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1년짜리 계약직 기자’를 채용했던 MBC가 이제는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까지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MBC는 계약 기간도 명시하지 않은 ‘프리랜서 뉴스 앵커’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MBC는 2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채용에서 서류전형과 실기 및 면접 과정을 통해 약 4명의 비정규직 뉴스 앵커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MBC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프리랜서 앵커를 채용하는 이유에 대해 “앵커가 파업에 참여하는 나쁜 관행을 막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 여의도 MBC사옥 ⓒ미디어스
MBC는 이와 더불어, 경력기자와 라디오뉴스편집PD도 1년 계약직으로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보냈다. MBC는 이미 지난 달, 뉴스영상PD과 전문기자 10여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바 있다.

파업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막기 위한 MBC의 잇따른 비정규직 사원 채용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MBC노조는 MBC 경영진의 행보를 강하게 비난하는 동시에, 프리랜서 뉴스앵커 모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뉴스 앵커를 프리랜서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어”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4일 입장을 내어 “앵커는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안내하고 의미를 짚어주는 방송뉴스의 얼굴이고, 안으로는 모든 기자들과 소통하며 그날의 뉴스를 완성하는 보도국의 중추”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러한 뉴스의 앵커를 프리랜서로 뽑는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김재철 사장이기에 감히 이런 일마저 쉽게 저지르고 있다”며 “회사가 망가지든 말든, MBC 보도국의 역사와 전통마저 모조리 짓밟고 나가겠다는 김재철 사장의 황당한 선전포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에 목마른 청년들에게 언론인이란 명함을 미끼로, 그것도 단순 계약직으로, 자신의 방패막이로 싸움터에 나서도록 강요하는 김재철 사장의 작태는 즉시 중단되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노조는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모집에 지원하고자 하는 언론인 지망생들을 향해서도 호소했다.

노조는 “이 일자리는 김재철 사장의 생명 연장을 위한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다”며 “언론인으로서 공정방송을 하고자 하는 저희의 진심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신다면 좀 더 나은 일터에서 서로 믿음을 가지고 즐겁게 만나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도 “김재철의 막장 채용에 대해 파업 종료와 동시에 원상 복귀시키겠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보도국 간부들을 향해서는 “대체 인력을 활용한 뉴스 제작은 김재철 체제에 대한 기생차원을 넘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후배, 동료들의 등에 칼을 꽂는 다시 없을 배신행위로 상응하는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뉴스 앵커 모집에 대한 언론인 지망생들의 반응 또한 싸늘하다.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에 올라온 MBC 채용 공고 글에는 “수많은 언론고시 준비생들을 이용하려는 너무나 얕은 수작” “파업을 오래해야 앵커도 안 짤리겠다” “이건 아니다” 등 MBC의 행보를 비판하는 언론인 지망생들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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