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이 외치는 “김재철은 물러가라”는 소리가 부담스러웠던 걸까. 김재철 MBC 사장이 또 다시 자취를 감췄다.

김재철 사장은 당초 1일 오후 3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MBC 업무보고에 앞서 직접 이사들을 향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광한 부사장,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만 방문진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 김 사장은 오늘 오후 4시 현재까지 방문진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상혁 방문진 이사는 이와 관련해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이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에게 오늘 오후 2시30분쯤 전화를 걸어 ‘김재철 사장이 노조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할까봐 오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방문진 이사회가 진행하는 MBC 업무보고 시 사장이 참석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지만, 그 동안은 통상적으로 MBC 사장이 참석해 직접 인사말을 했었다. 그렇기에 이번 김재철 사장의 업무보고 불참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 총파업 중인 MBC구성원 3백여명이 오늘 오후 2시30분, 방문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미디어스
김재철 사장의 불참으로 방문진 이사회 또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이날 이사회는 오후 3시에 시작됐지만, 김재철 사장의 불참에 대해 “불참에 대한 입장을 먼저 들은 뒤에 업무보고를 해야 한다”는 쪽과 “그냥 업무보고를 진행하자”는 쪽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오후 4시10분 현재까지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고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날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의 행보를 문제 삼아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발의할 예정이었으나, 김 사장이 불참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된 분위기다.

이에 앞서, 총파업 중인 MBC구성원 3백여명은 오늘 오후 2시30분, 방문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재철 사장은 MBC를 위해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공영방송 MBC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MBC를 망가뜨린 김재철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MBC 구성원들은 “MBC는 이제 또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벌써 5번째 파업”이라며 “이번 파업이 끝나면 이기든 지든 저희에게도 깊은 생채기가 날수 있음을 알고 있기에 여기서 끝내고 싶다. 질기고 질긴 싸움의 끝을 여기서 보고 싶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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