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잇딴 비리 의혹으로 방송통신위원장 위원장을 사퇴한 최시중 씨의 또 다른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최 전 위원장이 국회의원에게 직접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31일 시사저널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지난 2008년 추석 직전 친 이명박계 국회의원 3명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에 제보를 한 이는 돈을 받은 친이계 국회의원. 이 의원은 “2008년 추석을 앞두고 최 위원장이 만나자고해 식사를 했는데, 헤어질 때 그가 ‘차에 실었다’고 말해 나중에 살펴보니 쇼핑백에 2천만 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최시중 전 위원장이 정용욱 전 정책보좌관을 통해 다른 두 명의 친이계 의원에게도 돈을 돌렸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다른 소장파 의원 2명이 최 위원장에게서 1000만 원씩을 받은 뒤 돌려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고, 한겨레에서는 “자신 외에 다른 친이계 의원 두 명에게도 각각 1000만 원과 500만 원의 현찰이 정 보좌역을 통해 전달됐다”고 전했다.

▲ 시사저널(1163호)은 31일자 커버스토리로 최시중 전 위원장이 친이계 의원 3명에게 3천 5백만원에 이르는 돈를 뿌린 의혹을 보도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돈 봉투를 돌린 이유는?

최시중 전 위원장이 이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이유에 대해 폭로한 친이계 의원은 최시중 위원장이 “당선축하금”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계레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최 전 위원장이 ‘역대 정권마다 당선축하금을 받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안 받았다. 그걸 받아서 나눠주면 불만 없이 열심히들 뛰었을 텐데 이 정부는 그러질 않아서 흔들렸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조선일보에서도 “공천이나 경선, 청탁과는 무관한 돈이었다”며 “당선축하금”을 언급했다.

지난 2008년 4월 9일에 18대 총선이 치러졌다. 최시중 위원장이 이들 세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넨 시점은 9월, 당선 5개월 후 뒤늦은 당선축하금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찮다는 분석이다.

시사저널과 한겨레, 조선 등의 매체는 돈 봉투의 이유로 당시 여권의 분위기를 꼽는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여권 내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정두원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들이 청와대의 ‘강부자’, ‘고소영’ 인사를 비판한 것이다.

▲ [한겨레신문] 2012년 1월 31일자 1면 “최시중, 친이계 3명에 수천만원 살포”

이런 상황에서 최시중 위원장의 돈 봉투는 이들 친이계 소장파 의원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겨레는 “돈이 오간 2008년 추석 무렵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의 인사파동과 쇠고기 촛불집회 이후 청와대와 내각이 개편된 직후”라며 “최 전 위원장이 친이계와 소장파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돈을 건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역시 “당시 친이계의 소장파 일부 의원들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최 위원장 등 원로그룹과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등이 권력을 독점하며 인사 난맥상을 불러왔다고 비판했었다. 이 때문에 최 위원장이 친이계와 소장파 의원들을 끌어안기 위해 돈 봉투를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최시중 위원장의 뭉칫돈, 돈의 출처는?

최시중 위원장의 또다른 돈봉투 의혹은 지난 26일 아시아경제의 보도에서 폭로된 바 있다. 아시아경제는 최시중 위원장이 정용욱 정책보좌관을 통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4명에게 각각 5백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문방위 의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밝혀진 것만 2천만 원. 이번에 친이계 의원들에게 건넨 돈은 3천5백만 원에서 4천만 원에 이른다.

▲ [조선일보] 2012년 1월 31일자 6면, 최시중에게 2000만원 든 쇼핑백 받았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이 자금을 출처가 ‘대선 잔금’과 ‘재계에서 거둔 자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입을 통해 “박희태 의장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시기나 액수가 비슷한 만큼 유사한 출처일 수 있다”면서 “2007년 대선 잔금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최 전 위원장이 뿌린 돈이 정권 관리 차원에서 재계 등으로부터 거둔 자금일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보도했다.

돈의 출처가 방통위 위원장의 특수활동비라는 분석도 있다. 시사저널은 “일각에서는 돈의 출처와 관련해 특수활동비와 연관 지어보기도 한다”면서 “2008년 당시 방통위원장의 특수활동비는 28억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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