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과정에서 방송·신문을 비롯한 언론사들이 정책 검증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의제설정 기능을 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역시 동정보도·갈등보도에 치중하는 등 '공론장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털뉴스도 동정보도 치중, 정책·공약보도 실종"

2008 총선미디어연대(공동대표 권미혁·김서중)가 3월 17일부터 3월 26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박스', '뉴스홈' 기사, '뉴스홈 포토' 기사, '정치섹션' 기사, '정치섹션 포토' 기사를 모니터한 결과 이들 사이트의 포털 뉴스에 총선 관련 동정 보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

네이버의 경우 동정보도 38.8%, 내부 갈등보도 25.9% 순이었고, 다음은 동정보도 47.4%, 내부 갈등보도 20.5%로 나타났다. 반면 공약·정책보도는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2%(7건), 2.2%(8건)밖에 되지 않아 포털사이트 역시 기존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정책보도를 중심으로한 이슈 공론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의제·보도 비율 등 종이신문 그대로 따라가"

또한 포털사이트들이 뉴스를 공급받고 있는 각 신문사의 주요 의제와 보도 비율을 그대로 쫓아가는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니터기간 중 네이버와 다음은 대운하건설, 교육, 부동산 등 주요 이슈를 거의 게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운하건설 4.3%(31건), 교육 0.1%(1건), 대운하+교육 0.7%(5건) 수준에 그쳤다. 이는 비슷한 기간 동안 포털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신문사의 주요 의제, 보도 비율과 거의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총선미디어연대는 "포털뉴스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선거 시기가 되면 공정성·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에 행사해왔던 의제설정 능력을 최소화 시키고 기존 언론의 보도 경향을 그대로 쫓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그러나 이러한 편집은 선거 무관심을 유발시키고 내부적으로 방문자 하락을 가져오는 등 부작용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특히 "포털뉴스가 기존 언론의 보도만을 쫓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면 포털뉴스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다양한 여론형성', '인터넷 공론장', '적절한 의제설정' 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며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포털뉴스가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스박스' 기사, '가장 많이 읽는 기사'와 일치 비율 높아"

한편 모니터 기간 중 포털사이트가 '뉴스박스'로 편집한 기사들이 '가장 많이 읽는 기사' '최다 댓글 기사'와 일치하는 경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포털이 편집을 통해 의제설정 기능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네이버의 경우 '뉴스박스' 기사와 '가장 많이 읽은 기사'가 일치하는 경우는 41.7%였고, 다음의 경우 뉴스박스 기사와 '최다 댓글 기사'가 일치하는 비율이 37.7%였다.

▲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
또 '뉴스박스'에 노출된 기사가 '뉴스홈', '정치섹션' 기사 등 다른 공간에서 중복 게재되는 경우를 살펴본 결과, 특히 네이버는 '중복 게재된 뉴스박스' 기사와 '가장 많이 읽은 기사'가 일치하는 비율이 5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뉴스박스'와 '가장 많이 읽은 기사'가 일치하는 비율인 41.7%보다 14.6%가 더 높은 것으로 '뉴스박스' 기사라 하더라도 다른 공간에서 중복 게재된 기사 일수록 더 많이 읽힌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반면 다음의 경우에는 '중복 기재된 뉴스박스' 기사가 '최다댓글 기사'와 일치하는 비율이 35.5%로 '뉴스박스'기사와 '최다댓글 기사'가 일치하는 경우와 비슷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네티즌들이 기사를 소비하는 형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노출된 기사를 읽는 것과 보다 적극적으로 '댓글'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일정 정도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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