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일 지원대상을 ‘아날로그 방송을 직접수신하고 있는 일반가구’로 확대하는 <디지털방송 활성화 및 2012년도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위한 정책방안>을 발표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에 우려는 여전하다.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종료가 가능한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재산권 침해’, ‘수신환경구축 등 시청자 복지 미비’ 등에 대한 비판과 의문이 크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무엇을 위한 디지털 전환인가라는 논의가 사라져 버린 것이 문제”라면서 “어느 순간 ‘아날로그 종료’, ‘큰 탈 없이 끝내자’가 디지털 전환의 목표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 1월 31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2012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의 시급한 과제' 세미나가 열렀다ⓒ권순택

31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진행된 ‘2012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의 시급한 과제’ 세미나에서 김경환 교수는 “당초에는 디지털 전환이 ‘다양한 채널 제공’, ‘다채널 방송’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추진됐다”며 “그런데 지금은 정책 혼선이 생기면서 목표가 ‘수신환경개선’인지 아니면 ‘경제성장 및 산업 활성화’, ‘성공적인 완료’인지 명확치 않다”고 비판했다. 종합편성채널에만 몰두한 방통위가 다채널 방송을 위한 MMS 등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경환 교수는 “그 과정에서 혜택과 수혜를 입은 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전업체’, ‘통신사업자’, ‘방통위’, ‘케이블사업자’ 등이라고 꼽았다.

디지털TV의 판매수익을 얻은 삼성·LG전자를 비롯한 가전사와 주파수를 미리 할당받은 통신사업자들, 늘어난 유료방송 가입자로 케이블TV도 수혜자가 됐다. 김경환 교수는 “방통위는 중재자이면서도 주파수 경매를 실시, 1조원 가까운 수익을 얻어 이해당사자의 역할도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공공미디어연구소 정미정 박사는 “마치 디지털 전환의 목표가 주파수 회수를 통한 재배치에만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방통위가)차세대 통신서비스인 LTE 등 통신사업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게 아니냐”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경환 교수는 “디지털 전환은 2012년 완료되더라도 2013년까지 사업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예산 확충의 문제를 비롯해 디지털 전환의 부분적 연기 또는 전면연기의 대응 시나리오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디지털 전환의 목표에 ‘시청자 복지’가 빠져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경환 교수는 “방통위는 향후 디지털전환 이후, 유료방송가입자들이 지상파 직접수신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디지털전환 이후,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디지털방송의 수신환경 구축’과 관련해 “수신환경이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안테나만 교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배선이나 증폭기 등을 설치하는 문제도 있다”며 “이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청자들이 ‘(차라리)유료방송에 가입하고 말지’라는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직접수신환경 보장을 위해 안테나 설치비용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디지털 커버리지가 얼마나 되냐”며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컨버터를 통해 아날로그 방송을 본다면 더 나쁜 방식의 정책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방통위,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봐왔던 시청자가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목표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발전의 계기가 되느냐’ 혹은 ‘지상파의 오래된 미래는 종편이 될 것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방송이 자체 전송망에 의한 수신가구가 없어진다면 종편과 다른 게 없다”며 “향후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직접수신 가구를 높이는 방식으로 지상파의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식적으로 그동안 수신기를 통해 TV를 봐왔는데 디지털 전환 이후 나오지 않는다면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한다”며 “이후 소송으로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용 주파수 통신용으로…“난시청해소 실천하지 않겠다는 선언”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통위가 108㎒ 폭 중 40㎒를 통신에 우선 할당하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경환 교수는 “차기 위원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파수 재배치는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특정 사업자들의 피해가 있으면 안 된다”, “차세대 방송으로 인한 산업적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디지털TV를 통한 삼성의 매출이 반도체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방송용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난시청해소를 실천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며 방통위의 모바일광개토플랜과 디지털전환특별법이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최영묵 교수도 “방송에 남겨놓을 것은 남겨놔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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