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워싱턴, 뉴욕을 비롯해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프랑스 파리 등 해외에 머물고 있는 MBC 해외 특파원들이 현 MBC 사태에 대한 책임자로 김재철 사장을 지목하며, 김 사장의 퇴진을 강도 높게 촉구하고 나섰다. 해외 특파원들이 집단으로 사장 퇴진 촉구 성명을 발표한 것은 MBC 역사상 처음이다.

윤도한(LA), 이호인(워싱턴), 도인태(뉴욕), 박장호(도쿄), 김경태(베이징), 임영서(도쿄), 박상권(파리) 등 7명의 특파원은 4일 성명을 내어 “이 사태의 총체적인 책임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며 “본인이 수십년 몸담아온 MBC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MBC를 이끌고 가야할 후배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애정이 남아있다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 2월21일 오후 4시30분경,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 앞에서 파업집회를 가진 MBC 노조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 해임"을 방문진 이사들에게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미디어스
특파원들은 먼저, MBC가 박성호 기자를 해고하고 양동암 기자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박성호, 양동암은 공정방송이라는 MBC 기자 전체의 시대적 소명을 앞장서서 짊어진 이들이고, 그들에게 십자가를 져달라고 요구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었다”며 “하지만 대의를 위해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대가로 돌아온 것은 해고와 정직이라는 가혹한 칼부림이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공정 보도는 기자의 기본으로 이것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총의를 대변하여 행동한 것이 해고와 정직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며 “기자들을 제작 거부라는 막다른 선택으로 내몬 것은 계속되는 불공정 보도에 대해 시정을 호소해온 기자들의 절절한 외침을 지속적으로 외면하고 묵살해온 보도국 책임자들과 경영진들”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MBC가 파업에 참여한 보도국 간부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서도 “감정적이고 무자비한 보복인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불공정 방송으로 상처입은 공영방송 MBC의 자긍심은 편가르기식 파행 인사를 비롯한 온갖 납득할 수 없는 조치들로 이제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성명과 관련해, 한 특파원은 “공정보도를 위해 몸을 내던진 후배는 해고되면서도, 현재의 파국을 초래한 장본인들은 아무런 원칙 없이 해외 지사장으로 발령 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MBC노조는 전했다. MBC는 지난 달, MBC 불공정 보도의 책임자로 지목됐던 이장석 국장과 문철호 국장을 각각 각각 워싱턴과 베이징 지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특히, 특파원들은 김재철 사장이 계속 물러나지 않을 경우 집단 행동의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파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기 때문에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월급과 생활비가 끊기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음에도 이번 성명에 흔쾌히 참여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