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라운드에서 눈길을 끌었던 경기는 FC 서울-대전 시티즌 전이었습니다. 전력 차이도 있고, 순위 차이도 있었지만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바로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두 스타 최용수 FC 서울과 유상철 대전 시티즌 감독 간 대결 때문이었습니다. 현역 시절 라이벌 관계로도 불렸지만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끈 멤버들로써 이들의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결과는 지난해 첫 대결에 이어 최용수의 서울이 완승을 거뒀습니다.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하나둘씩 현역 무대에서 은퇴하면서 이제는 자연스레 현역 선수들 가운데 어떤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현역을 뛰고 있는 선수는 이제 한 자릿수인 9명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설기현, 김남일, 이운재, 김병지 등은 K리그 무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으며, 박지성, 차두리, 이영표 등 여전히 해외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현역으로 뛸 수 있음에도 새 둥지를 틀지 못하고 무적 신분인 선수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대전 시티즌과 결별한 골키퍼 최은성, 그리고 해외에서 뛰었던 이천수, 송종국 등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특히 일본, 중국 등에서 뛰다 K리그 무대 복귀를 타진했지만 결국 개막 이전에 자리를 잡지 못한 이천수, 송종국의 향후 행보가 어떨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이천수, 송종국 ⓒ연합뉴스
두 선수 모두 기량 면에서는 검증이 된 선수들입니다. 나란히 2002년, 2006년 월드컵 본선을 뛰었고, K리그 뿐 아니라 해외 무대 경험을 가져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한창 컨디션이 좋을 때 각자 포지션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천수는 빠른 발과 날카로운 킥력, 감각적인 플레이가 돋보였고, 송종국은 성실하면서도 악착같은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천수는 2005년, 송종국은 2008년에 K리그에서 각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 흠으로 지적됐습니다. 이천수는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찍힌 데다 결정적인 개인 문제로 '임의 탈퇴' 신분이 되면서 해외에서 이 팀, 저 팀을 떠돌아다닌 신세가 됐습니다. 송종국 역시 2005년부터 6년간 수원 블루윙즈에서 맹활약했지만 2010년 하반기에 사우디 알 샤밥에서 뛴 이후 울산 현대, 톈진 테다(중국) 등을 전전하는 등 1년 동안 3개 팀을 오갔습니다. 결국 2012 시즌을 앞두고 새 팀을 모색하려 했던 이들은 일단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새 둥지를 트는데 실패했습니다. K리그에 복귀하려면 7월에 풀릴 여름 이적 시장을 기다려야 하게 됐고, 이 때문에 다른 나라 리그로 눈을 돌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일단 이천수의 경우, 임의 탈퇴 신분을 어떻게 벗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전 K리그 소속팀 전남 드래곤즈가 쉽게 이를 풀어주지 않을 것으로 보였고, 다른 팀들 역시 여러 문제를 일으켰던 이천수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K리그보다는 다른 나라 리그를 염두에 둘 공산이 큽니다. 반대로 송종국은 본인 의지가 강해 해외보다 K리그에 새 둥지를 틀 것으로 보이지만 무적 기간 동안 몸을 얼마만큼 잘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그때까지 컨디션 유지가 원활치 못한다면 조용히 은퇴의 길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둘 다 최전성기 때 화려한 실력과 인기를 모았던 선수들이라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어쩌면 참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한 선수는 트러블 메이커라는 이유로 궁지에 몰렸고, 다른 한 선수는 흐르는 세월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후배 선수들에 밀려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신세를 보냈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어느 팀에 새 둥지를 틀지, 어떤 결론이 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단 하나 중요한 것은 나름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큼 마지막도 명예로웠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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