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 이계철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주)글로발테크 등 고문직 겸임과 각종 로비 및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의혹에 대해 “나는 ‘로비’의 ‘로’자도 모른다”, “신고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인정할 건 인정하고 시작하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 이계철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를 경정하고 있다ⓒ연합뉴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전재희, 이하 문방위) 회의장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계철 후보자의 ‘신고되지 않은 정보통신 관련 업체 고문·사외이사’ 등 수상한 겸임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다. 특히, 그동안 알려져 왔던 글로발테크, 에이스테크놀로지 뿐 아니라 별정·부가통신사업자 애니유저넷에서도 고문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이 후보자가 겸직했던 업체는 사장을 지낸 KT 고문 2회, 애니유저넷 고문, 에이스앤파트너스 고문, 에이스테크 고문, 에이스안테나 사회이사, 글로발테크 고문 등이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애니유저넷의 경우, 고문으로 취임한 첫 달인 2002년 5월 KT의 중소기업 기술혁신 프로젝트 공개입찰을 수주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에이스앤 파트너스·테크·안테나에서도 2005년 1월 KT와이브로 사업 협력업체로 선정되면서 주가가 급상승, KT협력업체로부터 다수 공동연구를 수주받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발테크는 이계철 후보자의 고문 첫해인 2008년 KTF와의 납품계약만으로 200여억 원의 매출을 기록, 2006년~2009년까지 KTF와 납품계약으로 총 540여억 원의 납품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전병헌 의원은 “이계철 후보자가 고문으로 취임한 각 업체는 KT(와 자회사)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확대되거나 새롭게 신설되는 관행이 이뤄져 왔다”고 로비통로로서의 이 후보자의 역할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전 의원은 “글로발테크도 KTF로부터 3년 간 총 540억 원의 납품을 체결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조영주 전 사장의 차명통장으로 23여억 원이 입금되는 등 로비가 진행돼 사법처리가 됐다”며 “그런데 당시 고문이었던 이계철 후보자가 이 사건을 전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전병헌 의원은 “이계철 후보자가 KT 사장을 거쳐 협력, 유관기관의 고문 맡으며 KT와의 관계 늘어나는 등 이 과정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고문 및 사외이사 경력이 신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 요청안에서도 누락된 바 있다.

▲ 3월 5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이 이 후보자의 각종 겸임을 지적하면서 로비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인사청문회 요청 경력에 왜 각 업체들의 고문내역을 기재 안했느냐”고 질의, 이계철 후보자가 “일부러 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만 넣다보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조순형 의원은 “공직후보자의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회 요청인데 중요한 것만 넣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고, 그 부분에 대해 이 후보자가 불찰이었음을 인정했다.

‘비상임이사의 경우 신고대상이 아니다’라는 이계철 후보의 답변에 대해 조순형 의원은 “왜 안되느냐. 강령을 보면 비정규직 직원까지 신고의무를 적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순형 의원은 “임직원은 정관 4조를 따르도록 하고 있고 임원이라 함은 이사와 감사를 둔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 이사가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로 나뉘어 둘 다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오늘 그 자리에 앉아서 하루 종일 그렇게 답변하고 있을 것이냐. 인정할 건 인정해라. 법제처에 유권해석 받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순형 의원은 “전직 정통부 차관 그리고 KT 사장이 관련 업체에 고문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그 작은 업체에서 이 후보자를 영입한 것은 여기에 착안했던 게 아니냐. 우기실 걸 우기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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