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리그 승부조작 스캔들은 큰 파문을 몰고왔고, 심지어 관련된 선수 및 해당 구단의 감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이어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 스캔들은 올해 프로배구를 강타했고, 관련 선수들은 결국 영구제명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승부조작의 여파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까지 미치게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승부조작이 아니라 경기조작입니다. 지정된 이닝에 볼넷을 내주는 조건으로 일정금액의 대가를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결국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프로야구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공교롭게도 LG 트윈스의 주축투수인 김성현 선수와 박현준 선수가 경기조작에 개입된 대상자로 지목되었고, 김성현 선수는 결국 구속되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처음에는 단호하게 부인하다가 결국 혐의사실을 시인했는데, 박현준 선수의 경우 공항에 입국할 당시에도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까지 보였으나, 결국 혐의사실을 시인하면서 구단은 물론 팬들도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프로야구 경기 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 선수가 일본에서 입국해 공항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김성현 선수의 경우 지난 시즌 중반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되기 이전 소속구단이었던 넥센에서 활동할 당시 경기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현준 선수는 현재 혐의를 받고 있는 시기가 8월 경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됐고, 트윈스 구단의 선발투수진의 주축으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들인데, 구단으로서는 전력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박현준 선수의 경우 지난 시즌 신데렐라처럼 급부상하면서 트윈스의 에이스로 성장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상황인지라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전력의 타격도 문제이지만 1990년 창단 이후 많은 팬들을 불러모았던 트윈스 구단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더군다나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절치부심하던 상황이기에 트윈스에게 미치는 악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박현준 선수의 경우 2011시즌 훌륭한 성적으로 한때 팀을 2위에 올려놓은 공헌도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신연봉제를 통해 성적에 따른 확실한 보상이 예상되었던 상황에서 눈앞의 몇백만 원에 흔들리고 결국 그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것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프로선수로서 아니 공정한 경쟁이 생명이나 다름없는 스포츠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대가를 치러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를 보면 온통 박현준, 김성현 선수가 프로야구 경기조작의 주범이자 그 실체인 것으로 오인될 정도로 지나치게 두 선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개입한 선수들이 물론 잘못한 것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박현준, 김성현 두 선수는 프로야구 경기조작의 주체가 아닙니다. 주체는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음성적으로 검은 돈을 유입한 일당들입니다. 개입한 선수들을 발본색원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법 도박을 일삼는 무리들도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불법도박단들의 실체가 그 뿌리까지 파헤쳐질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선수들을 유혹한 브로커들을 처벌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불법도박과 경기조작의 유혹은 언제든지 재발할 것입니다.

한때 프로야구장이 파리를 날리던 당시 암표상들 모습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600만 관중시대를 열어젖힌 지금, 암표상들은 바이러스처럼 전국 구장에 확산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예매가 보편화된 요즘, 왠만한 주말경기는 표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의 중고품 직거래 카페에 들어가보면 주말경기 티켓을 상습적으로 파는 암표상들 무리가 들끓고 있습니다. 암표상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 어디 하루이틀의 문제였던가요? 고질적으로 암적인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암표상들은 교묘하게 법의 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와 예매문화를 더럽히고 있습니다. 정작 주말에 시간을 내서 야구장에 가고 싶어도 암표상 무리들이 조직적으로 표를 구매하여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태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야구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번 경기조작 스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여한 선수들은 검은 유혹의 조연이지 주연이 아닙니다. 검은 유혹으로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흐려놓고 있는 불법도박단의 실체를 수사력을 총동원하여 파헤쳐야 할 것입니다. 단지 몇몇 선수들을 부각시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목적이라면 차라리 수사를 시작하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여겨집니다. 국민의 여가 생활이 더러운 세력들에 의해 훼손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대중문화와 스포츠는 늙지 않습니다(不老).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맛깔나게 버무린 이야기들(句), 언제나 끄집어내도 풋풋한 추억들(不老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루세의 不老句 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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