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이후 우리 축구계에 새롭게 등장한 시민구단, 그 존재가 우리 K리그에 함께한 지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리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시민구단(그리고 도민구단). 이들의 존재는 아직까지 여러모로 미약합니다. 경영의 어려움과 함께 성적이나 흥행에서도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현실에 힘겨워하고 있죠. 심지어 올해부터 시작되는 승강제에 대한 위기의식도 다른 여타의 기업구단들보다 더 큽니다.

여러 어려움들이 있는 시민구단.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여러 어려움들 가운데 가장 근원적이고 힘든 그리고 해결하고픈 문제점은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 응원열기일 텐데요. 우리의 시도민구단들은 그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조 시민구단으로 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대구FC. 하지만 그 상징성에 비해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반응이 싸늘하다는 문제 앞에선 스스로 늘 좌절과 고민에 빠져들곤 합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문제죠. 시민구단에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가치라 할 "시민"과 함께한다는 부분에서 그동안 대구FC는 쉽지 않은 날들을 보내왔습니다.

성적에 대한 고민과 구단 운영의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서 흥행을 고민한다는 건 어찌 보면 사치와도 같습니다만, 재정적 안정이 이뤄지면, 순위가 올라가면, 당연히 인기도 따라올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고민의 크기는 늘 거대했다는 거.

그런 대구FC의 이번 겨울은 뭔가 달랐습니다. 시민들과의 스킨십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나 할까요? SNS회원 가입을 늘리기 위해 목표로 내건 1122명 팔로워 달성에 따른 공약인 팔공산 등반, 이것을 이뤄낸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소통의 시작이자 시민구단으로서 지역에 밀착하는 홍보사례를 남긴 거죠. 또 한 번의 이벤트가 이어졌고, 새롭게 내건 공약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펼친 프리허그. 단순한 개막전 홍보를 넘어선 적극적 스킨십이죠.

단순하게 큰 투자 없이 이뤄낸 이벤트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 프로스포츠 대부분 구단들은 이런 스킨십에 매우 취약했습니다. 특히 K리그의 경우, 결정적 문제점 중 하나가 "지역연고" 의식이 강하지 못하다는 점, 커다란 흥행요소를 빼놓고 간다는 느낌이 강한데요. 대구FC의 이런 사소한 이벤트들은 지역과 함께하는 구단으로서의 이미지와 팬들과 소통하는 노력의 결과로 여길 수 있을 듯합니다.

말로 쉽게 모두와 함께하는 리그. 모두에게 사랑받는 프로축구를 말하지만 구체적이고 실천으로 들어난 결과가 없는 가운데, 개막을 앞둔 대구FC의 사소하지만 진심어린 노력들은 K리그에 또 다른 발전 가능성과 방향을 던졌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주말로 다가온 리그개막, 과연 대구FC의 이런 노력들은 어떤 결과로 다가올까요? 벌써부터 기대와 궁금증이 함께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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