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동조합이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지 14일로 45일째를 맞이한다.

<무한도전> 등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역시 파행 방송이 이어지면서 시청률이 반토막 난 상황이지만 정작 MBC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는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 김재우 이사장, 차기환 이사, 문재완 이사, 김광동 이사, 김현주 이사, 남찬순 이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BC노사가 격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사태를 해결할 만한 위치에 있는 이들은 바로 방문진 이사들이다.

방문진은 여당 추천 이사 6명(김재우, 차기환, 문재완, 남찬순, 김광동, 김현주)과 야당 추천 이사 3명(정상모, 한상혁, 고진)으로 구성돼 있다. 6대 3 구도인 탓에 여당 추천 이사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지만, 정작 여당 추천 이사들은 MBC 총파업 장기화 사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여당 추천 차기환 이사는 지난 7일 방문진 이사회가 끝난 직후 여당 이사들의 침묵을 지적하는 기자들에게 “현재 쌍방 고소돼 있는 상황에 한쪽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언급 자체를 꺼렸다.

방문진 이사회를 하루 앞둔 13일, 연락이 닿는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답변을 회피했다. 김재우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고, 남찬순 이사 역시 “노코멘트”라고만 짧게 답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재철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재철 사장은 낙하산이 맞다'고 '양심고백'한 것과 관련한 해명을 듣기 위해 김재철 사장의 14일 이사회 출석을 요구한 상황이다.

야당 추천 정상모 이사는 “김우룡 전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김재철 사장이 14일 이사회에 출석할 것을 MBC 측에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MBC 뿐만 아니라 방문진 역시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된 상태”라며 "방문진도 이 사안에 대해 해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야당 이사들은 지난 5일 김재우 이사장을 찾아가 방문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특히 한상혁 이사는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 이사들을 조롱하고 있다"며 "현 정권이 자신을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10년 3월 김재철 MBC 사장이 선임될 당시 방문진 이사장을 맡았던 김우룡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임명권자'(청와대 지칭)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김 사장이 '청와대 낙하산'이 맞다고 털어놓았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제대로 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김 사장을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낙하산 인사라도 제대로 된 사장이라면 정치적 등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모두 하수인 같은 짓을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 이사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사안'의 성격이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장기 파업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책임' 주체인 여당이사들의 일관된 '침묵'은 '나는 밥값을 못한다'는 자기고백의 다른 표현일 뿐임을 방문진 여당추천 이사들은 스스로 반성해봐야 한다. 방문진 이사장의 연봉은 1억2천만원, 이사들은 4천만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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