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의 2012 시즌 첫 역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박태환은 오는 7월 열리는 런던올림픽을 대비해 올해 처음 나선 실전 무대였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오픈 대회에서 자유형 200, 400, 1500m 모두 석권하면서 성공적인 시즌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특히 박태환은 2006년 이후 정체됐던 자유형 1500m에서 14분47초38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그동안의 이 부문에 대한 체증을 확실하게 씻어냈습니다.

이번 대회는 런던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에서 가진 대회로 훈련 성과를 점검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어느 종목 가릴 것 없이 고르게 좋은 성적을 내서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아직 정상 수준에 미친 것이 아님에도 곳곳에서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았던 것은 런던올림픽 2연패 뿐 아니라 그가 바랐던 세계신기록 작성도 기대하게 했습니다.

▲ 박태환이 11일 오후 호주 시드니의 시드니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오픈 대회 이틀째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경기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박태환은 1분46초78에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어 금메달을 땄다. << SK텔레콤스포츠단 >>
눈에 띄는 주종목에서의 호기록

기록적인 면만 봐도 박태환의 이번 대회 성과는 아주 주목할 만합니다. 박태환이 우승을 노리는 자유형 400m에서 3분45초57을 찍은 것이 먼저 눈에 띕니다. 개인 최고 기록인 3분41초5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약 4초가 뒤지지만,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이 열리기 1달 전에 가진 미국 샌타클래라 그랑프리에서 세웠던 3분44초99와는 큰 차이가 없는 기록입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호주 지역대회에서 세운 3분49초44보다 4초가량을 앞당긴 좋은 기록인데 올림픽이 열리기 5개월 전에 이 같은 성적을 낸 것은 박태환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정상 수준에서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우승을 조심스레 기대하는 자유형 200m에서도 1분 46초 78로 올 시즌 1위 기록을 세운 것 또한 의미 있었습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아쉽게 메달을 얻지 못했던 종목이었던 이 200m에서 일종의 '기선 제압'을 한 것은 박태환 본인의 자신감도 높이고, 경쟁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훈련 성과 나타난 5년 2개월 만의 1500m 한국新

무엇보다 자유형 1500m에서 간만에 14분대를 찍은 것이 고무적입니다. 그동안 박태환은 1500m에서 남다른 의욕을 보여왔지만 번번이 부진한 기록을 냈습니다. 15분대 초중반에 머무르다보니 경쟁력도 떨어지고 급기야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박태환은 전담코치 마이클 볼의 권고에 따라 이전보다 1500m에 대한 훈련량을 줄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꾸준하게 이 종목 훈련을 지속한 박태환은 금방 성과를 냈고 정상 수준이 아닌 상황에서 5년 2개월 만에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무시무시한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지구력, 체력 훈련이 그만큼 잘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앞으로의 선전도 기대하게 했습니다.

박태환의 '대박 가능성'이 높은 이유

▲ 훈련하는 박태환 ⓒ연합뉴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면서 박태환은 그야말로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지구력, 체력 뿐 아니라 킥, 잠영, 스피드 등 기술적으로 모든 면에서 향상, 보완됐다는 점이 기록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그것도 한두 종목이 아니라 출전한 전종목에서 장점을 드러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직 런던올림픽까지는 5개월이 남았고, 박태환의 훈련 시간은 충분히 있습니다. 특히 실전 경험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쌓는 것이 박태환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회 후에 박태환은 4월 동아수영, 5월 캐나다 밴쿠버 멜 제이작 국제대회, 미국 샌타클래라 그랑프리 등 총 3개 대회에 더 출전합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1개 대회에만 나섰던 것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그만큼 실전 경험을 쌓아 업그레이드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완전하게 쌓아 올림픽에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쟁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이 올림픽 2연패로 향하는 길이라고 본 박태환의 이 같은 계획은 충분히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충분한 훈련과 실전, 이를 통한 감각 유지가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과 더 큰 대박을 이루는 요소가 될 전망입니다.

3년 전 실패 이후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매년 수영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마린 보이' 박태환. 도전하는 것 자체도 힘든 올림픽 2연패를 위해, 그것도 세계신기록 작성이라는 더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박태환은 또 힘든 훈련을 소화하며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만큼은 아주 듬직해 보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그동안의 훈련 성과를 보상받고 꾸준하게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는 측면에서 이번 대회에서의 박태환의 선전은 칭찬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만의 레이스를 즐기며 또 다른 진화를 꿈꾸는 박태환의 역영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많은 수영팬들의 기대와 응원 또한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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