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맡은 지 5년 된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가 새로운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채 교수는 이전 대표들로부터 "언론운동의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달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채 교수는 학자로서 바라봤던 언론개혁의 내용이 민언련에 참여한 이후 많이 달라졌다면서, 언론계는 시민들이 원하는 언론개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운동이 시민참여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언련은 올해 '미디어 독립성'과 '공공성 강화'를 언론개혁 방향으로 잡았으며 주요 정책과제로 ‘미디어기본권’ 개념 법제화를 내세웠다. ‘미디어기본권’은 지역, 소득, 교육수준, 장애, 연령, 성별 등에 따른 격차없이 모든 시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미디어를 활용해 의사소통과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미디어스는 지난달 25일 채영길 공동대표를 만나 올해 민언련의 중점 정책 과제와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채영길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사진=미디어스)

Q. 민언련 공동대표가 된 소감은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대표를 맡게 돼 걱정과 두려움이 큰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언론중재법,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 등 많은 언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다. 언론·미디어 개혁 운동을 어떻게 새롭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다. 최근 민언련에 언론개혁 요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분들이 많다. 당분간 새로운 방향으로 언론개혁을 이끌어 주실 분들과 시민들을 많이 만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그 속에서 언론·미디어 개혁 프로그램들을 좀 더 개발할 생각이다.

Q. 민언련과 인연은?

2017년 김서중 교수님이 ‘독립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정책 연구’를 같이 하자고 요청했다. 그 연구를 진행하면서 민언련과 인연을 맺게 됐고, 정책위원을 하게 됐다. 민언련 정책위원은 5년 정도 했다. 민언련 활동을 하면서 학계에서 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과 시민사회 안에서 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시민사회에서 논의되는 언론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실천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무게감이 다르다. 학계 내에서 논의되는 규범적이고 원칙적인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어떨 때는 조금 직설적이고, 급진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시민들이 말하고 있는 언론개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언론인이나 학자 스스로가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개혁의 가치와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Q. 공동 대표로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기껏 5년 정책위원회에 참여한 학자가 이런 조직의 대표로 나간다는 것은 상상 밖의 영역이었다. 이전 대표님들이 저에게 대표직을 권유했을 때 ‘언론운동 3세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언론운동 세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 1, 2세대 분들의 생각과 외부에서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지만, 변화의 방법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 것 같다. 누군가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는 강한 기대감이 저를 선택한 것 같다. 제가 그 답을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계기는 만들어야 하기에 나섰다.

이진순 대표님은 언론운동 전 세대를 아우르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시는 언론개혁의 내용의 방식에 대해서도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저는 일단 상임 대표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시기 때문에 옆에서 도와드릴 생각이다.

Q.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해나갈 생각인가?

언론 시민단체는 일반 시민단체와 다른 부분이 있다. 미디어가 매개이듯 언론 시민단체도 매개적인 역할을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언련은 과거 ‘말’을 창간했고, 한겨레를 만드는 데 큰 일조를 했다. 언론을 조직함으로써 시민들의 사회가 만들어졌다. 이게 언론 시민단체의 하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전문가와 기자·지식인들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면 오늘날은 시민들이 조직해서 그들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이 사회를 우리가 좀 더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공론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Q. 현재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행 제도가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는 형해화됐다고 본다. 언론에 대한 개념, 관념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내용과 가치가 현실에 반영되지 못하게 제도가 구축되어 있다. 과거 언론의 자유에서 언론의 개념을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면, 지금 시민들이 만드는 언론은 제도화되지 못하고, 공론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언론의 자유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배제되는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민언련이 할 일은 언론개혁에서 소외된 시민들을 조직해 언론과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 시민들이 공론을 만들어내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시민에게 다가간다는 말은 이런 의미다.

Q. 민언련이 ‘미디어 기본권 국가보장’을 제시했는데, 설명을 부탁한다

통합 미디어법 제정을 통해 미디어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매체 간의 환경을 수평적인 체계로 재구조조정이 되어야 한다. 단지 기술이나 산업적인 제도로서의 규제 체계 통합이 아니라 시민들이 어떤 미디어를 쓰더라도 기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미디어 환경은 시민들이 미디어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조직하는 시대다. 당연히 시민이 미디어를 어떻게 조직하고,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참여 권리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모든 매체에 대한 콘텐츠나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가 아니라 그 매체에 대한 운영과 조직참여 등이 필요하다. 미디어에 대한 기본권이지만 미디어에 관여하는 시민들의 소통 범위 확대로 이해하면 된다.

Q. 대선 기간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책 보도의 실종보다 시민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책에 대한 논의의 실종이라고 보는 게 맞다. 언론사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반면 정치 개혁에 대한 논의는 전혀 되지 않았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언론은 질문을 던지는 대신 갈등을 만들었다. 선거 캠프는 그 갈등을 조장해 득표하려 하고, 이 모습을 또 언론은 네거티브 선거라고 비판한다. 네거티브 선거가 가능하려면 유통이 돼야 하는데, 유통은 언론이 한다. 언론사가 개혁적인 정책을 공론화시키고, 공약이 준비가 안 돼 있는 후보자들에게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다면 후보자도 공약을 만들 수밖에 없다. 정책을 만들려는 사회적 요구들이 언론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채영길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사진=미디어스)

Q. 윤석열 당선자 미디어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미디어 개혁과 관련해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언론과 미디어 개혁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갖추어있지 않은 상태로 보여 평가하기 좀 어려운 상황이다. 거버넌스적인 미디어 관리체계나 시민사회 참여 미디어 개혁 논의공간에 관심이 없어 보여 굉장히 우려된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결국 관료 또는 엘리트 그룹에 의해 산업과 권력 기관에 우호적인 정책들 위주로 가지 않을까 싶다.

Q.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 어떤 생각인가?

수평적 체계를 바탕으로 한 독임제와 합의제 두 개의 시스템이 얘기되고 있는 것 같다. ICT 같은 미디어 통합을 하는 진흥기구는 독임제로 가고,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합의제 거버넌스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제 거버넌스의 경우 전체 미디어의 파이 크기를 봤을 때 게토화 될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 기본권이 수행되려면 진흥과 규제는 경쟁적인 거버넌스 체계가 아닌 수평적이고, 같이 공존하는 체계여야 한다. 또 시민들의 미디어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매체들에 대한 규제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 구제 방법 등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버넌스가 중요한 한 축이 돼서 논의를 해야 한다.

Q. 인수위가 KBS·방문진과 간담회를 진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언론장악 시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가 각종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같다. 차기 정권의 미디어 개혁 방안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위가 선별적으로 특정 기관을 만났다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인수위가 오히려 방통위나 언론개혁을 요구했던 시민사회들을 만났으면 이런 지적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인수위가 정책적 논의도 상당히 폐쇄적으로 하기에 나오는 우려다.

Q.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정권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

미디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이미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졌다. 다만 정치적 합의를 이루려는 의지가 없던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민언련의 정책 과제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미디어 공공성 회복이 들어가 있다. 민언련과 언론노조, 다른 언론현업단체들은 계속해서 논의를 요구할 생각이다. 관련 인수위는 명확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더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

Q. 차기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미디어 정책이 무엇인가?

우선 이루어져야 할 것은 미디어를 위한 통합적 사회개혁 논의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미디어개혁위원회에서 실질적인 내용을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해 새로운 통합 미디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OTT같은 매체 중심 개선작업보다 전반적인 미디어 개혁을 위한 시민사회 참여 논의 기구를 최우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Q.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법안 처리를 예고했다

언론중재법은 여전히 정리돼야 할 부분이 있다. 언론개혁과 미디어개혁은 구분되어서 논의되면 시민들의 피해구제나 권익보호에 있어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언론중재법을 포함한 전반적인 개혁의 논의들이 논의 기구 안에서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언론중재법을 좀 더 실효적으로 조정해서 개혁하자는 내용이 올해 민언련 주요사업으로 포함돼 있다. 동시에 미디어 개혁위원회 설치를 통해 미디어 전반적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 언론중재법이 그냥 이렇게 무효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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