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정권안보를 위한 언론환경 조성에 골몰했다. 취임 초 이른바 '프레스 프렌들리'를 선언하며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맺겠다고 다짐했으나 말뿐임이 곧바로 드러났다.

자신에 반대하는 언론은 좌파매체로 규정하여 탄압하고 우호적인 매체에는 방송사를 안겨주는 등 온갖 혜택을 베풀었다. 공영방송은 자신에 봉사하는 '사영방송'으로 전락시켰다. 인터넷에 대한 심의 및 검열을 강화해 비판여론을 봉쇄했다. 이에 따라 미디어 공공성은 붕괴되고 전방위 언론통제에 따른 표현의 자유위축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환경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되돌아갔다. 수많은 기자와 PD들이 해직되거나 현업에서 쫓겨나고 중징계에 처해졌다. 몇몇 언론인은 정치검찰의 기소로 재판정을 드나들어야 했다. ‘미네르바’ 등 인터넷 논객과 촛불시위 때 보수언론 광고불매운동에 앞장섰던 누리꾼의 처지도 비슷했다. 언론계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인 사찰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경없는 기자회, 프리덤 하우스 등 국제 언론단체들이 언론자유도 순위를 떨어뜨리거나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규정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유엔은 인권을 침해하는 각종 법령을 개정하라고권고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눈 하나 꿈쩍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어버이연합이나 뉴라이트 등 우호세력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으려 했으나 일반 국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이명박 정부는 '꼼수정권'답게 '꼼수'로 실행됐다. 과거 군사정권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물리적 통제를 가하는 대신 대리인을 내세운 우회적 방법을 동원한 '저강도 통제'를 활용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멘토인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선임했다. '슈퍼 파워'였던 최 위원장은 취임 이후 방송장악의 선봉에 섰지만, 최근 측근의 비리혐의로 중도 퇴진했다. 이어 KBS와 MBC,YTN, EBS, 스카이라이프 등 공영(적) 방송사와 방송광고공사, 언론재단 등 언론유관기관의 수장에는 대선캠프 출신 등 측근을 앉혔다. 이들 대리인은 양심적이고 비판적인 기자와 PD들에 대한 해고와 징계를 일삼았다.

언론인에 대한 해고 및 징계는 1980년 '언론인 대학살'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200여명에 이른다. 언론법 저지 투쟁과 방송사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2010년까지만 모두 180명의 언론인이 징계를 받았다. 이중 8명이 해고를 당했고, 각각 30명과 32명이 정직과 감봉 처분을 받았다. 경고·근신과 출근정지는 각각 109명과 1명이었다. 재판중인 언론인만도 61명을 넘어섰다. 최근 파업과정에서 MBC는 6명의 조합원을 해고했다.

이들은 방송사의 관료제를 강화시키고 탐사저널리즘의 억제와 비판 프로그램의 축출, 뉴스 프로그램의 연성화 등을 꾀했다. 한미FTA, 4대강 사업 등 국민적 반발을 불러온 정책에 대한 비판은 실종됐다. 그 자리에는 정권 홍보성 프로그램이 똬리를 틀었다. 정부나 청와대의 지시성 아이템이 주종을 이뤘다. 뉴스는 ‘MB어찬가’를 방불케 하거나 날씨정보나 휴일스케치로 대체됐다. 당연히 공영방송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조능희 책임PD 등 제작진들이 2010년 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5명 전원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우려를 담은 MBC의 'PD수첩'은 검찰의 고발로 대법원까지 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PD수첩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 사안의 부정확한 보도 때문에 방송사가 사과방송과 사과광고를 내고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을 징계하는 적반하장의 엉뚱한 파란을 불러 오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프로그램에 대한 실질적 검열을 자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통제를 위해 국가 권력기관을 동원하는 는 검찰과 국세청, 감사원 등 국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방송사 사장을 강압적으로 퇴진시켰다. 대법원은 최근 정연주 전 KBS사장에 대한 해임조처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것이니 이를 취소하라"는 1심과 2심의 판결을 최종확정했다. 해임된 지 3년반만의 일이다. 그러나 해임을 취소하지 않아 KBS의 '불법 체제'는 지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사와 언론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불법사찰도 저질렀다. 사찰을 통해 대리인들이방송사를 제대로 장악하도록 감시하거나 조언하고 비판언론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도 번뜩였다. 최근 KBS 새 노조가 공개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에는 청와대가 KBS YTN MBC 등 방송사 사장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방송사 장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건의'했다.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에는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을 극찬하고 "노종면등 불법파업 주동자의 1심판결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적혀 있다. 또한 'KBS 최근 동향 보고'에는 김인규 사장이 "소신을 너무 쉽게 발설"했다며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 유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 21'과 MBC 'PD 수첩'등 비판언론에 대한 사찰기록도 눈에 띄었다.

이런 한편으로 이명박 정부는 우호적 보수언론과는 동맹관계를 구성했다. 독재정권 시절 '권언유착'의 단계를 넘어 '권언동맹'으로 발전한 것이다. '권언동맹'은 '언론권력'과 '정치권력'이 야합하여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분점하는 것이다. 보수신문들에게는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여 온갖 특혜를 부여했고, 비판신문들에게는 경영압박을 가했다. 과거와 같은 광고탄압은 아니지만, 광고주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을 통해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나라당은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언론학계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9년 7월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와 종편채널,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소유를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재투표와 대리투표 사실이 드러났다. 헌법재판소는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도 의결 효력은 인정해 탈법 논란이 계속됐다.

▲ 종편4사 로고. 중앙일보(JTBC), 조선일보(TV조선), 동아일보(채널A), 매일경제(MBN)ⓒ오마이뉴스

종편사업자의 무더기 선정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논리가 개입됐다. 2010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사업자로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을 선정했다. 광고시장의 포화상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특정 신문사만 선정하면 다른 신문사들을 적으로 만들어 공격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던 셈이다. 그래서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신문사들로부터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는 종편채널 도입근거로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 여론다양성 확대 등을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괴담'에 지나지 않았다. 2만1000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예상됐던 일자리창출 규모는 현재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이고 그마저 대부분 비정규직인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탄생한 종편들은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커녕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도 안착하지 못할 만큼 영세한 규모이다. '걸음마주차 뗄 수 없는 신생아' 취급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종편 편애는 끝을 몰랐다. 방통위는 종편 채널들을 위해 케이블방송 의무전송, 광고시간 대폭 확대, 편성규제 완화, 중간광고 허용, 직접광고 영업, 15~20번 황금채널 부여 등 특혜를 챙겨주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특혜가 직접광고 허용이다. 한나라당은 종편들이 ‘막가파식’ 광고수주에 나서도록 허용하는 미디어렙법을 주도하여 처리했다. 종편들의 직접 광고영업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종편은 시민의 요구나 시장상황과는 무관하게 탄생한 데다 국민의 '반 종편여론'으로 '좀비TV'로 전락했다. '애국가 시청률'에 불과한 시청률이 이를 잘 말해준다. 보수여론을 강화하고 보수세력의 장기집권과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후 안전보장을 담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그러나 죽어버린 시체이면서도 살아서 해악을 끼칠 지도 모른다. '좀비 TV'의 등장은 방송을 이명박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좌파'로 몰아붙이는 보수세력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신문산업은 갈수록 어려움에 처했다. 신문 구독률은 물론, 열독률, 신뢰도, 광고매출액 등 주요지표가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종편채널이 등장하면서 신문광고는 더 타격을 받을 것이뻔하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시장 개편 및 방송장악에만 골몰한 채 신문지원 및 육성 정책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디어 균형발전은 무너지고 미디어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했다. 이에 따라 여론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통해 미디어 양극화를 꾀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여론다양성은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다. 주류 미디어는 이명박정부처럼 자본과 권력의 이익을 옹호하고 국민의 삶은 안중에 없었다. '1%의 탐욕'을 위해 '99%의 분노'를 억누르는 약탈적 권력의 대변자가 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의 '소금역할'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이명박 정부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재정권 시절 악명 높았던 보도지침의 망령도 되살아났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정부가 직접 보도지침을 시달해 여론을 조작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찰 등을 동원해 보도지침을 하달하다가 발각되면 "실무자들의 단순실수"라며 발뺌했다. 공권력에 의한 살인으로 비난받은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같은 시기에 발생한 연쇄살인범 사건을 확대 보도하도록 한 청와대의 홍보지침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무시하고 프로그램 편성에도 관여했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이명박 정부는 '불통정부'를 넘어선 '먹통정부'였다.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을 외면한 채 전통미디어, 즉 신문과 방송 등 주류미디어만을 언론으로 인정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따라서 새로운 소통도구로 등장한 인터넷은 외면했다. 한편으론 인터넷의 비판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에 대한 실질적 검열과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비롯한 누리꾼 구속과 재판 회부, 이를 통한 '겁주기효과'(chilling effect)의 활용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이명박 정부는 동맹관계인 보수언론을 활용해 비판적 인터넷 여론을 '인터넷 괴담'으로 몰아 탄압을 일삼았다. IT산업의 발전으로 스마트폰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확산으로 미디어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나 이를 규제대상으로만 바라볼 뿐, 이를 활용한 대국민 소통은 철저히 외면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구축해 놓은 ‘대국민 직접 커뮤니케이션’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IT산업은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 리셋 KBS 뉴스9 캡처.


전방위적 언론탄압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언론탄압의 희생자들도 참을 만큼 참았기 때문이다. 정권말기에 들어서야 투쟁에 나섰느냐는 비판을 듣기는 했지만, 언론인들의 파업투쟁은 벌써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노조의 연쇄파업 목표는 낙하산 사장의 퇴진과 편집권 독립이다. 이를 통해 공정보도를 이룩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언론인들의 투쟁은 이명박 정부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제대로 뉴스데스크' '리셋 KBS뉴스 9' '파워업 PD수첩' 등 대안매체를 활용해 독자적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꺼려왔던 인터넷을 활용한다. 이들 매체는 벌써 수차례 기존매체가 흉내내기 어려운 특종으로 성가를 높였다. 특히 '리셋 KBS뉴스 9'이 특종 보도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문건은 총선국면에 핵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치명타를 가한 것은 물론이다. 방송을 탄압하고 인터넷을 적대시한 이명박 정부가 역공을 당한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