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집안의 아들 콜린(에디 레드메인 분)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영화에 관련된 직업을 얻기 위해 무작정 영화사를 찾아 간 끝에 로렌스 올리비에의 감독 겸 주연 작품에 제3조감독을 맡게 됩니다.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 콜린은 불안에 시달리며 변덕이 심한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가까워집니다.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콜린 클라크의 2권의 자전적 저서를 영화화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 마릴린 먼로가 영화 ‘왕자와 무희’의 촬영을 위해 1957년 영국에 머물렀던 실화에 근거한 것입니다.

아름다운 미모와 섹시한 매력을 만인에 뿜어낸 톱스타이지만 변덕스런 성격과 문란한 사생활로 인해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마릴린 먼로와 젊음과 순수함 외에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연하남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뭇 남성의 판타지를 자극합니다.

마릴린 먼로의 사생활을 소재로 한 영화로는 1996년 작 ‘노마 진 앤 마릴린’과 같은 작품도 있었지만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제목 그대로 미국인 마릴린 먼로가 영국에 체류했던 시기로 한정하며 차별화합니다.

마릴린 먼로는 주지하다시피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는데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에서는 움직이는 돈방석과 같은 그녀를 주변 사람들이 다루는 손쉬운 수단으로 약물이 악용되었으며 자제심이 약한 마릴린 먼로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실존했던 유명인이 다수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의 매력입니다. 타이틀 롤 마릴린 먼로 역의 미셸 윌리엄스는 연기는 흠잡을 데 없지만 광대뼈가 두드러지고 뺨이 홀쭉해 얼굴선이 입체적이었던 마릴린 먼로에 비해 뺨이 통통하고 동그란 얼굴형이라 외모가 닮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대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 리(줄리아 오몬드 분) 부부와 마릴린 먼로의 세 번째 남편이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널리 알려진 극작가 아서 밀러(더그레이 스캇 분)까지 등장해 흥미롭습니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유명인 부부인 네 사람의 심리가 엇갈리는 연속된 장면입니다. 변덕스런 마릴린 먼로로 인해 영화 촬영에 어려움을 겪는 로렌스 올리비에는 아서 밀러로부터 ‘그녀가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는 솔직한 고백을 들으며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이어 촬영을 위한 세트장에 비비안 리가 방문하자 마릴린 먼로는 비비안 리의 연기력과 노련미를 부러워하며 반대로 비비안 리는 마릴린 먼로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질투합니다. 남성(남편)들 간의 동병상련과 여자(아내)들 사이의 질투가 절묘하게 교차되는 것입니다.

성격적인 면에서 약점 투성이인 마릴린이지만 내면의 본질적인 순수함과 나약함을 알아본 주인공 콜린과 노 여배우 시빌 손다이크(주디 덴치 분)만이 인간적인 호의를 잃지 않는데 사회초년병 콜린은 마릴린과의 사랑과 주변의 질시를 겪으며 영화판의 생리를 몸소 체험해 한 단계 성장합니다.

전반부의 속도감 넘치는 편집은 인상적이지만 중반 이후 마릴린과 콜린의 로맨스에 집중하며 속도감이 떨어지는 것은 약점입니다. 역시 실존 유명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철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만 부각될 뿐 중반 이후 전개가 진부해지는 것도 아쉽습니다. ‘해피 포터’ 시리즈의 최대 수혜자 엠마 왓슨은 의상을 담당하는 수수한 여성 루시 역으로 출연해 콜린, 마릴린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데 극중의 마릴린 먼로에 비해 외모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영화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관의 불꺼지는 순간과 책장을 처음 넘기는 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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