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기자의 목을 친 자들을 몰아낼 수 없다면, 그래서 그가 우리 곁으로 영영 돌아올 수 없다면 우리도 미련 없이 MBC를 떠나겠습니다.”
MBC기자 166명이 집단 사직을 결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MBC가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하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을 중징계한 것에 대한 반발로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
MBC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 특보에 따르면, 비대위가 박성호, 양동암 기자와 동기인 보도본부 28기(95년 입사) 이하 기자들을 대상으로 집단 사직 의사를 물은 결과, 모두 166명의 기자들(취재기자 130명, 카메라기자 36명)이 사직 결의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번 결의에는 육아나 출산 등을 위해 회사를 나오지 않고 있는 일부 휴직자들까지 참여했다.
이번 사직 결의는 박성호 기자 해고에 분노한 일부 기자들의 자발적인 사직서 작성으로 시작됐다. 당초 처음 사직서 투쟁 의지를 밝힌 기자는 “뉴스의 공정성을 짓밟은 자들이 공정보도를 요구한 기자회장을 해고하는 적반하장식 징계를 용인한다면 앞으로 우리 뉴스는 영원히 공정성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MBC 기자들이 모두 사직서를 써놓고 끝까지 투쟁하자”고 제안했다.
MBC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다짐한다. 박성호 기자가 돌아올 수 없다면 우리도 더 이상 마이크와 카메라를 잡지 않겠다. 아니, 잡을 수가 없다”며 “공정성과 기자적 양심이 이토록 처참하게 유린된 MBC에서 어떻게 우리가 단 하루라도 뉴스를 만들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기자들의 사직 결의를 바탕으로 김재철 사장 퇴진과 동시에 징계 무효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제 우리 기자들에게 이번 투쟁은 MBC를 정상화시킬 것이냐, 아니면 모두 버리고 떠날 것이냐의 절박한 싸움으로 변했다”며 “사직에 앞서 모두 해고될 각오로 다른 부문의 동지들과 함께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이 집단 사직을 결의하며 밝힌 성명 전문이다.
사직(辭職)을 결의하며
박성호 기자와 양동암 기자, 그들은 우리와 함께 뉴스를 만들던 동료이자 선배였고, 우리가 직접 뽑은 우리의 대표였습니다. 그리고 그 짐을 짊어진 채 무너진 MBC 뉴스의 공정성을 다시 세우기 위해 우리 앞에 섰습니다. 아니, 어쩌면 비겁했던 우리가 그들을 앞세웠습니다. 그런데 한 명은 해고됐고, 또 다른 한명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괜찮다며 오히려 우리를 다독입니다. 미안합니다. 그들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불의(不義)가 정의(正義)를 심판하고, 탐욕(貪慾)이 양심(良心)을 해고하는 걸 끝내 막지 못했습니다. 억울합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일신의 안락(安樂)과 영화(榮華)를 위해 후배의 목을 친 자들을 생각하면 정말 몸서리가 쳐집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터였던 MBC가 어쩌다 이렇게 거꾸로 서버린 겁니까.
다짐합니다. 박성호 기자가 돌아올 수 없다면 우리도 더 이상 마이크와 카메라를 잡지 않겠습니다. 아니, 잡을 수가 없습니다. 공정성과 기자적 양심이 이토록 처참하게 유린된 MBC에서 어떻게 우리가 단 하루라도 뉴스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 장, 두 장... 여기 모인 기자 166명이 각자의 다짐을 담아 사직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박성호 기자의 목을 친 자들을 몰아낼 수 없다면, 그래서 그가 우리 곁으로 영영 돌아올 수 없다면 우리도 미련 없이 MBC를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