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면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 팀에 대해 타 전문가들의 전통적인 견해와 달리 ‘한국 대표팀은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약하고, 특히 정신력이 안 좋다고’고 평가했다. 이후 히딩크 감독은 소위 ‘공포의 삑삑이’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고, 실제 본선에 들어가자 결과는 적중했다. 한국팀은 타 팀들을 체력으로 압도하면서 경이로운 성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는 결국 스포츠에 있어서 체력은 경기력의 근본이 된다는 주지의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방송산업의 경쟁력 역시 마찬가지이다. 방송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들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콘텐츠 경쟁력이다. 방송사업자의 핵심 기능은 기획, 제작, 편성, 송출이며 결국 이러한 기능은 콘텐츠를 전제로 이루어진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과거 한류 1.0과 2.0 당시의 한국 드라마 열풍을 넘어 2020년의 경우 동남아 주요국의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중 절반이 한국 드라마였으며, 최근에는 전세계 넷플릭스의 이용 상위 10개 콘텐츠 중 4개가 한국 드라마이다.

넷플릭스의 예를 들면, 넷플릭스에서 인기있는 한국 콘텐츠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첫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오징어 게임, 지옥 등), 둘째는 지상파방송 콘텐츠(연모, 더 킹 등), 셋째는 종편 및 MPP 콘텐츠(갯마을 차차차, 이태원 클라쓰 등)인데,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방송시장에서의 콘텐츠 경쟁구조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즉, 국내 방송시장은 주된 콘텐츠 공급자인 지상파와 종편, MPP의 3강 체제의 콘텐츠 경쟁구조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양상은 OTT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는 비록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최근의 화두이긴 하나, 실질적으로는 실시간 방송 영역에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질 때 OTT에서의 콘텐츠 유통이나 종국적으로는 OTT의 경쟁력 역시 담보되고, 새로운 한류 붐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지상파방송은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의 주된 콘텐츠 공급원이다. 지상파방송은 자신의 채널 외에 유료방송 PP(지상파 계열 및 개별PP), 유료방송 플랫폼의 VOD, OTT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한다. 즉, 지상파 방송이 유료방송 PP와 플랫폼, 외주제작사, 나아가 OTT의 사업과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제작이 감소하면 유료방송 시장은 물론 OTT 시장 역시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일견 실시간 방송보다는 비실시간, 지상파나 종편, PP보다는 OTT와 그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주목받는 상황이지만, 전체 방송미디어의 경쟁력은 실시간 방송이 같이 활성화되고 지상파와 종편, PP의 콘텐츠 제작이 확대될 때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방송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콘텐츠 제작 영역이 과거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고, 제작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방송산업 전반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지상파방송과 같이 매우 경직적이고 높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경직적 규제의 전향적인 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예컨대 방송광고 금지품목 규제, 정부광고 대행 제도, 소유겸영 제도 등과 같이 콘텐츠 제작 재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규제나 제도의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OTT가 혁신과 창의를 기반으로 하는 축구선수의 개인기나 포메이션과 같은 것이라면, 실시간 콘텐츠는 체력과 같이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 주목받기 어려운 경쟁요소이지만, 우리나라 방송미디어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인 콘텐츠, 특히 실시간 콘텐츠의 제작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4강의 콘텐츠 강국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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