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조선·중앙일보의 [단독] 보도가 넘쳐나고 있다. 이들의 취재력인지 취재원의 선택적 접근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20대 대선에서 결정적 순간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를 꼽을 수 있다. 사전투표 하루 전날 두 후보는 단일화에 합의했으며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전했다. 조선일보는 칼럼과 사설을 통해 안 후보의 여론조사 경선 방식 단일화 제안을 비판하고 '정권교체' 여론을 앞세워 야권단일화를 주문해왔다.

3월 3일 새벽 1시 29분, 조선일보는 <[단독] 윤석열·안철수, 새벽 전격 단일화… 오전 8시 공동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전날 TV토론을 마치고 난 직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두 후보가 회동해 단일화 담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안 후보가 조건없이 사퇴해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내용의 단일화라고 보도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2월 27일 아침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보도했다. 윤 후보가 유세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1시에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갑작스런 단일화 배경 보도는 중앙일보의 몫이었다. 중앙일보는 3일 오후 <[단독] '편맥' 짠 하자 분위기 풀렸다…尹·安 단일화 막전막후>에서 두 후보의 회동 현장 발언을 재구성해 보도했다. 회동 장소는 '윤핵관'으로 알려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매형의 집이었다. 두 후보와 함께 단일화 실무협상을 해 온 장 의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등 4명이 배석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 후보는 새벽 3시 무렵 국민의당 주요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SNS 대화방에 단일화 소식을 알렸다. 반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협상에 참여한 소수인원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고 했다. 조선일보 보도 전까지 국민의힘 관계자 대다수가 소식을 몰랐다는 얘기다.

'윤석열 지지 시국선언' 예고 단독보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던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윤석열 지지선언'을 예고하는 단독보도가 줄을 이었다. 중앙일보는 2월 28일 <[단독]백범 장손 등 독립운동가 후손 시국선언, 尹과 현충원 간다>에서 백범 김구 장손 김진 씨를 대표로 하는 독립운동가 후손 63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정치적 메시지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 때문에 이번 선언문이 사실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며 "실제로 이번 선언문 참여자를 비롯해 20여명의 독립운동가 후손이 3·1절 오전 윤 후보와 서울 현충원을 함께 참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일 참배 현장에는 국민의힘 소속 독립운동가 후손 의원들과 20여명의 독립운동가 후손이 참석했다.

조선일보는 3월 1일 <[단독] 대장만 74명, 예비역 장성 1300명 尹 지지 선언한다>에서 예비역 장성들이 2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과 함께 윤 당선자 지지를 선언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우리나라 전체 예비역 장성은 2200명으로 대선에서 예비역 장성 절반 이상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TV조선은 같은날 1일 <[단독] 윤석열, '친문' 깨시연당 집회 직접 간다…"尹 지지선언">에서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공식 지지선언하는 집회를 열고, 윤 후보가 해당 집회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4일 <[단독]이종찬·김승규 등 前국정원맨 1000명 '尹지지 시국선언'>에서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1000여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5일 시국선언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안보 사안까지 단독 보도

대선 종료 후 지난 일주일 동안 윤 당선자 행보 관련된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는 독보적으로 무려 10개나 된다. 이들 단독 보도에 모두 '알려졌다' '전해졌다' 등의 서술어가 사용됐다.

▲<[단독] 尹, 경호·보안 우려에도… 취임식 때까지 자택 머물듯>(3월 10일)
▲<[단독] 윤석열 ‘광화문 집무실’, 정부청사 총리실 자리에 추진>(3월 11일)
▲<[단독] 인수위에 인사 검증팀 둔다… 巨野 상대 청문회 대비>(3월 12일)
▲<[단독] 새정부 총리에 김부겸 유임 검토>(3월 14일)
▲<[단독] 서훈, 尹에 “北, 당장 월요일 ICBM 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임박” 보고>(3월 14일)
▲<[단독] 文이 사문화한 특별감찰관 부활… 尹 "대통령도 견제 받는 권력">(3월 14일)
▲<[단독] 22일 발표될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안에 대한 尹측 반응은>(3월 14일)
▲<[단독] 정권말 공기업 ‘알박기’ 인사… 尹측 “우리와 협의해달라”>(3월 15일)
▲<[단독] ‘광화문 집무실’ 팀장에 윤한홍… 경호처장은 김용현 유력>(3월 15일)
▲<[단독] 尹 “쿼드 단계적 가입 추진…'외교통상부’ 부활도 검토”>(3월 15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윤 당선자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과 관련해 "당장 월요일에 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임박한 상황"이라고 보고했다는 14일 조선일보 보도는 윤 당선자 관계자의 전언이 기반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외교안보 사안으로 윤 당선자와 관계자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윤 당선자에게 외교안보 현안 사안을 브리핑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차기정부의 기민한 대처를 위해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 관련 동향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외교안보 주요 현안이 골자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은 정부 교체기에 외교안보 현안에 빈틈없이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선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대선 직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결정에 따른 협력이기도 하다.

국가 외교안보 사항과 관련한 정보는 성격상 비공개가 원칙인 만큼 윤 당선자도 서 실장 브리핑에 관해 말을 아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3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면서도 "북한의 ICBM 발사 움직임이나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시설 철거,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발사 유예) 번복 움직임과 관련해서 특별한 입장을 현재로선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전날 서 실장의 현안 보고와 관련해서도 "비공개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윤 당선자도 이날 인수위원회 구성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로부터 북한 미사일 관련 동향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미 입장 표명을 했다"고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14일 조선일보 보도로 관련 내용이 공개됐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서 실장의 발언, 서 실장이 보고한 북·중 국경지역 물자이동 동향내용 등을 기사화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보가 윤 당선자 관계자를 통해 조선일보에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자가 새 정부 첫 국무총리로 김부겸 현 국무총리를 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14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윤 당선자 측은 "100% 오보"라고 선을 그었다. 김은혜 대변인은 조선일보 보도 당일 "김 총리 유임안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100% 오보"라며 "'청문회 무섭다'는 식은 윤 당선인의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조선일보의 보도도 국민의힘 인사의 전언을 바탕으로 했다. 국민의힘 인사는 조선일보에 "여야 간 소모적인 정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총리 유임 카드를 윤 당선인이 여러 안 중 하나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대선 막바지쯤 윤 당선인 측 인사가 김 총리 측 인사에게 '유임안'에 대해 의사 타진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김 총리 측 인사는 '김 총리에게 전하진 않았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14일 <윤핵관은 왜 ‘김부겸 유임설’ 애드벌룬을 띄웠나>에서 "김 총리 쪽에서는 언론을 통해 불쑥 유임설을 흘린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총리실은 윤 당선자가 대선에서 승기를 잡은 설연휴를 전후로 이른바 ‘윤핵관’ 쪽에서 이런 유임설이 흘러나온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김부겸 총리 유임설’을 검토 분위기만으로도 윤 당선자가 통합과 협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에서도 윤 당선자 행보와 관련해 14개의 [단독] 보도가 쏟아졌다. 이들 보도 역시 대체로 윤 당선자·국민의힘 쪽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단독] "광화문 대통령, 꼭 지킨다"…인수위 '광화문 특위' 설치>(3월 10일)
▲<[단독] '광화문 대통령' 외친 尹…관저, 삼청동 총리공관 유력>(3월 11일)
▲<[단독] 'K9 청년'의 고백 "늦은밤 그날, 尹은 정말 의외였다">(3월 14일)]
▲<[단독]"靑산하에 경제안보위" 제안, 尹 쳐냈다...靑슬림화 의지>(3월 14일)
▲<[단독]공동검증팀 꾸리는 安, 총리도?...尹측 "다양한 역할 할 것">(3월 14일)
▲<[단독]文때 중단된 '친인척 감시' 특별감찰관…尹, 재가동 지시>(3월 14일)
▲<[단독] 尹공약대로, 산업은행 부산 간다…"수출입은행도 검토">(3월 14일)
▲<[단독] 질문 70개 던진 尹…인수위원부터 '독한 검증'한다>(3월 14일)
▲<[단독]尹, 오세훈에 전화해 "사람 좀 보내달라"…집값 챙긴다>(3월 14일)
▲<[단독]"안철수 외 박주선도 총리 거론"…윤희숙도 중용 가능성>(3월 15일)
▲<[단독]尹 거침없는 '탈제왕'...이번엔 "靑수석비서관 절반 없앤다">(3월 16일)
▲<[단독]용산에 '尹 집무실' 만든다...백악관처럼 시민공원 조성>(3월 17일)
▲<[단독] 여가부 운명, 첫 여성 행정학회장 박순애 손에 달렸다>(3월 17일)
▲<[단독]尹정부 첫 비서실장 권영세 물망...장제원·권성동도 거론>(3월 17일)

10일부터 17일까지 타 주요언론의 윤 당선자 행보 관련 단독보도 건수를 보면 동아일보 7건, 한국일보 3건, 서울신문 0건, 한겨레 0건, 경향신문 0건, 국민일보 2건, 세계일보 3건 등이다. 동아일보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보도가 주를 이룬다. 타 언론에서는 일부 보도를 제외하고 '알려졌다' '전해졌다' 등의 서술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지난해 3월 이후 중앙일보와 4차례, 국민일보·조선일보·TV조선과 각 세 차례씩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아일보·세계일보·문화일보·연합뉴스·채널A 등과는 각 두 차례 인터뷰를 했다. 반면 한겨레, CBS, MBC, YTN과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지난 10일 <‘절반의 마음’ 얻기, 대통령 기자회견 일상다반사부터>에서 이 같은 수치를 언급하며 "우연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권 실장은 "이런 갈라치기도 이젠 녹여내는 기자회견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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