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의 세 번째 여행편은 '춘호'특집이었습니다. 봄을 찾아 나선 김종민을 나머지 멤버들이 추격하는 방식이었지요. 다른 멤버들이 김종민을 찾아내서 그의 얼굴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으면 김종민의 미션은 실패하는 것이고, 김종민이 이들의 추격을 따돌린 채 전남 강진의 다섯 가지 볼거리를 찾아 인증사진을 찍으면 성공하는 상황이었지요.
설정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내 진행은 허무하게 전개되고 말았습니다. 두 팀으로 나눠 추격에 나선 나머지 멤버들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김종민은 지레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꼈는데요. 결국 미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머지 멤버에게 도로에서 붙잡혀버리고 말았지요. 그래서 이날 방송의 상당 부분은, 차에 갇힌 채 멤버들에게 포위당한 김종민과 그를 차에서 끌어내려는 멤버들간의 지리한 대치로 질질 끌면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제작진은 나름 야심찬 기획을 하긴 했습니다. 강진의 다섯 명소를 찾아 이를 잘 소개할 수 있는 세심한 미션을 정했고, 김종민이 이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다른 멤버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므로 긴장감까지 전달할 수 있는 포맷이었지요. 하지만 이는 성공한다면 대박 재미를 안겨줄 수 있지만, 미션이 조기에 실패했을 때에는 쪽박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미션이기도 했습니다.
세 명씩 두 편으로 나눠 추격에 나선 멤버들은 김종민이 가야 할 다섯 명소에 대한 정보를 얻었는데요, 상세한 미션장소와 길까지 표시된 지도를 통해 김종민의 뻔한 동선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섯 장소를 모두 가야하는 김종민이기에, 양 팀은 어느 한 장소에서 매복만 해도 쉽게 잡힐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지요.
상대의 미션정보와 미션을 완료했을 때의 장소 그리고 차량정보까지, 목적지가 5개이고 두 팀이 추격하는 상황에서 도망자에겐 활동의 여지가 그다지 없었습니다. 더구나 김종민은 이러한 정보들이 추격자들에게 전해진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김종민을 농락하는 멤버들의 심리전에 김종민은 급격히 멘탈붕괴가 되고 말았지요.
결국 이 미션의 실패는 난이도 조절의 문제일 텐데요, 시즌2는 미션에 대한 난이도 조절이 계속 문제점을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 여행이었던 백아도에서는 저녁부식을 조달하는 미션의 제한시간을 당초엔 7분으로 정했지만 멤버들과의 협상을 통해 너무도 쉽게 9분으로 늘려주면서 지루한 미션으로 만든 바 있습니다. 두 번째 여행에선 삼겹살 파티의 식재료를 건 장학퀴즈를 했는데요, 고무줄놀이 같이 쉬운 문제가 제시되면서 역시나 썰렁하게 저녁 복불복이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미션이 너무 쉬웠다면, 이날 미션은 너무 어려웠지요, 쫓기는 자는 갈 곳이 뻔한 상황에서 그다지 여지를 남겨주지 않았고, 추격자에겐 너무 많은 정보가 제공되면서 난이도 조절에 또다시 실패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나 피디가 그렇게 이끌 수 있었던 근간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검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괄괄한 강호동마저 꼬리를 내릴 정도로 난이도 설정에 섬세한 디테일을 보여줬습니다. 이를테면, 한 봉고차에서 다른 봉고차로 정해진 시간 안에 옮겨 타기, 각 방의 문을 열고 멤버들이 모두 들어갔다 나오며 첫 방부터 끝방까지 드나들기, 시간 안에 차디찬 아이스크림 퍼먹기... 등등에선 이미 스텝들이 직접 해보면서 평균시간을 산출해 본 것이라며 시연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어제 방송편은 기획자체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섬세한 고민이 부족했기에 흥미진진해 보였던 큰 그림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지요. 제작진의 고민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