도 관건이었다.

무언가 의욕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했으나 팀의 핵심 전력들이 모조리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베스트 멤버들로만 따지면 타이거즈는 우승후보 감이다. 그러나 부상이 늘 발목을 잡고 있다. 와이번스와의 개막 2연전에서 타이거즈 중심타선에 이범호, 김상현, 최희섭이 모두 빠져 있었다.

중심선수들이 빠져있더라도 과거 타이거즈는 남아 있는 선수들이 전력을 200% 발휘하던 팀이었다. 그러나 와이번스와의 개막 2연전에서 타이거즈는 우선 타선의 집중력이 상당히 뒤떨어진 느낌이었다.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팀배팅도 없었으며, 찬스에서 타자들은 삼진 아니면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개막전에서 안치홍의 어이없는 실책은 SK킬러 서재응마저 흔들어버리게 하는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하였다. 선수들이 지나치게 잘해야 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가는 차라리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가 직접 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5. 두산 베어스 : 무너진 원투펀치

두산 베어스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사실상 모두 내줄 뻔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막판에 타선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극적으로 시리즈를 1승 1패 원점으로 맞추었다. 하지만 베어스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던 걱정스런 결과를 연출하였다. 우선 1,2차전 두 경기에 베어스는 니퍼트와 김선우 원투펀치를 내세웠다. 지난 시즌 각각 15승, 16승을 거두었던 최고의 원투펀치였다.

그러나 결과는 니퍼트는 5.1 이닝 동안 5실점, 김선우는 4.2이닝 동안 무려 9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두 투수의 부진은 코칭스태프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걱정거리는 중간계투로 등판한 투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불안한 모습을 보인 점이다. 심지어는 2차전 마무리로 등판한 프록터도 안타 1개, 사사구 1개를 내주며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만 했다.

베어스 타선은 2차전을 통해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다. 하지만 문제는 투수진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팀의 발목을 잡은 투수진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6. LG 트윈스 : 리즈의 연속성, 여전히 불안한 우규민

이번 개막 2연전 최고의 서프라이즈로 등극한 LG 트윈스는 일단 리즈의 마무리 전업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보너스도 얻었다. 하지만 리즈는 2차전에서는 2실점을 내주며 힘겹게 마무리를 해야 했다. 투구구속도 1차전보다는 다소 떨어진 느낌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마무리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틀 연속 등판할 경우 자신의 구위를 어느 정도 지속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빠른 직구로 라이온즈의 중심타선인 이승엽, 최형우, 박석민을 제압한 장면은 리즈가 마무리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기태 감독의 뒷문 강화 선택은 일단 성공작이다. 또한 지난 시즌 필승조로 가능성을 보여준 한희가 리즈 바로 앞에 등판하는 필승요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고무적이다. 문제는 우규민이다. 군입대 직전에도 숱한 블론 세이브로 팀에 찬물을 끼얹었던 그는 1차전 여유 있는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경기를 급 긴장모드로 돌변시키고 말았다. 경찰청에서 보여주었던 위풍당당한 투구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우규민이 자리를 잡아야만 트윈스의 필승계투조 운영전략이 연착륙할 수 있다.

7. 한화 이글스 : 야수들의 잇단 미스, 여전히 반복되는 질문 - 류현진 외에 다른 투수들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의욕적인 전력보강을 통해 4강을 노리는 이글스는 자이언츠에게 2경기 연속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내용상으로 볼 때 이글스가 오히려 2경기 모두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로 이글스는 자멸하고 말았다. 특히 지난 시즌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유격수 이대수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면서 내야 수비진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막전 선발 류현진을 제외하곤 여전히 믿을만한 투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골칫거리이다. 지난 시즌 롯데킬러로 활약한 안승민도 뭇매를 맞고 내려왔다. 계투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할 김광수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만 노출하였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김혁민과 류창식도 자이언츠 타선을 견뎌내지 못하였다.

이글스가 원하는 대로 4강에 들기 위해서는 야수들이 좀 더 신중하고 상호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완해야만 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류현진 외에 다른 투수들도 위협적인 존재로 일어서야만 한다.

8. 넥센 히어로즈 : 무너진 손승락

LG 트윈스와 더불어 이번 개막 2연전 최고의 승자가 될뻔 했으나 끝내 곰들의 뚝심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2연전을 통해 넥센 히어로즈는 그동안의 유약한 팀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타선의 집중력 및 파괴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박흥식 신임 타격코치의 집중 조련을 통해 오재일이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벗어날 기세이다. 개막전 깜짝스타 서건창도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욱 기대된다.

2차전의 역전패가 쓰라린 이유는 믿었던 마무리 손승락이 1점차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무너졌기 때문이다. 10-5로 벌어진 상황에서 그 이전에 등판했던 중간계투 투수들 또한 제 몫을 해내지 못하였다. 1차전에서 깜짝 활약을 보여준 신인 사이드암 한현희가 2차전에서도 호출 받았지만 곰들의 반격에 무너지고 말았다.

한현희, 손승락 등 필승 계투조 요원들이 무너진 점이 가장 속쓰리지만, 히어로즈가 올 시즌 더 크게 뻗어나기기 위해서는 4월 8일 일요일 경기처럼 허망한 패배를 당한 직후 팀 전체가 이를 빨리 털어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 2012 팔도 프로야구 개막 2연전 입장관중 현황 (자료 출처 - KB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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