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문화방송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으로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등 방송 MBC가 훼손되고 있다”며 6일치 조간신문 1면 하단에 일제히 광고를 실어 MBC노조의 총파업을 폄훼했다.

MBC는 이날 오전,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주요 조간신문 및 경제신문 1면 하단에 ‘문화방송 시청자들께 드리는 글’을 게재했다.

▲ MBC가 6일 조간신문 및 경제신문에 일제히 낸 광고
MBC는 먼저, MBC노동조합이 지난 1월30일 불법파업을 강행했고, 이는 임원과 국장을 교체하라고 요구하다가 뜻이 관철되지 않자 느닷없이 사장 퇴진을 내걸고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그러면서 “이는 지난 2010년 4월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불법파업에 나섰다가 39일만에 파업을 접은 지 1년 8개월 만으로, 1년 8개월 만에 또 불법파업에 나섰다”며 “이번 파업은 사장의 퇴진과 임원 및 국장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불법이다. 공정방송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조가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MBC는 또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는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1위로 선택한 방송사의 사장과 임원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취재 현장과 제작 현장을 떠나 불법 파업을 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부여한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문화방송은 방송의 파행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는 동안 일부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으로 조직과 시스템을 점검해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MBC 기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지만 “느닷없이 파업에 나선 것”이라는 MBC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 MBC 내부에서는 “제작거부,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MBC 기자는 6일치 <한겨레>를 통해 왜 제작 거부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담은 편지를 익명으로 공개했다.

기자는 ‘실망하거나, 혹은 기다리고 계실 당신께’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기자가 쓴 기사 원본과 부장의 손을 거친 수정본을 각각 보존하는 건 방송뉴스 데스킹 절차의 기본이지만, ‘번거롭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정치부와 경제부 기사에선 일선 기자의 의도가 담긴 원본을 따로 남기지 않게 됐다”며 “누가 어떤 의도로 기사를 고쳤는지 들춰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이유로 이른바 ‘생활밀착형’ 아이템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조중동이 쓴 기사를 받아쓰라는 취재 지시가 계속 내려오면서 엠비시 뉴스 안에서 비판적인 심층 기획과 발굴 기사는 자연히 줄어들었다”며 “하루하루 지시를 받아 기사를 ‘찍어내는’ 것보다 두려운 일은, 기자들이 어떤 식으로 취재를 해 오든 결국 결과물은 윗선의 의도대로 짜맞춰진다는 것이었다. 기사 끄트머리 “엠비시 뉴스 아무갭니다”라는 한 문장을 차라리 빼버리고 싶은 적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한 “보도국 내부에서 수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했지만, 일선 기자가 편집과 기사 배치에 관여할 자격은 없다며 묵살 당했고, 나가지 않을 기사를 쓰기 위해 현장에 나간 저희들에겐 당신의 날선 비판이 벼락처럼 쏟아졌다”며 “‘어차피 안 내보낼 거 아니냐’는 당신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조직 내부의 노력이 철저하게 무너지고 나서야, 저희는 또다시 방송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왔다. 늦어서 죄송하다”며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사쪽은 지금도 ‘불법 파업’이라며 저희를 압박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각오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의 신뢰와 애정을 잃었을 때 엠비시는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다는 뜻을 함께 품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절절하게 깨닫는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은 저희에게 실망하고 돌아선 당신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구차한 연애편지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만큼은 끝까지 싸우겠다. 가장 소중한 가치인 당신의 사랑을 놓치고 만 지금 저희에겐 더는 잃을 것도, 더는 물러설 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엠비시가 제자리를 찾기 위한 투쟁의 증인이 되어 달라.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2월5일 MBC 뉴스데스크
MBC, 새누리당 패러디 로고 어깨걸이 그림으로 사용

한편, MBC노조의 총파업으로 파행을 빚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가 어깨걸이 그림으로 새누리당(전 한나라당)의 패러디 로고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데스크>는 5일 “‘물갈이 공천’ 시동” 리포트를 소개하는 어깨걸이 그림에서 기존 한나라당의 로고에 점만 찍은 로고를 새누리당의 새로운 로고로 소개했다. 이는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한 로고로, 극중 구은재(장서희)가 얼굴에 점 하나만 찍고 다른 사람으로 돌아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연기한 것을 패러디한 것으로, 새누리당의 당명 변경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 되자, 현재 MBC는 뉴스 홈페이지에서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관련 화면 캡처 사진을 잇달아 퍼나르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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