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22일로 53일이 되었다. 역대 MBC 파업 중 최장기 파업이었던 92년 50일 파업기록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장기화 됨에 따라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7주째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7일 방송된 <무한도전 스페셜>은 전국 시청률 6.5%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결방 전인 1월 28일(시청률 19.5%)과 비교할 때 3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이다.

▲ 김재우 이사장, 차기환 이사, 문재완 이사, 김광동 이사, 김현주 이사, 남찬순 이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 뿐만 아니다. MBC <우리들의 일밤>은 신규 사업자인 종합편성채널 수준인 1.7%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대참사'를 겪었다. 이는 31년 '일밤' 역사에서 최저 시청률이며, "MBC 사측이 어떻게든 '땜빵'만 하려다 이 지경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간판 뉴스인 MBC <뉴스데스크> 역시 몇 주째 뉴스 시간이 단축되고 있으며, 내용에 있어서도 기계적 중립 마저 지키지 못해 비판을 받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다.

이 상황을 중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곳이 바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다. 방문진 법령과 정관에도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파행 운영되고 있는 MBC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방문진 이사들은 정작 MBC 파업 사태가 '(방문진 권한 밖의) MBC 내부의 일'이라며 발을 빼고 있다. 22일 오전,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과 MBC 노조 측이 파업 이후 최초로 면담을 진행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자. 야당 추천 이사들은 14일 임시 이사회와 21일 정기 이사회에 앞서 김재철 사장의 방문진 출석을 요청하였지만, 김 사장은 이유없이 거부하거나(14일) 아예 무시했다(21일). 언론계 안팎으로 큰 논란이 된 '법인카드 남용 의혹'과 관련해도 사용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MBC 내부 감사가 진행중이니 감사가 끝난 다음에 제출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를 놓고 야당 추천인 정상모 이사는 '방문진의 관리감독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럼, 여당 추천 이사들은 어떨까? 21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 안건을 제출하려 하자, 여당 추천 이사들은 별다른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표결에 부치자고 했다.

그러나 방문진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 6명, 야당 추천 이사 3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표결에 들어가면 부결될 것이 명확하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숫적 우위를 앞세워 해임안을 부결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야당 추천 이사들은 해임안을 즉각적으로 제출하길 거부했고 당일 이사회가 끝난 이후 이메일로 해임안을 제출했다. 해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는 다음 주인 28일 열릴 예정이다.

상황이 이쯤되면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의 관리·감독권을 무시하고 있음에도 무시당하는 당사자들인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MBC 구성원들의 요구인 '김재철 해임'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장기화되는 파업 사태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 파국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는 아무런 대안도 없다.

여당 추천인 김광동 이사는 14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 임명 당시의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상황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방문진의 의사결정이 어느 한 사람의 의지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이사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여당 추천 이사들의 행동에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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