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현준에 대한 기대가 원망으로 바뀌어 가는 분위기입니다. 논란이 시작된 초반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던 그가 시간이 흐르며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침묵을 지키는 것은 박현준 본인이나 구단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일 뿐입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들, 이제는 당당하게 밝힐 때이다

무죄추정원칙은 누구에게나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아니라고 주장하고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누군가를 지적해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브로커의 이야기가 허튼 소리일 수도 있다는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구체적인 금액까지 나오고 전직 야구 선수가 중개인으로 끼인 상황이 현실로 드러나며 야구 조작 사건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1시즌 승부조작의 대가로 LG 투수 박현준(26)과 김성현(23)에 1200만 원을 줬다"

지난 25일 승부조작에 개입되어 구속된 대학야구 선수 출신이 밝힌 내용은 무척이나 구체적입니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으로 지적되어왔던 박현준과 김성현에게 1,200만 원을 줬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 ⓒ연합뉴스
현재로서는 검찰에서 두 선수에게 소환장을 보내지 않은 상황이니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진술 내용이 이렇게 공개될 정도라면 어느 정도 수사에 진전을 보였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구단이나 해당 선수들의 침묵은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승부조작과는 상관없다고 밝힌 만큼 당당하게 나서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진술 내용이 다르다면 당당하게 무고죄를 물어 그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프로축구나 올해 터진 프로배구에서도 알 수 있듯 범죄에 연루된 선수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밝혀질 수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사실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즉각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첫 이닝 볼넷을 제안해 한 번에 300만 원씩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본인과 프로야구 전체를 위해서라도 강력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야 합니다. 현재 브로커들이 구속되며 프로야구 조작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KBO나 구단들이 해당 선수들의 입장만을 대변해서 그들과 언론의 접촉을 막는 것이 해결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은 절대 그런 일에 연루된 적이 없다고 이미 한 차례 입장을 밝힌 만큼 ‘더 이상 반복해 언급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는 주장의 연장이라고 해도, 초반 막연한 루머 수준을 넘어 고교동창이 검찰에 밝힌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오히려 오해를 가중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엘지는 이미 전훈장 분위기마저 엉망이 되어 올 시즌 경기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 관련자로 지목된 선수가 장막을 치고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일지 모르지만 본인이 당당하다면 오히려 그런 억측들에 맞서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소속된 팀과 프로야구 전체에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묵인하는 것은 안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검찰 측에서도 기자들에게 정보를 흘리는 행동보다는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에 접근해 프로야구에 조작이 만연해 있다면 성역 없는 수사로 문제를 근원부터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이미 누군가는 조작을 위해 돈을 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억울한 누명이라면 구제받아야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일벌백계를 통해 더 이상 프로리그에 조작이 발 들일 수 없도록 해야만 할 것입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고, 새롭게 태어난 프로야구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도록 검찰 수사만이 아니라 KBO와 선수협과 구단, 그리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숨긴다고 숨길 수 없는 상황에서 곪고 썩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해야 프로야구가 천 만 관객 시대를 열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현재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20대 초 중반 선수라는 점이 더욱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지난 시즌 두 자리 승수에 올 시즌 억대 연봉까지 받게 된 선수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수백만 원을 벌기 위해 조작에 가담했다면 참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꾸준하게 거론되어온 선수 명단에 더해 구체적인 금액까지 나온 상황에서 수수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맞서, 잘못이 없다면 구단과 선수는 혐의사실을 풀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검찰 소환만 기다리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아닙니다. 그들을 믿고 응원했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죄가 없다면 더욱 당당하게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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