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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의 뉴스데스크’와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다르다?[한줌의 미디어렌즈] 방송파업은 ‘그들과 다름’ 아닌 ‘올바름’ 위한 싸움
김상철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공저자 | 승인 2012.02.21 21:49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지난 2월 17일 개최했던 ‘으라차차! MBC’ 콘서트 관련기사를 보다가 좀 경박한 생각이 들었다. 기사에 따르면, MBC 기자회장으로 제작거부를 이끌었던 박성호 기자도 이날 콘서트에서 최승호 PD와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박 기자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며 부부가 서로 격려하고 결의를 다지다 각자 숨겨놓은 통장을 공개했다는 얘기를 소개했다. 잔망스러워도 어쩔 수 없는 노릇, 세속적인 관심이 동했다. MBC 기자생활 했으면 통장액수가 그래도….

   
▲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309일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0일 낮 여의도 KBS 라디오 공개홀에서 열린 언론노조 KBS지부 초청 공개강연 '철의 여인, 김진숙'을 마친 뒤, 사내에서 만보기를 차고 1만 걸음을 걷는 '만보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PD조합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2010년 김진숙 위원은 KBS 새노조 특강에서

그런 생각이 떠오른 이유가 없던 건 아니다. 2010년으로 기억한다. 아마 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공정방송 쟁취 파업 투쟁을 시작한 그해 7월 이후였을 것이다. 당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업 중인 KBS 새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그때도 김진숙 위원의 강연은 청중을 울리고 웃겼다. 자신의 노동, 노동운동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정부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해 보상금을 받았다는 대목에서였다. 기억이 정확치는 않으나 보상금액이 2천 만 원 안팎이었던 거 같다. 김 위원의 말이 잠시 끊어졌다 이어졌다.

“다른 데서 강연하다 이 금액 얘기를 하면 다들 ‘우와~’ 하는 반응이 나오는데 여기는 조용하네요.”

체감하는 게 다르긴 달랐나보다. 그 순간, 잠시 어색했던 공기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기자들을 비롯한 MBC 노조 총파업이 한 달을 채워가고 있고 KBS, YTN에서도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회복 등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파업 요구가 거세다. 이런 와중에 무슨 계급론 운운하려는 건 아니다. 처우도 처우지만 다른 분야에 비하면 방송,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파업의 위상’도 높게 쳐주고 그만치 더한 관심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함이다. 실제로도 그렇잖은가. 그래도 방송, 공영방송이니까 말이다.

‘바닥’ 드러낸 그들과 다른 것만으론 부족하다

물론, 전해오는 소식을 보면 이들 ‘회사’의 행태는 전혀 공영방송답지 않다. MBC 김재철 사장은 출근하지 않는 사장을 찾는다는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그 와중에 서울 시내 모처 호텔에서 원격집무를 보신다고 한다. MBC 회사는 노조 조합원들이 순순히 시키는 일 안 하고 점거, 농성, 시위, 임직원 출근저지 따위를 저지르면 노조에 건당 3천 만 원, 조합원들은 300만원씩 배상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단다. KBS 회사 쪽도 제작거부, 파업의 기운이 무르익자 김진숙 위원이 강연했던 그때 그,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 전 새노조 파업을 문제 삼아 13명에게 정직 6개월부터 감봉 1개월까지 무더기 징계처분을 내렸다.

   
▲ 지난 13일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서래마을 자택을 찾아가 주민들에게 배포한 '김재철 수배 전단지'. ⓒ이승욱
이게 현 정부에서 공영방송을 이끌어왔다는 사장님, 그 사장님과 함께 이른바 ‘사측’을 구성한 분들의 수준이다. 원래부터 바닥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바닥이 보인다. 이런 사람들로부터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인사를 ‘당하고’ 보도를 ‘당했다’. 이제 그딴 짓 그만하자고, 똑바로 하자고 나선 지금,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고 외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들이 틀리고 우리가 옳다는 걸 보여 내야 한다. 이는 공영방송에 대한 가치와 지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재철의 뉴스데스크’와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얼마나 다른 것만이 아니라 두 개의 뉴스데스크가 비추는 세상 가운데 어떤 것이 공영방송의 그것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라는 말이다.

2010년 KBS 새노조를 대상으로 강연을 했던 김진숙 위원은 이듬해 1월 홀로 크레인에 올랐고 309일을 머물다 내려왔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 다시 총파업을 준비 중인 새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다. 애초 강연장을 막아섰던 사측의 행태야 이미 바닥 운운했으니 더 거론 않겠다. 김 위원은 이날 자신의 농성에 대해 “물론 보도가 됐다면 저희에게 더 큰 힘이 되었겠지만 보도가 되든 안 되든 취재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참 고마웠다”고, “희망버스를 다뤘던 ‘추적60분’ 제작진들에게는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방송사업장’과 ‘공영방송사’ 어디로 갈 것인가

거듭, 그래도 방송이니까 공영방송이니까 노력해줘서, 다뤄줘서 고맙다는 얘길 들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2010년 어느 날 김진숙 위원의 강연에서 있었던 그때 그 순간의 어색한 공기는 다 메워진 건가.

새누리당 일각에서조차 ‘그동안 공영방송에 너무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마당이다. 예까지 와서 물러설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 ‘관영방송회사’ 혹은 ‘방송사업장’에서 ‘공영방송’으로 회복하면 전과 다름을 넘어 얼마나 올바로 세상을 비출 수 있는지 말이다. 그래서 ‘역시 다르네’라는 말보다 ‘옳소’라는 지지를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방송 종사자들의 파업이 이기는 싸움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두고두고 일관할 공영방송의 지향과 가치를 다지는 성찰의 도정이길 바라는 이유다. 그랬으면 좋겠다.

김상철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공저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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