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동원 칼럼] 지난 11월 12일(금) 백여 개가 넘은 지역방송·신문사의 눈길이 한곳에 쏠렸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포털뉴스와 콘텐츠제휴를 맺을 9개 권역별 언론사를 발표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지역언론은 네이버와 다음 애플리케이션의 언론사별 편집판이나 추천 뉴스에서 누락되어 왔다. 매년 2회 실시하는 심사 평가 기준인 80점(100점 만점)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의 항의에 제평위는 지난 5월, 지역매체 특별 심사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을 경기·인천, 강원, 세종·충북,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전북, 광주·전남, 제주의 9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각 권역별로 심사를 진행하여 최고 점수를 받은 언론사 한 곳과 콘텐츠 제휴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특별 심사’라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문제는 복잡했다. 인구수로 보았을 때 부산·울산·경남이 한 권역으로 묶일 수 있는지, 각 권역별 심사라면 강원지역 1위 언론사와 전북지역 1위 언론사의 점수 차이가 크게 나더라도 동일한 콘텐츠 제휴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자체 기사 중 ‘지역 자체 기사’의 비중(80%)이 지역종합일간지와 지역방송사 중 어디에 더 유리할지, 무엇보다 지역 언론의 콘텐츠 제휴 심사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적절한지 등 의문이 남았다. 발표된 심사 결과에 따르면 강원도민일보, 국제신문, 대전일보, 대구MBC, 전주MBC, 청주방송, 광주방송, 제주방송 8개사가 선정되었고 경기·인천 지역에는 어떤 언론사도 선정되지 못했다.

지역언론의 포털제휴가 지역시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언론 포털 제휴 선정 결과와 지역언론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지난 18일(목) 지역언론의 포털제휴심사 결과를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참석한 나는 한 토론자로부터 잠시 잊고 있던 예리한 지적을 받았다. “지역언론의 포털제휴가 지역 시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대표의 말이었다. 전국신문과 방송뉴스가 이미 넘쳐나는 모바일 포털 뉴스서비스에서 지역시민이 지면이나 본방으로도 잘 보지 않는 지역 뉴스가 포함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일침이었다. 이 지적은 몇 달 동안 심사에 몰두했던 지역언론사와 제평위의 노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돌아보게 했다.

지역언론이 포털에서 자체 뉴스판을 만들고 구독자를 늘리며 광고수익이나 콘텐츠 대가를 받게 된다면 그동안 무관심했던 지역시민의 눈길이 더 쏠리고 신뢰라는 자산이 만들어질지 의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8개 언론사는 지면과 방송을 통해 “이제는 ○○○의 뉴스를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대대적인 홍보기사를 내보냈다. 냉정하게 본다면 이 홍보는 지역시민보다 지자체, 지방의회, 지역의 다양한 이익단체와 기업들에게 보내는 신호(signal)다. 이미 콘텐츠 제휴를 맺은 지역언론 3사(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가 그랬듯 지역의 낮은 유료부수나 시청률, 또는 홈페이지의 미미한 조회 수를 넘어 ‘전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국 언론사’라는 달라진 지위를 지역의 핵심 취재원들에게 과시한 셈이다.

포털 권력의 지역 진출과 시민의 역할

네이버, 카카오 CI

획정 기준도 모호한 8개 권역에서 언론사 한 곳에게만 포털과의 콘텐츠 제휴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지역언론의 포털 진입’이 아니라 ‘포털 권력의 지역 진출’이다. 이전부터 각 권역별로 100여 개가 넘는 언론사에게 각종 홍보, 행사 협찬 등 ‘부대사업’을 지원하고 지자체장·지방의회의 동정과 지역 유지들의 행적 보도를 요청했던 기관, 단체, 기업들은 이제 포털에 입점한 언론사에게 다른 언론사보다 더 많은 요청과 지원할 근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3,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방문하는 플랫폼에의 접근권이란 지역언론사뿐 아니라 해당 지역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정치권과 지역 기득권(성장연합)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이번에 선정된 언론사 중 눈여겨볼 곳은 건설업이나 금융업 사주를 둔 언론사들이다. 포털과 제휴를 맺은 언론사의 사주는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다. 사주의 직접적 이익과 무관하게 지역사회에서 그의 지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얻게 될 비금전적 이익은 해당 언론사의 저널리즘 역량 제고와 어떤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달라질 지역 사회의 상징자본 배분과 기득권 내 교환관계 변화에 지역시민이 무심한 것은 포털 제휴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로 환호하고 축하할 이번 지역언론의 포털 제휴에 지역 언론노동자와 시민이 더 민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털이 지역언론에 부여한 ‘권력’ 남용에 대한 감시, 포털 플랫폼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 강화, 오랫동안 정체되어 온 지역언론의 디지털 역량 증진 등 지역언론에게는 얻을 이익보다 과제가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킬 몫은 바로 시민에게 있다.

*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30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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